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수면마취 없이 한 위내시경 생생후기

위 내시경에 후기입니다.

3년전 위가 콕콕 쑤셔서 신경이 쓰이던 어느 날..

점점 고통이 심해지더니 위장약을 먹지 않으면 아파서 견딜 수가 없게 되었더랬죠.

혹시 암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동네에서 그나마 큰 병원에 예약을 했습니다.

가서 간단한 진찰을 하고 수면내시경으로 할지 그냥 생으로 할지 결정을 해야했습니다.

그 동안 주변에서 들어왔던 위내시경에 대한 공포심에 수면 내시경으로 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위 내시경보다 5만원 정도 더 비쌌기 때문에 돈이 아깝기도 해서 그냥 생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싼 맛에 예약했는데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병원 오기전에 인터넷으로 많은 후기들을 살펴보았었는데 다들 수면내시경을 권하는 글 밖에 없더군요.

위 내시경 생으로 하면 지옥을 맛본다느니 구역질 나와서 추한꼴 본다느니 하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내시경은 처음이라 다시 수면내시경으로 바꿀까 했으나 도저히 5만원이 아까워서 꾹참고 안 바꿨습니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네요.

참고로 그 당시 위 내시경은 2만5천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진료 당일, 전날 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가서 배가 조금 고픈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뱃 속이 꼬르륵 거리는 와중에 병원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내시경하면 그냥 호스를 집어넣는 것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윗 통을 까고 누워서 심박을 재고 이것저것 간단한 검사들을 합니다.

생각지 못한 노출에 당황해서 머뭇거리고 있으니 여 간호사가 빨리 벗고 누우라고 합니다.

어쩔수 없이 노출을 감행한 저는 윗 통을 벗고 다소곳이 누워 다음 순서를 기다렸죠.

이럴줄 알았으면 젖꼭지 털 좀 밀고 오는건데 부끄러웠습니다. @-_-@

부끄러운 마음에 손으로 스멀스멀 꼭지를 가리니 간호사가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민망한 진찰이 끝나고 식도 마취약을 입에 머금고 있다가 삼켰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의사와 다른 간호사가 있는 내시경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옆으로 누웠습니다.

입에 개구기를 끼고 얌전히 누워있는데 의사가 호스를 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호스가 생각보다 너무 두꺼워서 정말 저걸 집어넣어야 하는가하는 공포감이 들었죠.

빨대 같은 느낌일줄 알았는데 수도 호스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_-;;

의사가 호스를 집어 넣으려고 하는데 간호사가 옆에서 '삼키세요'라고 말합니다.

꿀떡꿀떡 삼키는데 '우억, 우억'하며 헛구역질이 나와고 벌어진 입가로 침이 줄줄 샙니다.

다행히 밑에 침 통을 받쳐놓아서 바닥에 떨어지진 않습니다.

내시경하는 나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순간 나 자신의 추함이 상상되어 살짝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진료할 때마다 이런 상황을 봐야 한다니...

의사도 간호사도 극한 직업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계속 삼키고 있는데 더 삼키라고 계속 말합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삼켜야 하는건지.. 1초 1초가 이렇게 길었던적이 없던것 같네요. ㅠㅠ

몇 번 안 삼켰는데 빨리 빼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눈물, 콧물 짜며 삼키고 있는데 '이제 뺍니다' 라는 말을 합니다.

'응?'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나서 당황스러웠지만 안도감이 먼저 듭니다.

내시경이 배 속에 들어가서 5분정도 휘저을 줄 알았는데 금방 빼더군요.

내시경이 들어간지 한 30~40초 정도된 것 같았습니다.

마무리를 하고 옷을 다시 갈아입고 내시경으로 찍은 사진으로 진료를 받고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태연해 지더군요.

급할 때 화장실 들어갈 때와 일 보고 나왔을 때의 상황과 약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급할 때는 죽을 것 같다가 싸고 나면 해탈한 듯한 느낌?

진료 결과는 미란성 위염이라고 위에 조금씩 출혈이 있다고 하더군요.

1박2일에서 김준호씨가 내시경 받고 미란성 위염 진단을 받았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보고 깔깔대며 웃었는데 그게 나에게도 일어나다니..

어쨌든 2주간 약을 잘 먹고 건강해졌습니다.

직접 위 내시경을 해보니 결론은 할 만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인터넷에서 얼마나 다들 겁을 주는지 실제로 해보면 별거 아닌건데 괜히 겁먹고 돈 날리뻔 했습니다.

위 내시경이 시간도 짧게 걸리고 가격도 저렴하니 내시경 하실 분들은 그냥 하셔도 될 것 같네요.

수면 내시경은 부작용도 있고 비싸고 하니 비위가 정말 약하신 분들만 하시는걸로... ㅋ

(참고로 수면 내시경은 수면 유도제로 인해 무호흡, 저호흡을 일으켜 혈압을 떨어트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면 내시경은 마취깰 때 무의식 중에 나오는 헛소리로 인해 흑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ㅋㅋ

from http://lifenourish.tistory.com/10 by ccl(A)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