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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토픽셀프 2019. 1. 17. 23:29

58.

* 진행:

전우치

(가을하늘이 예쁘길래 날씨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호텔에서 너를 데리고 나와 막상 옥탑방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바람이 찼다. 서둘러 주변을 데우면서도 흘끗 네 안색을 살핀다) 큼, ....그새 추워졌네.

화담

(제가 가진 술의 힘으로는 더 이상 제 몸 하나 따뜻하게 하기도 힘들었다. 네 옆에 꼭 붙어서, 네 쪽에 있지 않은 손으로는 연신 제 목을 쓸며 골목을 걷는다)

전우치

(저 위쪽에 빼끔 보이는 옥탑방을 한번, 네 옆얼굴을 한번, 목덜미에 얹힌 네 손을 한번 보았다가 속삭이듯 말을 꺼낸다) 왜. 뭐 불편한 점 있는가?

화담

(손을 내리지 않은 채 다만 쓰다듬던 움직임만 멈춘다. 너를 올려다보며) 조금, 어색하구나.

전우치

.......? 다시 채워줄까?

화담

(바로 손을 내리며) 이대로가 좋다.

전우치

응. (살짝 웃고 고개 끄덕인다) 그나저나 에어컨 놓는다고 집을 비웠는데, 벌써 이렇게 추워졌으니 어쩌나... ....으음.

화담

(손을 몇 번 꼼지락대다 네 손을 깍지 껴 잡는다) 네가 있으니 나는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성 싶구나.

전우치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가 이내 반달로 휘어진다. 걸음걸이 조금 서두르며) 그렇지. 내가 있을 것이니. ....해서 말인데, 집에도 욕조를 하나 들일까?

화담

그럴 만한 공간은 되느냐?

전우치

넓히면 되지. (문득 꿈속에서 어렴풋이 보았던듯한 작은 욕조를 떠올리고 재차 고개 끄덕인다) 될걸.

화담

(굳이 화장실을 넓히면서까지 욕조를 들여야 할 이유가 있는지 생각하며) 할 수 있다면 네 원대로 하련.

전우치

흐흥. (옥탑방 올라가는 계단실 문을 열어 네가 들어갈 길 터주며) 화담은 높은 의자가 편한가, 바닥에 앉는 게 편한가?

화담

(잠시 가만히 서서 계단 저 끝을 올려다보다, 맞쥔 손을 풀어 난간을 잡고서 천천히 오르며) 바닥에 앉는 편이 조금 더 낫다마는, 왜 이러한 것들을 묻는 것이냐.

전우치

(네 뒤에 바짝 붙어 느리게 따라올라간다) 그냥. 집안을 좀 꾸며볼까 해서...

화담

갑자기 무슨 일로, 아가.

전우치

으음. 그것도 그냥. 왜, 싫은가?

화담

네 하지 않던 짓을 하니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

전우치

별 이유는 없는데....

화담

(...? 흘끔 뒤를 돌아보았다 곧바로 앞을 본다. 또 저는 모를 어떤 변덕 때문이겠거니, 라고 여기며 계단실 끝 문을 열고 발 내디딘다)

전우치

싫은 것은 아니지? (등뒤로 문닫으며 익숙한 옥상에 올라선다. 방 밖으로 달린 실외기를 확인하고 현관문을 열어보는)......음. 냉골이네.

화담

(현관문을 열면 냉기가 스멀거리며 빠져 나온다. 여름에는 다른 곳보다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추운 이곳에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어디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지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막막하다. 네 옆에 붙어

화담

서며) 여기를 꾸민다고 괜히 어질러 놓지만 않겠다면 싫어할 리가 있겠느냐, 우치야.

전우치

흐응. (손끝 딱딱 튕겨 불을 켜고 안을 데우며) 어지를 리야 없지. 있던 것을 바꿀 뿐인데.

화담

(그래서 불안하다는 것을 네게 말을 할까 잠시 고민한다. 완전히 공기가 데워지기 전까지 네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들며) 아예 방 자체를 바꿔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전우치

어떻게? (한껏 다정스런 시선으로 너를 내려다본다) 어떻게 바꿔줄까, 화담.

화담

(너의 그 시선이 조금은 부담스러우면서도 싫지는 않다. 마주 올려다보며) 화려한 방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이곳보다 살기에 편한 곳이면 좋겠구나.

전우치

그대가 살기에 편한 곳이면...어떤 곳인가, (손뼉 한번 가볍게 치면 욕실 문이 고동색 원목의 새것으로 갈아끼워진다) 원하는 바를 말해주어야 내가 알지.

화담

(고개를 살짝 빼 바뀐 욕실 문을 본다. 마음에 완벽하게 드는 것은 아니었으나 썩 괜찮다. 거실 벽지를 쳐다보다 언뜻, 제가 아직 '사람이었을' 적 살던 곳을 떠올린다. 잠시 뜸 들이다 조용히) 하얀 창호지를 벽에 발라다오.

전우치

흐으음. (누렇게 뜬 벽지, 촌스럽게 안어울리는 포인트벽지를 눈으로 훑다 손끝 들어 느린 손짓을 내젓는다. 하얗게 판판한 벽지로 천장이며 벽을 깔끔히 바르고) 그리고?

화담

(깔끔하게 바뀌는 벽지가 마음에 찬다. 네 물음에 바로) 옷장 근처에 얇은 판목을 세워주련.

전우치

(가리개처럼 말이려나, 눈 가늘게 뜬다) 그것은 무엇에 쓰려고?

화담

하면 내 옷을 갈아입을 적마다 구경하려 하였느냐?

전우치

구경이라 하면 듣기 이상한데....내가 보는 게 싫어?

화담

내가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 싫단다. (부러 구경이란 단어를 반복하여 말한다)

전우치

난 보기 좋은데... (망설이다 재차 묻는다) 정말 그리도 싫은가?

화담

(너를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고 제가 싫어하는 것은 싫어하는 것이다. 딱 잘라) 싫고 불편하다.

전우치

(쓰읍, 입맛 다시곤 아쉬움 역력한 손짓을 옷장으로 향했다. 옷장은 검게 옻칠한 자개농으로, 그 앞에 네 가슴께까지 올라올 작고 검은 나전칠기 병풍을 놓고 힐끗 네 반응 살핀다) 어떠한가.

화담

(네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러운 어조로) ...보기에는 어여쁘나 이 방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구나.

전우치

으으으음. (맘에 드는데. 미간을 살짝 좁힌다) 어떤 점에서?

화담

초라한 곳에 옷장과 저것 하나만 화려함을 뽐내고 있으니, 어느 누가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느냐?

전우치

침대도 괜찮지 싶은데. 또 어느 것이 초라한가...?

화담

다른 것은 괜찮으나 이런 옥탑에 저런 옷장과 병풍은 과하다는 소리란다. 이 방 자체가 누추하지 않느냐, 내 아가야.

전우치

그래도 예쁜 게 좋잖아. (고집 부려 부엌쪽으로 손을 내젓는다. 역시 자개장식된 낮은 상을 하나 불러와놓고) 저것도 놓을 건데.

화담

(생겨난 상 역시 자개장식이 되어 있자 야트막한 한숨을 내쉰다. 평범한 가정집이었다면 그나마라도 이해가 가겠으나 좁은 옥탑방에 저런 것들을 놓는 너의 생각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말리려는 것을 단념하며) 네 알아서 꾸며보련.

전우치

음. (꿋꿋하게 상 앞으로 다가가 주섬주섬 이것저것 늘어놓는다. 붓 대여섯자루, 먹과 벼루. 종이 몇 권 올려놓고 상 앞에 앉아 너를 멀뚱히 올려다본다)

화담

(지필묵을 펼쳐놓는 너를 의아하게 쳐다보고 서 있는 채로) ...무엇이니.

전우치

이리 와 앉아보시게. (팔랑팔랑 손짓해 부른다)

화담

(네 손짓에, 미심쩍어 하면서도 군말 없이 네 맞은편으로 가 정좌한다)

전우치

(상 아래서 도톰한 방석 하나 네쪽으로 밀어주며) 상 높이는 알맞는가?

화담

(네가 밀어준 방석을 밑에 깔고 고쳐 앉는다. 왼팔을 상 위에 얹었다가 잠시 후 도로 내리며) 그런대로 맞는 것 같구나. (꼬박꼬박 얌전히 답한다)

전우치

흐응. (환히 웃고 붓과 벼루를 네 좌우에 자리시킨다) 그대가 쓸 자리일세.

화담

(일순 눈이 둥그레진다. 너와 필묵을 번갈아 보기를 몇 번, 무척이나 의아해하는 목소리로) 무어를 위해 말이냐.

전우치

그냥 뭐... (애매하게 눈을 굴린다. 그냥, 단정히 앉아 글을 썼을 화담이 보고싶었을 뿐인데. 뭐라고 해야하나) 심심할 것 같아서.

화담

(네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내린다. 세필 자루를 손가락으로 살살 굴려본다. 묵묵히 있다 갑작스레) 내 적적해 하는 것이 보기 싫어 이것들을 준비하였다는 것을 듣자는 게 아니란다, 우치야. 내 무어를 위해 붓을

화담

들었으면 하는지, 그것을 묻는 것이다.

전우치

꼭 무엇을 위해야만 쓰는가? (다시 멀뚱한 얼굴이 되었다. 너는 글쓰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괴로써 오레 사느라 선비의 성정도 깎여나간 것일까, 불안한 눈으로 네가 쥔 붓자루만 응시한다) 뭐, 일기라던가....

화담

(붓자루에서 손을 떼 앉은다리 무릎 위로 내린다. 붓과 먹과 종이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마음에 피어올랐던 것은 익숙함이나 반가움이 아닌, 낯설음과 거리감이었다. 하얀 종이를 내려다보며) 생각이 날 때마다 쓰도록 하마.

전우치

(내가 내민 것들을 보고도 네가 기뻐하지 않아 단순하게 조금 섭섭했다. 그러나 이것은 너를 배려한 선물이라기보다도 내가 보고자 했을 뿐이니까,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 달래보며) 응... 그리고 또 무엇을 둘까. 필요한 것 있는가?

화담

(제 무릎을 만지작대며 바뀐 옥탑방 안을 형식 상 둘러보고는) 이제 되었다. 내 생각은 말고 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들이거라. 너도 이제 예서 살 것이 아니더냐.

전우치

(자개장식 화려한 상 위에 양팔 올려 예쁘게 팔꿈치 괴고 내 얼굴 밑에 곱게 꽃받침하며 마주본다) 내가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는가?

화담

(꽃받침하고 저를 쳐다보는 네 모습에, 자개장식 상이 이곳에 어울리지 않노라고 방금까지 품었던 생각을 곧바로 버린다. 네 오똑하니 역시나 어여쁜 콧날을 둘째 손가락으로 쓸어 내리며) 그래. 나와 함께.

전우치

으흐흥. (손끝따라 말갛게 웃으며 콧잔등 찡긋거린다) 뭐 읽고싶은 책이라던가, 그런 것 있으면 말해보시게. 가져다둘테니.

화담

(네 콧방울을 두세 번 두드려보다 손을 내려, 이제는 네 부드러운 입술을 느리게 쓸어본다. 발간 점막이 드러나도록 아랫입술만 아래로 내려본다. 이러면 제 아무리 너라도 미워 보이고 흉해 보이겠지, 싶었는데 여전히 너는 곱게 보인

화담

다) ...... (몹시도 고운 네가 갑작스레 탐탁지 않아 손을 거두어 버리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은 이미 다 읽은 지 오래다.

전우치

(네가 손을 거두면 쭉 내밀어졌던 아랫입술이 춥, 돌아온다. 눈 가늘게 떴다가 슬쩍 네 옆자리로 다가앉으며) 과연 화담이야. 허면 책도 아니 읽고 글도 아니 쓰고, 무엇하고 지냈는가. 그 오백년을?

화담

(슬쩍 몸을 기울여 네게서 멀어지며) 이 일 저 일 하며 다시 너를 만날 때만을 고대하며 지냈다.

전우치

(그랬겠지, 봉인이 풀리기를 기다렸을테니. 상에서 팔꿈치 거두고 네게 좀더 바짝 다가붙는다) 내가 아니라 피리였겠지마는. 흐으응...

화담

(네 관자놀이쯤에 손가락 얹어 반대쪽으로 밀어내며) 한 번 더 그만한 세월을 홀로 보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때에는, 오직 너만을 생각하며 지내도록 하마.

전우치

아이....왜 밀어내는가, 자꾸. (능청스레 손을 뻗어 네 허리 옆으로 짚으며) 지금은 내 생각하지 않구?

화담

(밀어내는 손 떼지 않은 채, 다른 손으로 제 몸 살짝 뒤를 짚는다. 네 뒷머리를 차근차근 쓰다듬으며) 어떨 것 같으니, 내 아가야.

전우치

(네가 손 치워주길 얌전히 기다리며 사근사근 웃는다) 글쎄에. 내 그대 머릿속은 들여다볼 수 없으니.

화담

(너를 쓰다듬는 손길을 떼지 않으며 그대로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내린다. 제 손은 네 뒷목을 거친다) 생각하지 아니한다면. (자못 진지하게 내뱉는다)

전우치

으음. (살짝 어깨 움츠렸다가 눈 가늘게 뜨고 골똘히 쳐다본다) 내가 눈앞에 있는데, 날 마주하고 무슨 다른 생각을 하는가?

화담

(네 눈빛이 변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정 불안하면 맞춰보려무나. 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전우치

누구 생각해. (느리게 손을 올려 셔츠 위로 네 허리께 문지르며) 무슨 생각해?

화담

(순간 앞으로 작게 움츠러드는 몸. 네 목을 살살 쓸어내리던 손을 아래로 내려, 제 허리를 문지르는 너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 상 위에 올려놓는다. 너를 상대로 더 농을 쳤다가는 고생할 것이 보여 그만두기로

화담

하며) 네가 아니면 내 무엇을, 누구를 생각하겠느냐.

전우치

(그제야 빙그레 웃음기 띄우곤 네 허리 양팔로 와락 끌어안으며 내 체중 온전히 실어버린다) 으응! 그치? 화담한테는 나밖에 없지이.

화담

(뒤로 크게 떨어진 곳에 두 손을 황급히 짚어 네가 실어오는 무게를 버틴다. 표정으로 힘든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말씨만큼은 나긋하게 하여) 네게도 오직 나 하나밖에 없는 것이고?

전우치

그럼. 그대밖에 없지. (바짝 몸붙여 네 콧등에 쪽 입맞추고 실쭉 웃는다) 알면서 묻는가.

화담

(두어 번 코를 찡긋거린다. 팔이 조금씩 부들거리기 시작한다. 네 몸 옆으로 다리를 세워, 무릎으로 네 옆구리를 툭툭 치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

전우치

(네가 세운 다리사이로 조금 파고들어 자리해 앉으며) 으흠. 글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화담

(팔을 살짝, 아주 살짝 굽힌다. 힘이 든다. 네 옆구리를 치는 걸 그만두지 않으며) 떨어져서 함께 생각해 보자꾸나.

전우치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설명되지 싶은데. (끌어안은 채 몸 틀어 네 등허리를 상에 기대주며 앞머리 살짝 쓸어넘겨본다) 안그래? 흐흥.

화담

(엉겁결에 네 팔뚝을 그다지 세지 않은 아귀힘으로 붙잡는다. 상 가장자리가 등에 배긴다. 불편한 양 잠시 몸을 꿈쩍거린다) 충분치 아니한데.

전우치

그러면 무엇이 있을까... (천연덕스레 고개숙여 네 볼에, 수염자란 아래턱에, 목덜미에 연거푸 쪽쪽 입맞춤 부비며) 말해보시게. 화담.

화담

네 스스로, 알아내 보련. (수염 자란 곳에 네 입술이 닿으면 간지러워 하면서도 얌전히 참아낸다. 정해진 수순을 밟는 양 네 등을 감싸 안다가 문득, 나이에 생각이 닿자 경직한다. 네 두 어깨를 붙잡아 제 몸에서 떼어

화담

낸다. 네 곱고 무엇보다 맨질한 얼굴을 찬찬히 살핀다)

전우치

으으흠. (목덜미 여린살을 빨아물려 막 입을 벌렸다가 네가 떠미는대로 고개를 들었다. 수염날 기미조차 없이 맨질한 얼굴로 영문모를 웃음 방긋 지어보이며) 응?

화담

(맨들거리는 얼굴로 해맑은 표정 짓는 너를 보자 낯설은 감정이 든다. 이미 오래 전에 바닥이 드러난 죄책감 따위는 아니며 다만 궁금증과 또 무엇이다. 네 왼뺨을 오른손으로 덮으며) 몇 살이니, 아가.

전우치

으움. (더듬더듬 옆구리 더듬어 네 아랫배를 짚고는 셔츠단추를 하나둘 풀어올린다. 태연스레) 어른이야. 어른.

화담

(단추를 끄르는 것을 제지하지는 않으나 네 얼굴에서 여전히 눈을 떼지 못한 채) 열아홉은 되었느냐.

전우치

(아마 그쯤일 것이다. 그 아래였던가, 그 위였던가, 굳이 고민하지 않고 셔츠 아래로 손 밀어넣어 네 부드러운 아랫배를 문지르고 바지춤을 쥐었다) 그러엄. 물론이지.

화담

(조선시대의 법도로 따져도 이 시대의 법으로 따져도, 형식상으로나마 꺼려해야 마땅할 문제도 없다. 네가 바지춤을 쥐는 걸 알고 있음에도 떼어내지 않은 채, 네 얼굴을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네 콧등에 내리누르듯 입술을 갖다댄다)

전우치

흐흥. 내 나이가 신경쓰였어? (배시시 웃으며 네 입맞춤을 받았다. 귀엽긴, 네 배꼽 아래쯤을 검지 끝으로 슬슬 문지르다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린다) 몇 살이었대도, 인제는 오백쯤 더해야지.

화담

(네 손가락이 배꼽 근처에서 노닐면 아랫배에 힘이 들어간다. 바지 지퍼가 내려가자 얕은 한숨 섞어) 지치지도 않느냐. (그러나 책하는 것이 아닌 말투.)

전우치

젊으니까. (태연히 받아치며 속옷 밴드 만지작거리다 손을 위로 올린다. 네 셔츠 아래로 가슴께 낮은 둔덕을 어루만지며 살갑게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좋지?

화담

(네 손이 맨 가슴을 매만질 때, 그 때에 퍼지는 온기가 간지럽고 좋아 나직한 비음을 흘린다. 그러다가도 좋지. 그 말에 손등으로 네 입술을 아프지 않게 친다. 부러 표정을 굳히고) 나는 늙었으니, 더 볼 일이 없겠구나. 흠?

전우치

웁! (가득 찡그렸다가도 네 이어지는 투덜거림에 흥 웃고 만다. 가슴 위를 살살 더듬어 젖꼭지를 쥐고) 화담이 늙었나?

화담

하읏......, (이제는 거부감 하나 끼어들지 않고서 오롯하게 올라오는 감각에, 거리낌없이 작은 탄성을 터뜨린다. 몸을 살짝 동글게 만다) 너의, 배가 넘지.

전우치

그으래...? (그닥 개의치는 않는 투로 받곤 큰 손 한껏 뻗어, 손안에 차기에는 부족한 가슴을 그러쥐었다. 힘있게 주물러올리며 속삭이듯 목소리 낮추어) 그래서 싫은가, 화담?

화담

(정성스런 애무가 아닌 손길에도) 아, 흐으, (작은 소리도 못 되는 신음이 샌다. 네 옆구리나 허리, 그쯤을 더듬어 붙잡는다) 싫지 않다.

전우치

그치, 좋지? (만족스레 입꼬리 올렸다가 바짝 다가앉아 네 엉덩이 밑으로 내 허벅지 밀어넣는다. 꿇어앉은 위로 앉힌 모양 하곤 고개숙여 네 귓바퀴 살짝 빨아당기며) 좋다구 말해보시게. 응...

화담

(네가 다리를 아래로 밀어넣으려 들자 몸을 약간이나마 들어준다. 손을 올려 네 가슴께를 제 두 팔로 두르며) 그래도, 좋다.

전우치

으음. (나직하게 가르랑거리듯 웃곤 네 뒤로 손을 감아 뒷목을 살살 쓸어내린다. 천천히 몸을 세워 네 몸을 상 위로 느릿하게 올리는) 이것도, 좋지. 나랑... (입가 살짝 핥아 축인다) 하는 거.

화담

(뒷덜미를 쓸어내리는 손길에 움찔, 몸이 가볍게 튄다. 상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스치나 네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치부한다. 자연스레 천천히 벌어지는 다리를 굳이 오므리지 아니한 채, 그러나 네 눈을 바로 마주하지는

화담

못한 채) ......싫지는, 않다.

전우치

(눈도 못 마주치고 웅얼거리는 모양이 마음에 꼭 든다. 허리 양옆으로 벌어진 네 허벅지 안쪽을 진득하게 쓸어내리며, 턱짓으로 아랫배 훤히 드러내놓은 네 셔츠를 가리켰다) 흐응, 응...화담, 셔츠 좀 올려봐.

화담

(허벅지 안쪽에 닿는 네 손에 놀라 무심코 다리를 확 모은다. 함께 발개지는 얼굴. 다시 주춤주춤 다리를 벌리면서도 셔츠를 올려보라는 네 말에는) 젊은 네가 하련. (몸을 사린다)

전우치

나일 먹었대도 천조각 하나 올릴 힘이 없으려구. (네가 내외하듯 구는 것이 재밌어 웃으면서도, 손 하나 셔츠 아래로 밀어넣어 아랫배 윗배 둥글게 쓸었다. 손끝 뻗어 다시 젖꼭지를 쥐고 짓궂게 꽉 죄어잡으며) 그럼 벗을텐가?

화담

흐윽! (아픔, 그리고 그 사이에서 파득 튀기는 쾌감에 젖혀지는 등. 반사적으로 너를 좀더 바짝 끌어당긴다. 네가 '무엇을 하였다고' 신음하는 저 자신이 지금에서야 민망하게 느껴져, 얼굴의 붉은기가 짙어진다. 네가 알아차리

화담

기라도 할까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그것 또한, 네가 하련.

전우치

(아프게 꼬집었는데도 네가 낸 소리가 비명만은 아닌 것 또한 만족스러워 눈꼬리 가늘게 접으며, 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몸을 묻어 사타구니를 맞부빈다. 네 손을 끌어다 내 바지춤에 올리며) 허면 그대는 내 쪽을 도와주려는가?

화담

아, 흐, (몸이 앞으로 굽어진다. 네가 이끄니 어쩌다 네 바지춤을 잡기는 잡았지만, 내려야할지 말지 망설여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네 눈치를 살핀다)

전우치

(단추 마저 풀어낸 셔츠를 양옆으로 홱 젖혀벌리곤 허리숙여 네 가슴팍에 고개 파묻었다. 부드러운 살에 몇번 볼을 부비다 입벌려 가슴 아무곳이나 쭙쭙 빨아당기며) 음, 응, 흐응. 왜애, 가만 있는가. 응?

화담

아! (네가 옷을 완전히 풀어헤치고는 제 맨살에 얼굴을 부비적거리자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따스하고 보드라워 으응, 작게 신음을 토한다. 네가 이곳저곳을 세게 빨아올릴 때마다 파득 몸을 떨며) 우, 치야, 흣...! 조금만,

전우치

(길게 혀끝 내밀어 네 도드라진 젖꼭지를 핥곤 고개 올려 유륜을 물고 빨았다. 퍼득거리는 몸 단단히 끌어안고 눈꼬리 휘어 올려다본다. 츕츕 젖빠는 소리 노골적으로 내며) 조금만, 으응?

화담

(네 애무가 진득해지면 뒤로 휜 몸을 조금씩 배틀며) 아으, 응...! (신음을 그대로 흩트린다. 한 손을 네 뒷머리에 얹는다) 입을, 잠시만, 흣!

전우치

흐흥. (조금만, 잠시만, 그 뒤로 이어지는 말 더는 기다리지 않고 집요하게 빨아당긴 젖꼭지에 이를 세워 살살 깨물며) 응, 으응 그래. (대강 대답해주고 아랫배따라 손끝을 내려 네 속옷 안으로 밀어넣었다) 좋다는 말이지?

(http://wchd-r-bt.tistory.com/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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