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닐라의 책 이야기 # 07. 괴팍하지만 따뜻한 사람, 오베라는 남자

안녕하세요.

"한 톨 감성"을 가진 닐라의 책 이야기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이며, 언제나 제 리뷰엔 자세한 책의 이야기가 포함되어있어요! 스포주의!!

오늘의 책은 프레드릭 베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입니다."

책의 표지를 딱 봐도 오베라는 남자는 고집불통에 시니컬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요. 흥!! 화를 내는 모습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59세라는 나이 치고는 좀 더 많이 나이든 모습의 일러스트예요.

첫 시작 부터 오베라는 남자는 쇼핑몰의 직원과 실랑이를 하고 있습니다. 직원의 설명도 충분치 않았지만, 오베는 자신에게 뭔가 더 구매할것을 강요할것이다 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서 씩씩대며 화내는 모습이죠.

그는 매일 오전 6시 15분 전에 눈을 뜨고 마을을 순찰하기 시작합니다.

방문객 주차장의 불법주차한 차들을 확인하고, 쓰레기통을 살펴보고, 자전거 보관소도 확인하며 원칙, 질서를 지켜야한다며 언제나 마을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또 확인합니다.

하지만 원칙에 따르기만 하는 사람들은 없죠. 주거지역에서 운행금지라는 팻말을 무시한채 질주하는 사람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 자전거를 길가에 그냥 두는 사람, 오베는 이런 상황을 보자마자 달려나가 그들에게 원칙을 지키라고 화를 냅니다.

제가 예전에 살던 곳에도 이렇게 집 주변을 희번득하게 뜬 눈으로 온종일 감시!! 하던 분이 계셨던게 생각나네요ㅋㅋ

그 분이 이보쇼!! 라고 큰 소리를 칠때면 어깨가 움찔 떨리긴 했지만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고 주차를 제대로 하면 전혀 문제될게 없는 거였어요. 그 당시엔 좀 피곤하긴 했지만 그 분이 계셨기에 그 동네는 언제나 깨끗하고 평화로웠죠.

아내가 죽은지 6개월. 오베는 언제나처럼 그녀에게 오늘 하루 일어난 일을 말하며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하죠. 이웃에게 원칙을 지키라며 화를 내면서 오늘은 꼭 천장에 고리를 달거라고 집착, 다짐하던 모습이 사실은 자살을 하기위한 준비였다니...이것 또한 독특한 반전이네요.

오베의 평범하고 칼같은 일상은 새로 이사온 가족들에 의해 처참히 깨졌어요. 특히나 그 부부가 오베의 집 우체통을 차로 우그러뜨린 부분에선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어요.

그렇게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첫만남 후로 그들은 오베의 생활속으로 조금씩 스며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살을 포기하지 않은 오베는 목을 매달았지만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실패하고, 그 다음 자살 방법으로 열차에 뛰어들려다가 오베가 뛰어들기전, 그보다 먼저 한 남자가 병으로 쓰러져 선로에 떨어져 버린 바람에 그 사람을 선로에서 들어올려 구해주었습니다. 참 시트콤같은 장면이지 않나요?

아내를 그리워 하고 우울해하는 모습, 자살을 준비하는 모습들은 심각하게 보이지만은 않게 유머러스하게까지 묘사됩니다. 물론 실패하니까요.

그렇게 어이없게 자살에 실패하고 오베는 갑자기 영웅이라 불리며 기자가 집에 찾아오기까지 합니다.

그 질색하는 모습이란...기자를 차고에 가두기까지 한 장면은 유쾌하고, 어이없고, 웃기고

조용하던 일상이 여러 이웃들에 의해 시끌벅적하게 바뀌고 있어요.

그 와중에 예전 아내의 아버지가 키우던 고양이를 생각나게 하는 녀석이 스리슬쩍 오베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하고요.

◈ ◈ ◈ ◈

"하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예요" 그녀는 또한 그렇게 말했다. 자주. 예를 들면 의사가 4년 전 그녀에게 진단결과를 알려주었을때. 그녀는 자기가 오베보다 더 쉽게 신과 우주와 만물을 용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베가 대신 화를 냈다. 어쩌면 그는 사악한 만물이 자기가 만났던 단 한사람, 그에게는 과분했던 그 사람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였을 때, 누군가 그녀 편에서 화를 내야 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세상 전체와 싸웠다.

◈ ◈ ◈ ◈

오베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시비를 거는게 아니었어요. 원칙에 따라 옭은건 옳다고 하고,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싸웠던 겁니다. 물론 그런 모습이 괴팍한 노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어요.

오베라는 남자는 화를 내고 투덜거리면서도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이웃들의 간섭에 진절머리를 내고, 싫어하지만 오베는 그들에게 불퉁거리면서도 도움을 주고, 종내엔 마치 가족처럼 자연스럽게 섞여 들게 되었어요. 그리고 3년이 지난 어느날 오베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 즈음엔 약간 코가 시큰거릴 정도였어요.

언제나 세상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차 있는 그였지만 사실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에 관한 관심과 걱정이 지나친 간섭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표현을 잘 못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들의 일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데, 그 일상이 오베처럼 사고로 인해 몸이 불편한 아내를 챙기는데 온 힘을 다 쏟고 있는 와중이었다면 주변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긴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말투가 언제나 화를 내는것 같아서 그 의도를 오해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겠죠.

사람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친절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랜만에 읽은 재밌고 따뜻한 이야기 였습니다. 물론 초반엔 갑작스럽게 오베의 집에 난입한 이웃의 모습에 저조차 어이없긴 했지만요. 개인적으로 남의 집에 마구 들어오고, 과한 관심은 쓸데없는 간섭일지도 모르지만요. 그것을 불쾌해 하지 않고 서로 인정한다면 좋은 이웃이 될 수도 있겠죠.

지금 주변의 모습을 보면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 라고 생각되어서 오베라는 남자의 이야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것 같아요.

이 책으로 인해서 이 작가의 다른 이야기들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from http://vanillapepper.tistory.com/142 by ccl(A)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