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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살해: 김 양·박 양의 '죄수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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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발생한 '인천 동춘동 초등생 유괴 살인 사건'이 세간에 준 충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만 17~18세 여학생이 백주대낮에 초등학생 여아를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고, 시신의 일부를 주고받은 사건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허준서)는 지난 22일 주범 김 모 양에게 징역 20년 형을, 공범 박 모 양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선고 가능한 가장 무거운 양형을 선고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사건 자체의 충격 못지않게 만 18세를 갓 넘은 공범 박 양에 대한 법적 쟁점도 대단히 치열한 논쟁의 대상입니다. 박 양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따라서 조만간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판 보도 관계상 제1심 재판을 직접 방청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필명 '리라'님의 블로그에 자세히 기록된 속기록(링크 클릭)을 참고해 이 사건의 진행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사는 리라님의 속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기사임을 말씀드립니다. 이 기사에서는 주범 김 양의 공판기록을 분석했습니다.

김 양, 박 양의 '모르쇠'에 "당신은 기억력 좋다" 추궁

'인천 동춘동 초등생 유괴 살인 사건'의 피고인들인 주범 김 양과 공범 박 양의 관계는, 단순히 '언니 동생'이나 '친구 사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두 소녀는 기성세대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문화들이 깊이 개입돼 형성된 관계였기 때문이다.

김 양은 박 양과의 관계에 대해 "연인 관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베네치아 점령기'라는 자캐 커뮤니티에서 만났다"고 설명했다. 박 양은 7월 12일 김 양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이를 인정했다.

주범 김 양의 셀카 사진

'자캐 커뮤니티'란, "각자가 '자캐(자작 캐릭터: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을 만들어, 특정 세계관에서 그 자캐로서 다른 사람들의 자캐와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말한다.

예를 들어 김 양과 박 양이 만났던 '베네치아 점령기'는 마피아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었고, 자캐들은 마피아 집단별로 대립과 협상을 주고받는다. 각자는 마피아의 일원으로서 '자캐'를 만들어 그 '자캐'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김 양과 박 양은 이후 급격히 친해졌다. 김 양은 "박 양과 계약연애 관계였고, 박 양이 기습적으로 스킨십을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 양은 "기습 스킨십은 김 양이 했고, 연인 사이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김 양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김 양이 다른 사람에게 제시한 "박○○과 계약연애를 하게 됐다"는 물증을 제시했다.

검찰은 "두 사람은 계약연애 관계고, 박 양이 남성 역할을, 김 양이 여성 역할을 하면서, 김 양이 박 양에 종속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계라면, 박 양은 김 양에게 살인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검찰 "계약연애 관계상 남성 위치에 있는 박 양이 김 양의 범행 사주"

검찰이 박 양을 추궁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물론, 박 양은 대부분 부인했다.

▲ 박 양은 김 양에게 "나는 조폭과 관련이 있고, 옆에서 조폭의 '작업'을 보았으며, 내가 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 박 양은 김 양에게 "반은 메스로 포를 뜨고, 나머지 반은 망치로 으깨어 죽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 박 양은 김 양에게 "내게는 A와 J라는 인격이 있다"며, "J는 살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양은 다른 사람에게 이에 대해 하소연하며 "안전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정을 못 뗀다. 저 사람(박 양)은 전과가 있어도 안 이상하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

김 양이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는 장면이 담긴 엘리베이터 CCTV

▲ 김 양은 박 양을 좋아하게 됐고, 박 양은 김 양의 연애감정을 이용해 "살인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손가락을 가지고 오라"는 등의 말을 한 적이 있다.

▲ 피해자를 살해한 날, 김 양은 "우리 집에서 운동장이 보인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 양은 "그럼 그중 하나는 죽겠네"라고 답했다.

(※ 기자 주: 박 양의 반박 취지는 "현실의 이야기가 아닌 자캐 커뮤니티상 이야기를 한 것이고, 리얼리티를 즐기기 위한 차원의 이야기였다"는 것이었다.)

▲ 김 양의 휴대전화에는 1만 페이지에 달하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박 양의 휴대전화에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 박 양은, 김 양으로부터 받은 피해자의 손가락에 대해 "쿠키나 초콜릿인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 양은 김 양으로부터 받은 것을 화장실에서 확인했다.

▲ 경찰에 체포된 김 양에게, 박 양이 한 말은 "무슨 일이 있느냐"는 것이 아니라 "많이 무섭지? 진정해"였다.

김 양과 박 양의 대화: 죄수의 딜레마

재판부는 김 양과 박 양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재판부로서도 두 사람의 직접 대화를 통해 각각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 양: (당신은) "예전 일이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 기억에는, 당신은 스스로 "기억력이 좋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 양: …. 김 양: 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당신에게 말했다. 그때 당신은 "나는 언제 일어난 일을 영상처럼 기억한다"고 말했다. 박 양: 그런 적 없다. 김 양: 사실대로 말해 달라. 박 양: 거짓말 아니다. 김 양: 당신은 "내가 술에 취해 있을 때 넘어진 것"을 말한 적이 있다. 그게 기억력이 좋아서 그런 것 아니냐. 당신은 장소까지 기억하고 있었고,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신은 주관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가? 박 양: 모르겠다.

두 사람의 상황은 쉽게 말해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고 볼 수 있다. ▲박 양은 대체로 "그런 적 없다"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는 등 일관적으로 범행을 부인하지만 ▲김 양은 "당신은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는 추궁을 하면서 거짓말을 한다고 추궁한다.

주범 김 양(좌)과 공범 박 양(우) ⓒKBS

주범 위치에 있는 김 양은 "박 양이 내게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죄책을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박 양은 "나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범행과의 연관성을 부인한다.

즉, 혼자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밀다가 책임이 더 무거워지는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진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진심어린 반성의 의사를 표했다면, 조금이나마 유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양과 박 양은 자캐 커뮤니티에서는 고위급 마피아였는지는 몰라도, 현실에서는 전형적인 나이 어린 피고인에 불과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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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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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살해 주범 "내가 정상이라고?" vs 증인들 "김 양은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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