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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_노노뇨댜 / 白日夢 (1)

주의사항

* 드림요소가 들어간 글입니다. 유의하여주시길 바랍니다.

* 드림주가 나오기 때문에 사전에 드림주에 대한 설정을 알고나서 보면 좋습니다.

* 캐릭터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들어가있습니다. 캐해석이 안맞을시엔 유감!

* 시리즈로 연성될 글입니다. (다음편이 있다는 뜻)

* 약 7700자입니다

언제나 너를 뒤에서 바라보면서 네가 뒤돌아봤으면 좋겠다, 네가 먼저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다. 내가 너에게만은 겁쟁이라, 먼저 말을 걸 수 없으니까. 부끄럽지만 네가 먼저 눈치채서 나에게 다가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좋아, 난 언제나 너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네가 나를 볼때마다 항상 눈이 마주칠 수밖에 없지. 나는 그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눈이 마주치면 네가 웃어주니까. 그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다 네가 먼저 말을 걸어올 때면 항상 생각해왔던 것과 달리 늘 당황해서 도망치기 바쁘다. 머리속에서 상상하던 모습은 이게 아닌데, 허둥지둥 하고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눈앞에서 곧바로 사라진다. 바보 같은 나는 너가 생각하기에 얼마나 별난 사람일까, 이런 나를 싫어하진 않을까, 하지만 나는 욕심도 많아서 너가 생각하는 나는 꽤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늘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 표현은 못다하지만 너가 너무 좋아서, 참을 수가 없어서 욕심만 늘어난다.

“아게하, 뭔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아, 응! 그런 것 같네…타츠미는 동아리 활동이나 다른 걸로 많이 바쁘니까….”

“하하, 그랬지. 그래도 요즘엔 대회 시즌도 끝나서 여유가 있어. 후배들도 알아서 잘 하니까…저기 괜찮으면 다음에…”

“시노노메 선배! 안녕하세요!”

오후 교시가 거즌 다 끝난 쉬는 시간 때쯤, 일주일에 몇 번 없는 타츠미와 대화였다. 이번엔 내가 먼저 도망가지도 않았는데, 애매한 부분에서 끊겨져 버렸다. 도복을 입고 있진 않지만 타츠미와 자주 대화하는 가라데부의 2학년 후배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와 함께 몇 명이 더 따라붙어서 타츠미에게 흥분하면서 말을 걸더라, 한순간에 드는 소외감에 마음이 미워졌다. 하지만 방해할 수 없었다. 나랑 대화하는 것보다 그들과 대화하는 게 타츠미한테 잘 어울렸으니까 말이다.

“저, 저기 타츠미…나 그만 가볼 게!”

“뭐, 어? 아게하!”

그냥 사라져야지, 오늘 대화는 안했던 것처럼 눈앞에서 사라져야겠다. 생각하고 뒤돌아서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두 눈을 꼭 감고 도망쳤다. 어물쩡거리며 대화 못하는 나보다 살갑게 대화하는 밝은 후배들과 친구들이 더 잘어울리니까, 다시 뒤에서 한두발자국 떨어져있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 내가 발로 내딛은 곳은 허공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정신없이 앞도 안보고 뚜벅뚜벅 걸은 나머지 내려가는 계단을 잘못 밟은 것이다. 헛발질을 내딛은 것에 대해서 후회도 제대로 하지못한 채 시야가 흔들렸다. 그대로 굴러서 우당탕 소리를 내며 계단 밑으로 떨어졌다. 하반신에서 저릿해져 오는 느낌이 낯설지 않았다. 롤러에 대한 기술을 처음 배울 때도 여러 번 넘어지고 다쳤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지금 넘어진 상태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고개도 들지 못하는 것은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급하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다.

‘어쩌지……너무 부끄러워서 대답도 못 하겠어…’

“아게하! 괜찮아? 아게하…!”

“……응, 타츠미, 나 괜찮아…”

“일어날 수 있겠어?”

여전히 그쪽을 보지 않고 상체를 일으켰다. 팔뚝에 멍이 들 것처럼 욱신거리긴 했지만 별다른 문제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일어서려고 하였을 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저릿한 고통에 살짝 신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발목을 접질린 것 같았다.

“욱신거려…아파…”

“…! 우선 양호실에 가자, 내가 업어 줄게.”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가 말했다.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타츠미가 업어준다고? 내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내가 상상했던 상황들은 눈을 마주치는 것, 대화를 몇 마디 이어서 하는 것, 미움 받지 않는 것 그런 것들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욕심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타츠미에게 내가 업혀도 괜찮은걸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등을 보이며 업히라 하는 그의 행동을 무시할 수 없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지만 발목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서 움찔거리기만 했지 그에게 업히기는 무리였다.

“미, 미안…타츠미 나 못 업히겠어…”

“그래? 그럼…잠시만 실례할게, 불쾌하면 말해줘.”

말이 끝나자 마자 자세를 바꿔서 내 옆으로 오더니 내가 무어라 말을 할 겨를도 없이 어깨와 다리를 들어서 번쩍 안아 올렸다. 공중에 붕 뜬 느낌에 놀랐고, 그에게 안겨 있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어, 어…? 이, 이거 공주님 안기잖아…!’

“어때? 괜찮아?”

괜찮냐는 그의 말에 아무 말없이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볼이 빨개진 건 차라리 괜찮았다. 자주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기분 좋은 미소가 주체없이 흘러나와서 타츠미에게 들킬까 봐 겁이 났다. 왕자님의 품에 안겨서 구출되는 공주만 같았다. 시선을 어디로 처리할지 몰라서 아래로 숙이고 있다가도 살짝 고개를 들어서 그를 보면 그것을 인지하였는지 마주 보며 미소 지어주었다. 그에 덩달아 바보 같은 웃음만 흘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했더니 금세 도착한 양호실, 2층에서 1층 내려가는 거였으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것이 조금 야속했지 더 오랫동안 있고 싶었는데 말이다.

‘나도 참, 업히는 게 부끄러워서 안절부절 못한 게 몇 분 전인데 타츠미가 먼저 안아주니까 좋다고 정신 못 차리고 있네….’

“어? 선생님이 안계시네, 그래도 조금 있으면 오시겠지.”

“응. 이제 곧 종치겠다. 그만 올라가봐…바, 방금은 엄청 고마웠어……나 좀 변태같이 많이 웃었어?”

“변태? 하하, 말도 참 웃기게 한다니까, 전혀 안 그랬어. 부담스러워해주지 않아서 고마웠어. 근데 하교할 땐 어쩌면 좋지?”

“아, 아…음, 그 때는 괜찮지 않을까?”

“아게하, 하교 시간이라고 해봤자 한두시간 뒤인 걸, 그 사이에 나아지긴 힘들텐데. 너만 괜찮다면 내가 집까지 바래다 줄게.”

“뭐, 뭐?! 아냐, 괜찮아 타츠미…너는 동아리 활동도 있으면서!”

침대에 나를 살포시 내려 놓으면서 하는 그의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 버둥거렸다. 타츠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이 정도까지면 충분했다. 그를 더 이상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고, 나 때문에 동아리를 안 나가는 건 더더욱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리고…타츠미 아까도 가라데 후배들이 엄청 즐겁게 대화했잖아…너, 너는 가라데 부장이고……내, 내 걱정 말고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하는게 옳아!”

“아게하…너는 나를 많이 생각해주는구나.”

“아, 응…응, 물론이지…다, 다 알면서 물어보는거지….”

“하하, 그럴려나. 근데 정말 괜찮아, 하루 정도 쉬는 건 무리 없으니까. 아까도 말했잖아 요즘 여유있다고.”

“타츠미…….”

“그리고 나한텐 가라데도 정말 중요하지만, 지금은 다친 너가 더 중요해. 조금 내 멋대로 일 수도 있으려나? 하지만…내 마음도 알아줬으면 좋겠어. 만약 이대로 방과후 동아리 활동을 하면 걱정되어서 집중도 못할거야.”

그는 내 속마음을 다 꿰뚫어보는 것처럼 속마음에 있던 것들도 곧잘 대답해줬다. 내가 얘기 못한 부분까지 다 말해주는 그가 고마웠다. 타츠미의 말대로 지금 그의 배려를 거부한다면 서로에게 폐가 될 것이란 것 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도 괜찮을까? 수줍은 마음을 이겨내고 입을 열었다.

“나, 나 그럼...학교 끝날 때까지 타츠미 기다릴게…”

“응, 고마워 아게하.”

‘…내가 더 고마워….’

마지막 말은 끝내 하지 못하고 목구멍 사이로 넘겼다. 그가 양호실을 나갈 때도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히기 바빴다. 그런데도 상냥하게 말해주는 그가 좋았다. 평소에도 언제나 좋아하던 그였지만, 지금은 이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는 마음을 진하게 느끼고 있었다. 꿈일까? 꿈이었 어도 너무 행복하고 과분한 꿈이지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만 뻔뻔해지고 싶다. 타츠미가 해주는 배려에 감사하며 이 행복한 기분을 좀 더 오랫동안 음미하면서 간직하고 싶었다.

*

와카사 선생님이 간단하게 봐주시면서 역시 발목을 접질린 것이라고 했었다. 발목에 무리가 가는 일은 자제하라고 첨언하시면서 말이다. 부모님은 둘 다 늦게까지 일하시니까 집에서 볼일도 자주 없는데 학교까지 데리러 오실리가 없었다. 역시 타츠미를 기다리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한 양호실에서 침대에 누워있자니 잠이 솔솔 오더라, 자연스레 눈을 깜박거리는 속도가 느려지더니 이내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꿈을 꾸기가 무서웠다. 지금 일어난 일들이 사실 다 꿈이었고, 일어나면 그냥 교실 책상에서 졸고 있던 내가 있을까 봐 였다. 꿈이 아니라면, 타츠미는 나에게 왜 이렇게까지 잘해준 걸까, 동아리 활동보다 내가 더 걱정이 된 다는게 진짜라면 타츠미도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을 갖고서 나에게 이런 행동을 보여주는 것 아닌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도 나처럼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지. 잠결에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꿈을 꾸었다. 꿈에서는 내가 상상한 모습대로 타츠미 역시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행복한 꿈이었다.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가 좋았다. 아게하가 아닌 내 본명으로 자연스레 불러주는 그가 달라 보였다. 하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타츠미….”

“응?”

“….?!”

꿈속에서 낮게 불렀던 그의 이름에 반응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서 경련을 일으키듯 꿈에서 깨어났다. 그런 나와 같이 놀라 움찔거린 사람은 이름을 불렀던 타츠미였다. 학교 수업이 다 끝나고 양호실로 온 듯하였다. 그가 온지 얼마나 되었는지 짐작은 못하겠지만 내가 잠들어 있는 것을 다 보고있었다는 것에 당황해서 양호실 이불 속으로 그만 들어가버렸다.

“미안…아게하가 날 부르길래. 꿈에 나왔어?”

“으, 응…응…나 자면서 추한 모습 보였어?”

“추한 모습? 하하, 아니. 엄청 얌전히 자던 걸, 평소에 유쾌해서 잘 때도 재미나게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재, 재미나게!? 안 그렇거든….”

“농담이야. 동아리에도 양해를 구하고 왔어. 숨어있지말고, 그만 갈까?”

“아, 응!”

허둥지둥 준비하고나서 이번엔 그에게 제대로 업혔다. 아까 품에 안겼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넓은 등에 기대어 있으니 편안하고 따뜻했다. 무엇보다 아무리 어떤 표정을 하고 있어도 타츠미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더 편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저 여자, 추한 모습으로 웃고 있군.’ 할 만큼 실실 웃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날 업고 집에 데려다 주는 길에 처음에는 서로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가, 타츠미가 먼저 입을 열고 나에게 이런 저런 말들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타츠미가 물어보는 것에 족족 다 대답하면서 그에게 업혀 있으니, 괜히 더 친근해지고 마치 연인 같다고 생각했다. 아마 타츠미는 내가 이런 생각하고 있는 줄도 모르겠지.

“집에 어른은 안 계셔?”

“응…부모님 둘 다 밤늦게 들어오시거든. 원래 이 시간에 집에 들어가면 혼자야.”

“그렇구나…외롭지는 않아?”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그렇게 느꼈었어. 이웃들도 다 모르는 사람들이고 친한 친구도 없었으니까…근데 지금은 괜찮아. 지인들도 생기고 적응도 많이 했고, 학교 끝나고 다수 든 혼자 든 놀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서 밤 늦게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도 들어와 계시니까.”

“밤 늦게 라면 위험 할 텐데…그래도 외롭지 않아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언제나 널 보는 일이 있으면, 늘 혼자 있길래. 외로울까 봐 걱정 많이 했어.”

“걱정…까진 안 해도 괜찮아. 너한테는 나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으니까, 내 걱정보단 다른 걸 걱정하는게 낫지 않아?”

“하하, 아니야. 아까도 말했잖아 나한테는 너도 중요하다고……이렇게 말해도 너에게 대해서 모르는 게 많은 것 같네, 간단한 것 조차도 모르는 게 많아…나름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학교 외에서는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뭐 그런 것들. 반면 아게하는 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잖아. 그치?”

“…응, 그렇지…나는 언제나 너만 보고 있으니까….”

“…….”

“…타츠미?”

그가 말을 줄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표정조차 안보였으니까, 하지만 그의 뒷모습은 화났다 거나 기분이 나쁜 느낌은 아닌 것 같았다. 잠시 뒤 다시 상냥한 말투로 나에게 말을 거는 그는 다른 주제로 이야기 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평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집에 빨리도 도착했다. 집 앞에서 멈칫하는 그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눈치를 채고 내가 먼저 그에게 말했다.

“집에 들어가도 괜찮아…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

“어, 응…그럼 실례할게.”

나 때문이지만 어른도 안 계신 집에 함부로 들어가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내가 알려준 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허공에 ‘안녕하세요.’라고 굳이 인사하는 그를 보고 푸흡, 하고 웃음이 터졌다. 머쓱하게 따라 웃는 그에게 내 방을 알려주었다. 이번에도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방 문을 열었다. 침대에 양호실에서 처럼 얌전히 나를 침대에 앉혀 주었다. 되게 안절부절 못하는게 눈에 보였다. 처음 보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나만 보는 것이 잖아, 그의 새로운 모습을 나만이 독점하는 기분이라서 미소가 끊기질 않았다. 부끄러워하던 감정은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또 그만 저도 모르게 신이나 흥분해서 타츠미에게 말을 걸었다.

“타츠미 그러지 말고 옆에 앉아도 돼!”

“그래도 괜찮아?”

활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하게 침대 옆에 걸 터 앉아서 나를 바라보다가 무엇이 웃겼는지 그도 따라서 빙그레 웃었다.

“아게하는 남들이 있을 때랑 단 둘이 있을 때랑 확실히 다른 것 같아.”

“응? 그래? 그런가…타츠미는 어느 편이 좋아?”

“어느 편이 좋냐고? 음, 둘 다 좋아. 어느 쪽이든 너는 너니까.”

“……조, 좋아한다는 건 역시 친구로 좋아한다는 거지?”

“…아, 응. 그렇지…”

괜히 이런 말을 해서 조금 어색한 기운이 돌았다. 아마 나는 내심 아니라는 대답을 원했던 것이겠지. 참 사람 가볍다. 오늘 아침만 해도 상상도 못했는데, 조금만 가까워지니까 이런 저런 욕심들이 계속 생겨나서 이제는 타츠미도 나를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꿈 깨, 라고 스스로에게 속으로 꾸짖었다. 그러다 정적을 깨고 타츠미가 먼저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사실 아까 대화하고 있었을 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아까…? 나 넘어지기 전에 말하는거야?”

“응, 예전부터 느끼고, 오늘도 느낀 건데…최근에 서야 알았어. 나는 너가 후와랑 모모코시랑 친한 만큼도 안친하다는 걸 말이야.”

“으, 응? 그런가?”

“하하, 우습지. 나는 근래들어서 까지 너랑 제일 친한게 나인 줄 알았는데, 제대로 아는 것도 하나도 없고, 학교 이외에서 만났던 적도 없고…최근에 후와랑 대화하면서 그걸 알았어. 그래서 말인데, 아게하만 괜찮다면 다음 쉬는 날에 같이 사적으로 만나자고 하려고 했거든.”

“……!!!!”

“너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었어, 아게하. 물론 지금은 발목이 돌아오는게 더 먼저지만.”

“나, 나 튼튼해서 빨리 나을 수 있어! 이 정도는 롤러 타면서도 자주 다치던건데 뭐! 그, 그러니까 타츠미…나, 나 다 나으면 같이, 같이…둘이서….”

“응, 둘이서 만나자.”

평생 들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 당장에라도 뛰어다닐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아픔 같은 것은 다 사라지고, 내 눈에는 그의 미소만이 가득했다. 그의 미소가 다 낫게 해준 것 처럼 말이다. 두근거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또 바보같이 헤실헤실 웃어버렸다. 그는 빨리 나으라는 말과 함께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이 공간에 있었던 것이 불편했겠지, 그를 이해한다. 나는 그런 그를 잘 아니까, 그에게도 나를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꿈에서 꾸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이 마음 속에서 꽃피우며 만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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