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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호텔만 고집하지 말아요: 부티크 호텔의 매력

특급 호텔만 고집하지 말아요

: 부티크 호텔의 매력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호텔의 이미지는 그다지 우리네 삶과 연관성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재벌들의 비밀 만남 장소, 고급스런 파티가 열리는 장소, 또는 무언가 중요한 만남의 장소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호텔 이미지다. 하지만 요즘 호텔은 그렇지 않다. 호텔 수도 많아지고 브랜드도 많아지다 보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저마다의 노력이 돋보인다. 때문인지 몰라도 요즘 사람들의 호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은 이러한 현상을 잘 반영한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기간 동안 멀리 해외로 가는 대신 시설과 음식 수준이 훌륭한 호텔에서 지내기 시작했고 덕분에 호텔에 대한 이미지가 이전보다는 비교도 못하게 친숙해졌다.

사실 한국, 특히 서울의 호텔 시장은 포화에 가깝다. 한국호텔업협회의 호텔업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34개였던 서울 시내의 호텔 수는 2017년 399개까지 늘어났다. 주목할 것은 5성급(특1등급) 호텔의 수는 별반 차이가 없었으나, 2~4성급(특2급~3급) 호텔의 숫자는 각 급 마다 10개 이상씩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비싸고 화려한 고급호텔보다는 비즈니스 호텔들이나 중국, 일본 등의 단체 여행객들을 타겟으로 한 가성비 좋은 호텔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7 세계 최고 부티크 호텔에 선정된

남아공의 Akademie Street Hotel

[Photo : Inside Guide]

이와 같이 공급이 늘어난 상태에서 새롭게 자리잡는 호텔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해 저마다 다양한 이미지와 차별성을 가지고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최근 유명세를 타는 ‘부티크 호텔’들이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규모는 작아도 멋있고 개성있는 점포들을 뜻하는 이 단어의 의미처럼 각 호텔들은 저마다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시그니처 컨셉을 가지고 있다. 로비부터 객실까지 디자인과 이미지로 승부하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부대시설과 콘텐츠를 통해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무기로 삼는 호텔도 있다. 덕분에 호캉스를 노리는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들 또한 숙박의 색다른 즐거움을 찾으려 이러한 호텔들을 선택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요즘 뜨고 있는 호텔들은 어떤 매력과 특징을 통해 변신을 꾀할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부티크 호텔들의 매력을 키워드로 정리해보자.

[ART AND CULTURE]

RYSE HOTEL : Art is how we connect

첫 번째 유형은 예술과 문화 그리고 트렌드를 호텔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경우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홍대에 위치한 ‘라이즈(Ryse) 호텔’이 있다. 입지조건만 봐도 눈치챌 수 있듯, 가장 트렌디하고 힙(hip)한 호텔을 표방하는 이 호텔은 ‘Art is how we connect’라는 슬로건과 함께 예술과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호텔이다.

사실 호텔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라이즈 호텔은 국내 기업인 아주호텔앤리조트와 세계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의 브랜드인 오토그래프 컬렉션의 합작품이다.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각 호텔이 위치한 나라 혹은 지역의 문화 및 예술을 반영하여 호텔 전반에 투영시키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라이즈 호텔의 경우 홍대만이 가지고 있는 젊음과 낭만을 기반으로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예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영감이 되고 트렌드가 될 수 있는 공간에 전체적인 지향점을 두었다.

라이즈 호텔: 타르틴 베이커리

라이즈 호텔: 아라리오 갤러리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다

이러한 지향점을 바탕으로 라이즈 호텔의 내부는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우선 후각과 미각을 담당하기 위해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인 타르틴(Tartine Bakery)이 입점해있다. 특이한 것은 1층 전체가 타르틴 매장이라고 보일 정도로 호텔 로비와 카페의 구역 구분이 없다. 때문인지 몰라도 라이즈 호텔에 처음 들어서면 호텔이라는 이름 특유의 위화감이 없으며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보다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청각은 사이드 노트 클럽(Side Note Club)이 담당하고 있다. 15층에 위치한 이 칵테일바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루프탑을 보유한 것뿐만 아니라 매장에 흘러 나오는 음악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호텔에서 직접 큐레이팅한 1000장이 넘는 바이닐 컬렉션은 음악 애호가들 및 홍대에 거주하는 뮤지션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며 때로는 디제잉 및 음악 공연을 통해 보다 젊고 활기찬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지하에 위치한 아라리오 갤러리는 시각을 만족시킨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그 동안 다른 갤러리가 선보이지 않았던 형식의 콜라보레이션과 함께 다양한 동시대의 해외 미술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라이즈 호텔의 아라리오 갤러리는 보다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전시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한다. 아라리오 갤러리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라이즈 호텔 갤러리의 키워드를 실험, 시도, 참신, 변화 등으로 꼽고 있다.

촉각의 만족은 객실이 담당한다. 투숙객이 가장 많은 것을 만지고 접하게 되는 공간이자 호텔의 심장은 결국 객실이다. 라이즈 호텔은 각 등급의 객실마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모든 객실이 ‘투숙객 모두가 창의적인 크리에이터’라는 동일한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라이즈 호텔은 객실 어메니티(amenity)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영 패션브랜드 이세(IISE)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커스텀 배스로브, 라이즈 호텔이 특별 제작한 마스크팩, MAZEL 2.0 블루투스 스피커, 케냐에서 수공업으로 만든 카호코 러그 등으로 보다 젊고 세련된 감각을 유지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PARADISE CITY : 아트테인먼트(Art+Entertainment)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는 아트테인먼트(Art+Entertainment) 리조트를 표방한다. 실제로 모든 홍보자료마다 아트테인먼트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사실 파라다이스시티는 호텔이 가질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을 갖추었다. 호텔, 카지노, 스파, 면세점, 클럽까지 모든 종류의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한 공간이다. 하지만, 정작 파라다이스시티가 내세우는 특장점은 예술에 있다. 이러한 노력은 호텔의 모기업인 파라다이스 그룹이 파라다이스시티를 많은 대중들이 더 쉽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 플랫폼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호텔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를 실천한다는 것은 분명 독특한 시도임에 틀림없다.

파라다이스시티의 예술 전시를 총괄 지휘한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파라다이스시티를 예술과 문화가 삶에 배어들 수 있는 모습을 그리며 디자인했다고 말했다(서울경제 기사 참고).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파라다이스시티에는 아트맵이 따로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전시 장소와 예술 작품들이 존재한다.

특히, 전시관인 아트스페이스에는 데미안 허스트, 김호득, 이배 등과 같은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상설 전시되어 있으며 투숙객 및 관람객들로 하여금 큰 호평을 얻고 있다. 또한 아트스페이스 앞에 있는 1500평 규모의 광장에는 산책길과 유명 작가들의 시그니처 조각 설치 작품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호텔 및 부대시설의 곳곳이 예술 작품들로 넘쳐난다. 약 3000점의 예술 작품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약 90%의 작품들이 한국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파라다이스시티가 지향하는 예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통해 한국을 아시아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하는 파라다이스그룹의 최종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Photo : 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파라다이스시티 아트 맵

[Photo : 파라다이스시티 아트 맵]

[ANTIQUE]

우리나라 사람들이 멋들어진 옛 건물을 볼 때 많이 쓰는 말 가운데 ‘고풍스럽다’라는 표현이 있다. 사실 이 말의 뜻은 ‘보기에 예스러운 데가 있다’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표현을 쓰는 사람들은 사실 대부분 예스러움이 주는 어떠한 멋짐을 표현하고자 할 때 주로 이 말을 선택한다. 최근의 부티크 호텔들 가운데에서도 이러한 ‘고풍스러운’ 멋짐을 주 무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L’Escape HOTEL : 신세계 그룹의 호텔 프로젝트 시작

신세계조선호텔 그룹이 최근 새롭게 오픈한 레스케이프(L’Escape) 호텔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레스케이프는 오픈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우선 1995년 신세계 그룹이 미국 웨스틴 호텔그룹으로부터 웨스틴조선호텔을 인수하여 호텔사업에 뛰어든 이후 처음으로 런칭하는 독자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용진 회장이 직접 기획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었다. 정용진 회장은 총 5개의 신규 호텔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레스케이프는 그 프로젝트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

[Photo : 레스케이프 홈페이지]

호텔의 이름인 레스케이프는 불어로 ‘탈출’이라는 뜻인데, 이는 본 호텔에서의 경험을 통해 일상으로부터 달콤한 탈출을 꿈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호텔을 방문해보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전반적인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한국이 아닌 외국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홈페이지에 나온 호텔 소개글에서 레스케이프는 프랑스 파리를 모티브로 구현한 어반 프렌치 스타일의 호텔이라고 명시해 놓은 것을 생각해보면 무언가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다가 19세기의 프랑스 궁정을 모티브로 디자인이 되었기 때문에 호텔에 들어서는 것 만으로도 특별한 곳에 온 기분이 든다. 이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 프랑스의 유명 부티크 호텔 ‘호텔 코스테’의 인테리어를 담당한 자크 가르시아와 협업했다.

레스케이프 호텔: 입구

[Photo : Boooking.com_호텔제공사진]

레스케이프 호텔: 객실

[Photo : 레스케이프 홈페이지]

이러한 컨셉을 두고 김범수 총지배인은 한 인터뷰에서 레스케이프가 시간이 오래 지나도 낡은 멋을 느낄 수 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으며 또한 동시에 호텔이 품고 있는 컨텐츠는 현대적이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부티크 호텔 나름의 철학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강조했다 (기사 참고: https://bit.ly/2qvlRD7).

그 전반적인 배경에는 호텔이 자리잡은 입지와도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남대문시장이 위치한 회현동에 자리잡고 있다. 회현동은 명동과 함께 예전부터 서울의 중심지였으며 현재는 각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동안 중요한 역할을 도맡고 있는 동네답게 서울의 역사와 현재가 공존한다. 레스케이프는 이러한 사실에 주목했다. 김범수 총지배인은 회현동이 강남이나 다른 번화가에 비해 낮과 밤이 달라 은밀하고 격리된 공간이 주는 느낌에 매력을 느끼고 호텔의 입지를 선정했다고 말한다.

유통회사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호텔답게 레스케이프는 하나의 컨텐츠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호텔에 자리잡은 F&B(식음료업장) 모두 국내외 유명 업체들과 협업했다. 카페는 이태원의 유명 로스터리 카페인 헬카페를 입점시켰고 레스토랑의 경우 뉴욕의 미슐랭 레스토랑인 더 모던 (The Modern)과 협업을 했으며 또한 티살롱 라운지의 경우 메종엠오(Maison M’O)의 제품을 들여왔다. 특이한 점은 모든 레스토랑의 구조와 서비스를 언제든지 변형 가능한 형태로 만들었으며 또한 팝업 이벤트가 자유자재로 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변화와 발전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레스케이프의 철저한 준비성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오월호텔 : 가장 한국적인 고풍스러움을 담다

반면 한국적인 고풍스러움으로 승부하는 호텔도 있다. 역삼동 골목에 위치한 오월호텔이다. 오월호텔은 외관만 봐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는 폐쇄형 구조의 호텔이다. 뭔가 단정한 느낌이 들긴 하나 어떤 호텔인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무언가 비밀스러우면서도 궁금하다. 로비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서도 정갈하고 단정한 느낌 가운데 무언가 숨겨진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방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 사라진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또한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들로 채워져 있다. 영국의 유명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Wallpaper)’의 한 기자가 우연히 이 호텔에 묵은 뒤 한국적 아름다움에 반해 기사를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 기자는 오월호텔을 두고 “한국적 아름다움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라는 평을 남겼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으려고 노력한 오월호텔에는 박현숙 대표의 노력이 담겨있다. 담양의 소쇄원, 안동의 병산서원, 구례의 운조루 등 한국의 건축물에 매료된 박현숙 대표는 한국적이 가장 멋진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이라는 모티브 안에서 이 호텔을 구상했다. 그리고 동양화가이자 건축 디자이너인 고 김백선 대표를 통해 그 디자인을 실현 시켰다. 김백선 대표는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답게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의 감각으로 풀어내는데 탁월한 건축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월호텔: 외관

[Photo : 오월호텔 공식 페이스북]

오월호텔: 객실

[Photo : 오월호텔 공식 페이스북]

가장 머물고 싶은 ‘집’과 같은 공간을 꿈꾸었기에 객실의 이름도 ‘룸’이 아닌 ‘하우스’로 불린다. 그리고 각각의 객실마다 마치 집과 같은 구조로 설계했다. 또한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 한국적 건축의 요소들을 포함시키려고 시도한 흔적들이 보인다. 각 방마다 존재하는 통창과 테라스 뿐만 아니라 욕실을 가려면 침실에서 빙 돌아가야 하며 마치 집에 들어서는 것과 같이 긴 복도가 있는 방도 존재한다. 또한 한옥과 같이 객실의 모든 곳에서 실내 정원이 보이는 객실도 있다. 말 그대로 집 같은 호텔이다. 머무는 동안 나의 집과 같이 느껴지는 호텔이라면 그보다 기본에 충실한 호텔이 또 어디 있을까.

[TRADITION]

부티크 호텔이 꼭 현대적이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켜나가며 그것을 하나의 컨텐츠이자 가치로 내세우는 호텔들도 존재한다. 익선동에 있는 낙원장이 그렇다. 익선동은 서울에서 가장 한옥이 오래 보존된 마을 중 하나로 꼽힌다. 당연히 거기에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오래된 건물이 많다. 다만 북촌과 같은 다른 한옥마을과 차별점이 있다면 상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낙원장 : 오래된 마을의 정취와 함께하다

도시공간기획자 박한아 대표와 아트디렉터 박지현 대표는 이러한 익선동의 특징을 살려 도시재생프로젝트인 ‘익선다다’를 시작했다. 낙원장도 그러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된 부티크 호텔이다. 1980년대의 낡고 오래된 여관 건물을 매입하여 리모델링했고 그 안에 현대적인 감성을 더했지만 낙원장의 정체성은 익선동이라는 오래된 한옥 마을의 정감있는 분위기를 절대 해치고 있지 않다. 또한 객실 인테리어의 곳곳을 지역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여 진행했는데, 낙원장은 비록 한옥마을에 있는 현대식 건물이지만 그 지역과 한데 어우러지겠다는 익선다다의 의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낙원장이 가진 매력의 정점은 루프탑에 있다. 호텔 맨 꼭대기층 루프탑에 올라서면 익선동에 존재하는 수백 채의 한옥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밤에 올라서서 바라본 그 한옥들의 야경은 도시의 웅장한 마천루들을 배경으로 사뭇 한옥으로 지어진 섬에 와있는 듯한 이상한 생각이 들게 만든다. 게다가 그 광경을 바라보는 자신은 한옥마을 중심에 있는 현대식 건물 꼭대기에 있으니 마치 VR체험을 하는 기분 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여 이 루프탑의 뷰는 익선다다의 두 대표가 여관을 매입하고 낙원장을 만들게 된 가장 주된 이유가 되었다니 낙원장의 분명한 매력포인트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실제 한옥을 이용해서 호텔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한옥스테이라는 이름으로 북촌 한옥마을뿐만 아니라 안동, 경주 등에서도 여러 형태의 한옥 게스트하우스와 한옥 호텔이 인기가 높은데 최근에는 이러한 한옥 호텔도 부티크 호텔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한옥 호텔들은 특히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Photo : Agoda]

혜화 1938 : 한옥을 호텔로 바꾸다

사실 한옥을 부티크 호텔화 시키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래 있던 한옥에서 하룻밤 자는 개념이 아니라 한옥의 구조를 바꾸고 또한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끔 호텔 객실의 구조로 변형시키는 것은 분명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때 명륜동에 위치한 혜화1938은 이러한 작업을 훌륭히 소화했다고 평가받는다. 한옥을 전문으로 짓는 참우리건축의 건축가들이 리모델링을 맡았기 때문이다.

참우리건축의 사무실로 시작했던 이 한옥은 실제로 1938년생이다. 약 80년의 세월이 그대로 건물에 남아있다. 골조는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담벼락이나 집안의 구조들은 시대를 지나오며 여러 모습들이 혼재되어 있었다. 리모델링은 담당한 건축가들은 이런 특징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지키면서 호텔이라는 공간으로 어떻게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이런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 혜화1938은 옛 멋과 현재의 멋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거실 역할을 하는 대청은 다이닝룸으로 탄생했으며, 입구와 마당에는 타일을 걷어내고 조금 더 마당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콘크리트 조각과 모래로 채워졌다.

[Photo : 혜화1938 홈페이지]

혜화1938의 홈페이지에는 그곳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는 장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적혀있다. 한옥이라는 공간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구식의 가치가 아니라 시대에 어울리는 가치가 되어 모든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과거의 존재가 단지 과거로 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치가 되어 현재의 우리가 그것을 돌아보고 또한 향유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그 존재가 누릴 수 있는 엄청난 영광이 아닐까? 더군다나 그러한 존재가 호텔이라면 투숙객이 호텔에 들어서는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지리라.

글을 마치며

넘치고 넘치는 호텔들 가운데 저마다의 멋짐으로 무장한 부티크 호텔은 분명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곳에 담겨 있는 컨텐츠들은 충분히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며 또한 사람들은 이왕 돈을 내고 묵는 곳이 보다 멋진 곳이기를 희망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사실이 있다면 최근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부티크 호텔들 가운데 호텔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숙박 서비스에는 정작 소홀한 경우가 더러 있다는 점이다. 마치 튀김을 먹을 때 너무나 맛있는 튀김 옷 안에 덜 익은 해산물이 있는 셈이다.

호텔이 지녀야할 컨텐츠의 본질은 숙박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멋있는 분위기와 트렌디한 컨텐츠가 호텔 안에 있어도, 그들 대부분은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결국 호텔이 호텔다움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숙박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뛰어난 식당이 유명한 호텔이 되기 보다는 뛰어난 호텔에 뛰어난 식당이 함께 있을 때 사람들은 그 호텔의 정체성과 매력을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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