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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 vs LG 트윈스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전광판에는 ‘20년 불비불명不飛不鳴 웅비雄飛 삼성 라이온즈’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20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못했던 삼성이 드디어 힘차게 날아올랐다는 의미였다. - 양준혁. 삼성라이온즈의 첫 KS 우승을 떠올리며

승자는 감격의 눈물을, 패자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 역대급의 명경기이자 전설의 한국시리즈

2002년 11월에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 간의 KBO 한국시리즈. 1990년 한국시리즈 이후 양 구단이 가진 한국시리즈 리턴 매치이자 삼성 라이온즈의 칠전팔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시리즈로 유명하다.

김응용 감독 부임 후 정규 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두산 베어스에 밀려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쳐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고자 했던 그 해 최강 팀 삼성 라이온즈. 시즌 전 예상을 깨고 4위를 기록한 후, 심지어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고 정신력을 앞세워 준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김성근 감독의 LG 트윈스.

삼성과 LG가 포스트 시즌에서 만난 것은 5번째로, 2002 한국시리즈 전까지 삼성은 1993년 플레이오프를 빼면 1990년 한국시리즈, 1997~1998년 플레이오프에서 LG에게 졌다. 이 때까지의 포스트시즌 통산 전적은 5승 12패로 삼성이 열세였다.

객관적으로 압도적인 열세였으며 그나마도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르고 올라와 정상 전력이 아니었음에도 김성근 감독의 지략과 선수들의 정신력, 투혼으로 악전고투 끝에 2승 3패를 만들어 낸 LG 트윈스는 대구에서 열린 6차전에서 선전하여 9회초까지 스코어 9:6으로 앞서며 시리즈 전적 3승 3패 동률을 눈앞에 두었지만,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백투백 역전 홈런이 9회에 터졌다. 9회 말 김재걸의 2루타, 브리토가 이상훈에게 얻어 낸 볼넷에 이어 이승엽의 동점 쓰리런 홈런과, 마해영의 역전 끝내기 백투백 홈런이 터진 것. MVP는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한 마해영이 선정되었다.

1985년 통합 우승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번번히 정상의 문턱에서 주저 앉은 바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기적적인 첫 우승으로 인해 대구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환호와 감동, 여운이 남는 시리즈로 남게 되었으며, 비록 시리즈에서 패했지만 LG 트윈스로서는 6차전에서 보여 준 김재현의 투혼 등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패배였기에 LG 선수단은 물론 LG 팬들에게도 자랑스러울 만한 명승부였다.

그리고 6차전 경기 후 김응용 감독이 마치 야구의 신과 경기를 하는 것같았다고 말해 김성근 감독에게 야신이란 별명이 붙여지게 된 것으로 유명하다.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기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은 나중에 회고하기를, 6차전에서 백투백 홈런을 맞고 패하면서 본인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편 김성근 감독은 이 시리즈가 끝난 후 LG 트윈스의 감독직에서 전격 해임되었다. 이후 LG 트윈스가 포스트시즌에 다시 진출하기까지 무려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리고 11년 간의 봉인을 해제한 장본인은 김성근의 제자 중 하나인 김기태.

한편 (1985년의 통합 우승을 제외하고) 21시즌 만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극적으로 이룬 삼성은 이후에도 12년동안 우승을 여섯 번이나 더 달성했다. 이렇듯 2002년 한국시리즈는 삼성과 LG의 이후 행보를 극명하게 갈라놓았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한국시리즈가 있기 전에 2002년 초에는 대구 오리온스가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서울 SK 나이츠를 꺾고 창단 첫 프로농구 정상을 차지하였다. 그래서 2002년은 대구 연고 프로 스포츠 팀 2개가 우승한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상대는 모두 서울 연고 팀이었다. 즉, 대구광역시 프로 스포츠의 리즈 시절이었다.

이 해의 한국시리즈는 여느해보다 늦은 11월이 되어서야 열렸다. 부산 아시안게임으로 일정이 늦춰졌기 때문이다. 2014년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까지는 가장 늦게 끝난 한국시리즈였다.

1차전: 에이스 본능 엘비라 (삼성 승)

삼성은 방어율왕을 차지하여 에이스 역할을 해 준 나르시소 엘비라를 선발로, LG는 김민기를 선발로 기용했다.

1회초 선두타자 유지현이 2루타를 치고 이종열의 희생타와 박용택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먼저 내자, 삼성도 1회말 선두타자 강동우가 안타를 치고 나가고 3번 이승엽이 중전적시타로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팀 투수의 호투로 추가득점을 올리지 못하다가 5회말 선두타자 박정환이 2루타를 친 후 이어 강동우가 2점 홈런을 치며 더욱 달아났다. 거기에 6회말에는 틸슨 브리또가 이승호를 상대로 솔로홈런으로 한 점을 더 추가했다. LG 타선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9회초 1사 상황에서 교체된 노장진을 상대로 매니 마르티네스의 내야안타와 대타 김재현의 우전안타로 1사 1,2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후속타자 이병규가 삼진으로, 대타 이일의가 투수 플라이로 아웃되며 점수를 내지 못했다.

삼성 선발 엘비라는 1회에 1점을 주긴 했지만, 2·4·6·7회를 삼자범퇴로 막는 등 에이스 본능을 보이며 8⅓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반면 LG 선발 김민기는 4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2차전: 노장투수의 투혼 (LG 승)

삼성은 임창용을, LG는 라벨로 만자니오를 선발로 기용했다. 만자니오는 당시 만 39세(한국 나이로는 40세)로 2002 한국시리즈 출전 선수들 중 최고령 선수였다.

초반에는 양 팀 투수 모두 호투를 펼쳐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3회말, 볼넷 3개와 폭투로 삼성은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승엽의 희생 플라이로 1점만 내는데 그쳤다.

LG도 한동안 임창용의 구위에 밀리긴 했지만, 6회초 1사 상황에서 조인성이 솔로 홈런을 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면서 LG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2사 후 유지현이 안타로 출루하고 도루까지 하면서 임창용을 흔들었고, 이어 이병규가 적시타를 치면서 역전. 9회초에도 볼넷 2개와 폭투에 진갑용의 견제구가 빠지며 1점을 더 추가했다.

시즌 중에도 제구력 난조로 김성근 감독의 속을 태웠던 만자니오는 3회에 볼넷 3개를 내주는 등, 이 경기에서 7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주며 여전히 제구력 난조를 보였지만 강동우, 박한이, 이승엽 등 삼성의 좌타자에게 안타 1개도 내주지 않고 1실점으로 잘 막아 승리 투수가 되었다. 당시 39세 17일로 한국시리즈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을 경신했다. 만자니오에 이어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상훈은 2이닝 동안 실점하지 않으면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개인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

3차전: 위장선발 전병호의 깜짝 호투 (삼성 승)

LG는 최원호를, 삼성은 전병호를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최원호는 삼성전 성적이 좋았던 반면, 전병호는 LG전에서 평균자책점이 7점대로 안 좋았다. 때문에 위장선발 얘기도 나왔는데, 실제로 1회부터 배영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양팀 투수 무게감이 떨어지는 편이라 치열한 타격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그런 예상은 어긋났다.

삼성은 1회초 선두타자 강동우의 안타를 시작해 볼넷, 몸에 맞는 공, 마해영과 양준혁의 안타로 1회에만 4점을 내면서 최원호를 강판시켰다. 5회에 틸슨 브리또와 양준혁의 연속 2루타로 1점, 6회에도 박정환과 강동우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내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위장선발로 예상되었던 전병호는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5회 무사 상황에서 이종열에게 안타를 맞고 배영수로 교체되긴 했지만 1이닝도 못 채우고 강판된 최원호에 비한다면 호투를 한 셈. LG는 5회 이종열과 조인성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점수를 내는데 실패하면서 이후로는 더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여담으로 이 날은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이었는데 잠실 야구장 근처 고등학교에서도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가 있는 관계로 제2외국어 듣기평가가 실시되어서 10분 늦게 시작되었다.

4차전: 박한이와 마해영의 콤비 활약 (삼성 승)

1차전과 똑같이 LG는 김민기를, 삼성은 엘비라를 선발로 기용했다.

초반 승기를 잡은 건 삼성. 1회에만 마해영의 2루타와 김한수의 밀어내기 볼넷 등을 포함해 안타 3개에 볼넷 2개로 2점을 냈고, 2회에 투수 장문석의 실책으로 출루한 박한이가 마해영의 안타로 득점하면서 2회초까지 3점의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2회말부터 LG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매니 마르티네스와 이병규가 1점을 합작하고, 3회에는 유지현과 박용택이 1점을 더해 1점차로 바짝 추격했다. 그리고 5회에 유지현이 다시 출루하면서 삼성 엘비라를 강판시켰다. 그리고 이어 등판한 임창용을 상대로 박용택이 2루타를 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7회말 LG는 권용관이 기습 번트로 출루하고 유지현이 투수 임창용의 글러브를 맞고 튀어나가는 행운의 안타로 출루하고 이종열의 희생번트가 수비 실수로 행운의 안타가 되면서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박용택이 1루 땅볼을 치면서 3루 주자 권용관이 홈에서 아웃, 마르티네스는 삼진, 김재현은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그리하여 다시 기회를 잡은 건 삼성. 8회에 등판한 마무리 이상훈을 상대로 박한이가 2루타를 치고, 마해영이 담장을 맞추는 적시 결승타를 날렸다.

4차전이었는데다 아직 경기가 남아 있음에도 양 팀 모두 내일 경기는 없다는 듯이 총력전을 펼쳤다. LG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혈투를 치뤄 왔지만 당시 포스트시즌 최다 투수 기용 타이인 7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삼성 역시 5회에 임창용을, 7회에는 마무리 노장진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특히 5차전 선발로 예상되었던 임창용의 투입은 그야말로 한국시리즈 전체를 건 도박이었다. 동점타를 맞은 임창용은 이후 실점을 안 했기 망정이지 여기에 역전을 허용했더라면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에도 패전 투수가 되면서 부진했던 임창용으로써는 치명타가 될 뻔했다.

5차전: 케네디 스코어, LG 기사회생 (LG 승)

LG는 2차전 선발이었던 라벨로 만자니오를, 삼성은 오상민을 선발로 기용했다.

삼성은 1회초에 마해영의 2점 홈런으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1회말 이종열이 안타로, 매니 마르티네스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폭투로 2사 2,3루의 상황에서 박연수가 적시타를 날리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3회말에도 볼넷 2개로 1사 1,2루의 기회에서 최동수의 적시타로 역전하고 이어 배영수의 폭투로 2루주자였던 이병규가 득점하면서 순식간에 2점차로 달아났다.

4회초 삼성도 무사 만루의 기회에 박정환의 희생플라이와 김종훈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로는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다시 LG가 기회를 잡았다. 6회말 2사 후 유지현이 2루타를 치고 나가고 3루 도루를 성공하고, 전병호의 폭투로 득점하면서 다시 리드를 이어갔다.

7회말 2사 만루의 상황에서 이종열의 안타로 LG가 7:4로 달아났고, 8회말 최만호가 2루타로 출루하고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로 4점차까지 벌렸다. 9회초 마해영이 이상훈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치면서 1점차로 좁힌 채 이상훈을 강판시켰으나, 승부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다.

삼성의 패인은 9개의 사사구를 남발하고 폭투 3개에 실책까지 저지른 배터리에 있었다. 선발 오상민이 1이닝도 못 채우고 조기 강판당하고, 2번째로 등판한 김현욱도 1이닝만에 교체, 4번째로 등판한 배영수는 볼넷을 남발하는 등, 이날 등판한 삼성 투수들 대다수가 도망치는 투구를 하면서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

한편, LG도 든든한 마무리였던 이상훈이 홈런을 맞는 등 과부하의 징조를 보이는 바람에 5차전을 이긴 후에도 찜찜한 구석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양 팀은 다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맞붙게 된다.

6차전: 그것은 전설의 끝내기 백투백 홈런, 사자 마침내 한을 풀다 (삼성 승)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

삼성은 전병호를 선발 투수로 올렸고 LG는 신윤호를 선발 투수로 올렸는데,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타격전이 이어졌다. 2회초 최동수의 3점 홈런으로 LG가 선취점을 올렸지만 2회말 박한이가 2점 홈런으로 따라잡고 3회 양준혁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4회초 조인성의 적시타로 LG가 1점 역전하자, 4회말 진갑용, 박정환의 연속 안타로 삼성이 다시 역전했다.

그러다 6회초 김현욱을 구원 등판한 노장진을 상대로 조인성의 안타로 동점을 만들고, 대타로 들어선 김재현이 2타점 적시타로 LG가 다시 역전했다. 2루타성 타구였음에도 당시 고관절 부상 때문에 절뚝거리며 1루까지 밖에 가지 못한 김재현의 투혼에 힘입어 LG는 8회초 노장진의 난조로 2점을 추가, 4점차로 점수를 벌렸다. 8회말 삼성은 마해영과 양준혁의 안타와 김한수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며 3점차로 추격했지만,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9회말, LG 마운드에는 당연히 마무리 이상훈이 올라왔다. 팬들은 물론이고 김응용 감독과 삼성 선수들마저 7차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선발 요원인 엘비라도 불펜에서 잠깐 몸을 풀다가 패하는 분위기인 거 같아서 다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9회말 삼성의 선두 타자는 대수비 요원 김재걸이었다. 그 누구도 LG 트윈스의 6차전 승리을 의심하지 않았던 이 타이밍에 김재걸이 친 타구는 중견수 쪽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가 되었고, 여기서 전설이 시작되었다. 아니, 강동우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브리또가 볼넷을 얻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LG의 6차전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브리또의 다음 타자는 당시 KS에서 삽질 중이었던 이승엽이었다. 시즌 MVP가 유력했던 그였지만 한국시리즈 때 이승엽은 20타수 2안타의 극단적인 타격 부진을 겪고 있었다. 완전히 약점잡혀 LG 투수라면 누가 올라와도 못 칠 것만 같았지만, 김응용 감독은 이승엽을 또 내보냈다.

그리고 이승엽은 이상훈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쳤고,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다.

이승엽에게 쓰리런을 얻어맞은 이상훈이 결국 강판당하고 최원호로 투수가 교체되었는데, 이상훈이 등판했을 때만 하더라도 LG 불펜은 대부분의 투수를 소모했기 때문에 불펜에 아무도 없었다. 불을 끄기 위해 최원호가 제대로 몸도 풀지 못한 채 이상훈을 구원하러 부랴부랴 올라왔던 것. 그리고 후속 타자는 시리즈 내내 24타수 10안타라는 엄청난 타격감을 자랑하고, 잠실 5차전에서 케네디 스코어까지 끌고 간 3점 홈런을 친 적이 있던 마해영이었다. 마해영은 최원호의 3구를 받아쳤고, 그 타구는 우측 외야를 향해 뻗어가더니 이승엽의 타구가 날아간 곳으로 또 한 번 날아갔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우승확정 끝내기 백투백 홈런이 터지면서 마침내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도 한국시리즈 정상 문턱에서 번번히 주저앉아 수차례 눈물을 흘린 명가의 상처난 자존심이 회복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삼성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달구벌의 저주'도 풀렸다.

우승 후 이승엽과 양준혁이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시리즈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처음으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 축포가 터졌다. 또한 이 날 11월의 추운 날씨에도 야구장에서 열심히 응원을 한 대구 시민들도 21년의 한을 씻어내려는 듯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낸 모습도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 마해영에게 홈런을 얻어맞고 결국 무너진 최원호는 마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마해영은 선수들과 격하게 부둥켜 울다가 몰려드는 선수들과 충돌해 그만 안경을 잃어버렸다. 당시 영상을 보면 마해영은 모두가 기뻐하는 와중에도 두손을 동그랗게 모으며 절박하게 안경이 어딨냐고 묻고 있다.

마해영은 2001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타자가 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차이가 있다면 2001년에는 두산의 우승을 확정짓는 삼진의 희생양으로 쓸쓸히 물러난 반면, 2002년에는 끝내기 홈런으로 팀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지은 영광의 주인공이었다는 점.

2002년은 월드컵 열풍과 아시안게임 으로 인해 프로야구 관중수가 최하를 기록하고 침체기였지만, 이 때 한국시리즈 6경기는 전부 매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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