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손석희 사장. 사건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며

아마 20년 전 무렵이었을 겁니다.

MBC 뉴스데스크에 새로운 메인 앵커가 등장했습니다.

선굵은 남성, 바리톤 음성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에게 이 남성 앵커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중년의 남성임에도 소년과 소녀를 믹스해 놓은 듯한 곱상한 얼굴, 날씬한 체격, 그리고 높은 톤의

청아하고 울림 깊은 목소리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찔러도 피한방울 나지 않을것 같은 도도하고 냉정한 아우라는 언론인으로서 그에 대한 신뢰를

한층 두텁게 해주었습니다.

이 중성적인 매력의 아나운서는 뉴스 시간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했고 공정했으며 단호했습니다.

특히 그가 뉴스 말미에 던지는 코멘트는 언제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감동을 주었더랬죠.

사람들은 그에게 환호했고 그는 대중의 여론을 주도하는 미디어의 확고부동한 선두주자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바로 손석희 jtbc 사장입니다.

과거 여야를 막론하고 그는 정치권 영입 '0순위'였습니다.

그는 수많은 정계의 러브콜을 무시하며 언론인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앵커에서 라디오 DJ, 그리고 프리랜서의 길을 걸으며 대학에서 언론분야 교수로 강단에 서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중앙일보 산하 종편 방송인 jtbc 언론부문 사장이란 직위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가 jtbc에 있으면서 막말로 소위 대박을 터뜨렸죠.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국정농단'을 특종 보도함으로써 jtbc를 공영방송을 능가하는 주류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급기야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꾸는 시금석 역할을 했었죠.

남자들에겐 신뢰와 닮고 싶은 인물이었고 여성들에겐 매력적인 흠모의 대상이었던 손석희 사장.

그가 지금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무슨 사건인지는 다 아실것 같아 사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경찰 조사를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분위기는 손석희 사장에게 상당히 불리합니다.

그가 말을 바꾼 정황이 여러번 있었고 관련 피해자들의 증언까지 속속 나오는 형편입니다.

심지어 그가 직접 말한 듯한 녹취록까지 공개가 되었습니다.

대중들은 그가 뺑소니를 치고 폭행을 했다는 것보다도 접촉사고 당시 그 밤에 차에 같이 있었던

동승자가 누구냐에 더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여성 아나운서의 실명이 공개되기까지 했고, 찌라시 수준의 유튜브에는 선정적인 콘텐츠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처음 손석희 사장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글을 팬카페에도 올리고

뉴스 시작과 동시에 자신을 변호하는 멘트를 날리기도 했습니다만

여론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사건이 이렇게까지 연일 떠들썩할 사안은 아닙니다만,

그 주인공이 깨끗했던 이미지의 손석희 사장이라는 점이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지 간에 손석희 사장은 이미지가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언론 보도의 댓글들을 보면 '이런 사람인지 몰랐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는 등의 비난섞인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일부 일간지들은 손석희 사장을 매장시킬려고 작정한 듯이 매일같이 새로운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동업자의 입장일텐데.....

우리는 유명인들을 볼 때 그 사람의 인성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이미지와 지위, 그리고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람을 판단할 뿐이죠.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보아왔던 손석희 사장의 이미지가 일반 대중이 생각한 그런 이미지와

전혀 상반된 인물일 수도 있다는 점이 그를 신뢰하고 흠모했던 많은 분들이 실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건이 처음 터졌을때 그에 대한 대응도 베테랑 언론인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죠.

타인의 존경, 그리고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쌓기 까지는 오랜 세월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루었던 그 모든게 무너지는 건 한순간에 무너지는 법입니다.

이를 경계하는 속담과 선조들의 가르침을 우리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습니다.

손석희 사장에 대한 경찰조사는 이제 시작입니다만

시작도 하기 전에 일반 대중의 신뢰를 너무 많이 잃었습니다.

경찰 조사와 이후 판결이 어떻게 나든지 간에 이전의 명성은 회복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어쩌면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경찰조사를 받은 후에 어쩌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속에서 참 언론인과 성숙한 공인으로서의 모습을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from http://oldarmy.tistory.com/86 by ccl(A)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