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마을에 스며든 이야기

토픽셀프 2018. 11. 24. 05:12

마을에 스며든 이야기

"백신이 개발되었습니다. 안심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모두 죽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6년 12월 24일, 트리 아래에 놓인 선물을 기대하던 아이도, 불빛으로 반짝이는 거리에서 데이트에 들뜬 연인도, 크리스마스라는 좋은 핑계로 술을 즐기는 모임들도 모두 좀비가 되었다. 너덜너덜한 거죽으로 덮힌 괴물은 살 아래 근육과 뼈가 보였고, 시야가 없었고, 인간의 뇌와 몸을 먹고 싶었다. 우리의 살점을 뜯어먹는 괴물은 갑자기 생겼다. 시체 냄새가 진동하는 좀비 사이에서 잠을 청하고, 두려워하고, 죽음을 마주했다. 그리고 이 일상의 끝은 존재하였다. 비가 오는 날이었고, 지독한 더위였다. 네 사람이 자살한 날이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자살한 사람의 머리를 좀비에게 던지며 환호하였다. 그 날은 백신이 개발된 날이었다.

일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울타리 안으로 밀려들어간 우리는 언제나 믿었다. 갓 구워 고소한 빵이 가득한 빵, 보드랍고 감칠맛이 가득 퍼지는 칠면조 구이, 생크림과 딸기가 듬뿍 있는 케이크, 시원하고 달콤한 오렌지 주스 따위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수가 부족하여 충분히 먹지 못하였지만, 좀비가 우리 뇌를 노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옥수수 통조림을 삼키면서 우리는 안도하였다. 신이 내린 음성 같은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그 방송은 우리를 살렸고, 듣지 못한 자들은 좀비에게 뇌수까지 모두 빨아먹혔다. 언제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아주, 명백하게.

하지만 우리는 다시 죽고 있었다.

통증에 온 몸을 비틀며 죽는 아이, 배를 굶고 쓰러진 노인, 울타리를 넘어온 좀비에게 뜯긴 남자. 바깥에서 좀비와 함께 살 때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눈 안에 들어왔다. 부족한 보급품과 인력으로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상황을 인지하였다. 누가 우리는 도와줄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는 살기 위해, 안으로, 살 수 있어, 살아야 해, 여기서 살아야 해, 바깥에 있는 좀비는, 그것들은. 우리는 살기 위해 타인을 밀치는 일에 익숙해졌다. 밀거래와 밀수입을 공공연히 벌였다. 내 아이는 길거리에서 구걸하고, 옆집 노인은 약탈하고, 건너집 남자는 화풀이로 불을 질렀다. 또 다른 일상이 끼어들었다.

정부는 보급을 강박적으로 조절하기 시작하였다. 정부 기관 중 하나를 울타리 안으로 옮겼고, 직원들은 돈을 주며 자경단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보급을 좀 더 받기 위해 정부의 말을 듣기 시작하였다. 완전히 복종하였는가? 그것은 아니다. 적당히 연기를 하며 배를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기록으로 남겨진 좀비는 아직 우리 곁에 있고, 우리는 굶주린 배를 안고 죽고 싶지 않았다. 아주 긴 시간이 흐르며 일상이 뒤덮혀지고 난잡하게 섞여졌다. 부모는 우는 아이에게 좀비 무리로 던진다는 호통을 치고, 절름발이 노인은 경찰의 눈을 피해 남자에게 총을 몰래 산다. 꼭두각시 마냥 범죄자를 굽고 삶아서 감옥에서 빼낸 변호사는 부유한 저녁 식사를 한다. 자경단으로 활동하는 소녀는 어떤 조직의 두목에게 자경단이 앞으로 할 검거 내용을 미리 알려준다. 화려한 노래를 부르는 쇼걸 뒤로 난잡한 거래가 성사된다. 어찌됐든 생존으로 삶이 이어진다. 울타리 안은 언제나 일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

1. 좀비 바이러스는 2016년 12월 24일, 스위스 바젤에서 처음 발생하였으며 이 사건을 좀비 사태, 혹은 “피의 크리스마스 이브(Bloody Christmas Eve)"라고 부른다. 바이러스는 신경관을 타고 올라와 뇌에 작용을 하면서 발병하기 시작한다. 감염 시, 감기 증상과 신경학적 문제에 의한 감정 변화를 시작으로 공격성 증가, 공수증, 근육 경련 등이 일어나기에 광견병 바이러스와 흡사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는 인간의 뇌와 몸을 먹고 싶어 하며 빛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식욕이라는 본능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하면 분노로 감정을 표현한다. 광견병이 섞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머리를 완전히 자르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

2. 좀비 바이러스 발생 이후, 빠른 속도로 전 세계 인구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람이 살던 집에는 좀비가 들어섰고, 사람의 수만큼 좀비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 ■■는 백신 개발에 성공하였다. 정확하게는 면역 혈청과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된 것이지만 우리들은 이것을 백신이라고 부른다.

2-1. 백신(면역 혈청, 항바이러스제)는 구역 내에 바이러스가 발생한 경우에만 제공하고 있다. 즉, 구역 내에서 감염 되었을 경우에는 문제없이 백신을 받을 수 있다. 구역 밖에 있는 사람과 좀비에게는 제공할 만큼 충분하지 않기에 결정된 사항이다.

3. “좀비 사태” 이후로 정치, 사회 체계는 거의 무너져 내렸고, 백신 연구를 진행하던 연구소, 기관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국가의 구분이 없는 세계 정부인 것이다. 정부 기관 중 비상대책위원회가 중심이 되며, 이 기관은 좀비 사태 이전에 갖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위치를 갖게 된다.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은 것부터 시작하여 좀비 사태 이후로 많은 일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생존자의 생존과 더 큰 확산을 막기 위하여 구역이라는 방법을 강력하게 제안한 자 또한 비상대책위원회였다. 그리하여 정부는 생존자를 중심으로 구역을 지정하였다.

A0(정부기관 중심지)부터 C15까지 총 45개 구역으로 나눴으며, 구역마다 일반적으로 3~4개 거리로 다시 나눠진다. B5 구역은 4개 거리로 나눠진다. 구역과 밖의 기준점은 철창이다. 정부는 정기적으로 보급품을 지급하고 검진을 진행한다. 돈 대신에 티켓을 사용한다. 그러나 티켓은 불공평하게 분배되어있다. 티켓을 많이 가진 자는 그만큼 티켓을 갖고 있고, 적은 자는 언제나 가난하다. 각종 범죄와 밀매, 술과 약이 물 밑에서 움직인다. 누군가는 말한다. 어디선가 본 영화와 닮았다고. 범죄를 저지른 자가 눈물로 과거를 토로하며 무사히 감옥에서 나오던 영화를.

B5 구역에는 정부 관하 자경단이 있다. 10대 후반~40대 초반을 주축으로 하며, 주급으로 티켓이나 보급품을 받는다. 생존 외에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술을 팔고, 신문을 사라는 말을 외칠 수 있다. 라디오 드라마에는 천박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학교에는 그나마 남아있던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않고 도망친다. 평범한 일상이다.

3-1. B5 구역은 총 4개 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좀비 사태 이후로 불안정한 구역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좀비 사태 이전에는 많은 인구가 생존해있던 지역이었으나, 연달아 발생한 사건사고로 인하여 바뀌었다. 이 구역은 다른 구역에 비해 좀비와의 거리가 가까우며, 실제로 침범한 사건들이 있었다. 당시, 불안을 느낀 주민들은 생존하기 위해 서로를 해치거나 몰래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였다. 이에 정부는 독특하게도 정부 산하의 기관을 이 구역으로 옮겼다. 비상대책위원회 바이러스 관련 연구소 중 한 곳을 이동시킨 것이다. 이유는 연구 대상인 좀비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과 해당 주민의 빠른 치료를 위함이라고 하였으며, 연구소 앞은 구역에 있는 울타리만큼 단단하고 견고한 바리게이트가 있다.

3-2. 구역에 살고 있는 사람 중 좀비를 직접 목격한 사람이 적지 않다. “좀비 사태”를 겪지 않았더라도 울타리를 침범하려는 좀비는 전무하지 않다. 좀비와 현 상황에 대한 지식을 교육 받은 것 외에도 경험이 더해졌다. 이 경험 때문에 경각심이 심해진 자도, 오히려 사라진 자도 있다.

4. ■■■ ■■■ ■■ ■■■? 5. ■■■ ■ ■ ■■■?

공감 sns 신고 저작자표시

from http://burningvillage.tistory.com/1 by ccl(A)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