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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VS 김정은, 기싸움의 향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결국 불발됐다.

역사적인 만남으로 기록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정상회담인 만큼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물론, 북한의 위협이 늘 절호의 정치적 회생 기회로 작용하는 국내 일부 정치세력과 일본 아베 총리에게는 희소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전쟁이라도 벌어진다면, 그 사태 전개가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비극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간절히 바라는 평화를 위해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향방부터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과연 이대로 불발되면서 다시 북미간 극한 대결로 치닫게 될 것인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무리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라 해도 이번 북미회담의 일방적 취소는 무리수다. 백악관 측은 북한의 잇따른 약속 위반 탓으로 돌리려 애쓰는 모양새지만 세계 최강국의 일방적 회담 파기는 여러모로 전세계에 좋지 않은 신호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란과의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버린 도널드 트럼프다. 북한에 억류됐던 인질을 돌려받고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까지 얻어내고는 대화의 장을 발로 걷어찬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로 도널드 트럼프의 안팎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 뻔하다.

이처럼 무식하게 자신의 이해관계 관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약속이라든지 자신이 했던 발언을 뒤집는 지도자의 말로는 역사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세기 최대의 악성 정치인으로 꼽히는 아돌프 히틀러가 있다. 이미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고 동유럽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던 아돌프 히틀러는 영국 체엄벌린 수상과 협상하면서 독일인들이 많이 살고 있던 체코의 수데텐 지방만 할양받으면 더 이상 영토 야욕을 보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영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아돌프 히틀러는 오히려 자신의 야욕이 제지받지 않자 곧바로 합의를 깨고 체코 전역을 점령하고 폴란드 침공에 나섰다.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면 곧바로 더한 요구를 내세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 히틀러는 승리가 아니라 5년간의 전쟁 끝에 몰락하고 말았다.

국제사회에서 신용을 잃은 국가 지도자가 결국 어떠한 결말을 맺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에도 적용될 수 있겠냐는 말도 나오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UN 안보리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UN은 북한의 핵 개발을 비판하고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제재를 합의해왔다. 그런데 미국의 일방적 행동은 이러한 제재 명분을 약화시킬 것이 뻔하다.

도널드 트럼프 역시 무역전쟁부터 실제 국가간 비핵화 등 중요한 국제 안보 합의를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따라 파기하는 행태로 안팎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이번 사건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의 고립을 가속화 시킬 것은 분명하다.

김정은은 어떨까. 김정은은 꽤 차분하게 대응해왔다. 싱가포르 회담 합의 이전까지 김정은은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그동안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를 풀기 시작했고 일본은 철저히 배제하면서 동북아시아 힘의 균형을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미국까지 끌어들이려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의 과욕을 미리 차단하면서 견제구를 날리더니 미국 내 강경파에만 비난을 집중함으로써 대화와 평화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왕조국가나 다름없는 북한에서 김정은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이 나라와 대화를 하고 뭔가를 합의하고 이뤄내려면 김정은의 지위를 이해하고 인정한 다음에 요구할 것을 관철시킬 수 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는 다른 나라 지도자와 동일하게 김정은을 다루려 했다.

결국, 김정은으로서는 명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대화가 파탄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회담을 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여러모로 김정은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줬다.

더구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자마자 대화 거부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는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악수가 되고 말았다.

이제 앞으로 북미 정상이 회담장에 다시 나설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대우해주면서 회담장으로 유도하고 회담장에서 큰 폭의 양보를 받아내면서 마침내 비핵화 성과를 따먹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위인은 못돼 보인다. 김정은 역시 국내 최고 존엄이라는 지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 숙이고 들어가지 못한다.

다시 한 번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귀찮고 짜증나고 골치가 아프겠지만 남북 평화에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경제 번영의 화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 중재라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엄청난 것이다.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이번에도 더 큰 짐을 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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