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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 vs SK 와이번스

2009년 제28회 KBO 한국시리즈는 10월 16일부터 10월 24일까지의 일정으로 정규시즌 1위팀인 KIA 타이거즈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를 3승 2패로 꺾은 2위팀 SK 와이번스가 치렀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9차례 우승에도 불구하고 KIA로 이름을 바꾼 이후 우승기록이 없던 KIA 타이거즈는 LG에서 트레이드된 시즌 MVP 김상현, 미국에서 돌아와 부진했던 시절을 털어버린 최희섭의 CK포 탈쥐효과 영원하라 라는 시즌 최고의 중심타선을 자랑했고, 또한 최고의 용병투수 아킬리노 로페즈, 릭 구톰슨과 토종투수 윤석민, 서재응, 양현종이 구축한 최고의 선발진, 그리고 손영민-곽정철-제대로 플루크 터진 유동훈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까지 투타에서 빈틈없는 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여기서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승률 100% 사수는 물론 V10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것.

반면 시즌 2위인 SK 와이번스는 핵심전력인 박경완, 김광현, 전병두의 부상에다 플레이오프에서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러 객관적인 전력은 열세로 평가받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김성근 감독과 그가 조련한 SK선수들의 끝을 알 수 없는 저력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30년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 타이거즈와,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의 최강자로 떠오른 SK가 용쟁호투를 벌였는데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나지완의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KIA 타이거즈가 우승을 차지. 타이거즈는 프로야구 29년 역사에서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였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나지완의 9회말 끝내기 홈런. KIA팬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환희의 순간이기도 하지만, SK팬 역시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불굴의 투혼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던 선수들을 자랑스러워 할만한 명승부였다.

프로야구 최고의 명가 타이거즈와 신생 왕조 SK의 대결이라는 구도도 있었고, 김성근 감독과 KIA 타이거즈의 조범현 감독은 고교시절부터 이어진 사제관계로서 그 인연에도 이목이 집중되기도 하였으며, 그 외에도 KIA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 1차전에서의 이종범의 활약, SK 채병용의 정신력이 일궈낸 기적적인 호투, 정근우에 대한 서재응의 도발과 벤치클리어링, 김종국의 정근우에 대한 군기잡기, 모호한 규정을 근거로 문제삼은 SK 전력분석원의 수신호 논란, 김상현의 슬라이딩에 이은 김성근 감독의 퇴장, 안치홍의 최연소 홈런, 아킬리노 로페즈의 7차전 역투, 나지완의 한국시리즈 첫 7차전 끝내기 역전홈런에 이르기까지 정말 볼거리와 논란거리가 많았던 시리즈.

게다가 이 KBO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했던 SK는 다음해인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는데, 만약 이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회 연속 우승으로 해태 타이거즈의 4연패(1986-1989)와 타이를 찍을 수 있었다. 비룡의 기록 수립을 저지한 팀이 바로 해태 타이거즈를 계승한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는 2009년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주역들이 그대로 엔트리에 포함되었고, 프로 1년차 신인 안치홍과 정용운이 발탁되었다. 투수진에는 건실한 외인 선발 듀오 로페즈-구톰슨에 에이스 윤석민, 그리고 4선발 옵션이자 서서히 주목받던 양현종이 선발진을 구축했고 손영민-곽정철-유동훈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등이 포함되었다. 야수진에서는 공포의 C-K포와 베테랑 이종범이 있었고 그 앞-뒤를 이현곤-안치홍 키스톤 콤비와 이용규, 김원섭 테이블 세터가 받쳐주는 형태였다.

KIA 엔트리에서 특이한 발탁은 정용운과 최경환. 정용운은 당시만 하더라도 믿을만한 좌완 구원진이 없었던 KIA 사정 상 어쩔 수 없이 발탁된 경우이고, 최경환은 외야수이지만 원래 엔트리에 들기로 했던 내야수 홍세완이 막판 부상으로 빠지면서 궁여지책으로 좌타 대타였던 최경환을 포함시키게 되었다.

SK 와이번스는 2008년 우승 주역이었던 김광현과 박경완이 불의의 부상으로 빠지면서 고효준이 들어갔고, 백업 포수로 김정남이 들어가게 되었다. 대신 2008년에는 케니 레이번 외에는 믿을만한 외국인 선발이 없었던 것과 비교해서 교체선수로 들어온 카도쿠라 켄과 게리 글로버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김광현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줬다. 여기에 2009년 들어서 주전으로 자리잡으면서 '미스터 옥토버'라는 별명을 얻은 박정권과 2008년 무릎부상으로 제대로 활약을 못했던 이호준이 새롭게 가세했다.

전반적으로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2008년 우승 주역이 거의 그대로 승선했다고 볼 수 있는 엔트리였다.

1차전: 돌아온 바람의 아들 (KIA 승)

1차전 선발은 KIA는 로페즈, SK는 카도쿠라를 꺼냈다.

3회초 선두 타자 나주환의 안타 후 희생번트와 땅볼로 만든 2사 3루 상황에서 박재홍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데 이어 4회초 정근우와 박정권의 연속 2루타로 2-0으로 앞서 나갔다. 여기서 최정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3루 상황에서 김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내 1사 1,3루가 되었다. 여기서 나주환의 총알같은 타구가 1루수 최희섭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 더블아웃이 되어 이닝이 종료되었다. KIA는 다음 공격인 4회말에 김원섭의 볼넷과 장성호의 안타로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만들고, 다음 타자인 최희섭과 김상현이 쳐낸 연속 플라이로 김원섭이 한루씩 진루하며 1점을 따라갔다.

SK가 5회초 2사 주자 3루에서 로페즈의 폭투 때 3루 주자 정상호가 홈으로 들어오다 아웃, 6회초 2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김재현의 우익수 플라이로 번번이 기회를 날린데 비해 위기를 넘긴 KIA는 6회말에 구원등판한 SK 고효준의 흔들리는 제구로 만들어진 2사 주자 만루(볼넷-번트-땅볼-볼넷-볼넷)에서 이종범이 위장스퀴즈를 한 후, 바뀐 투수 윤길현의 2구를 통타, 좌중간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어진 7회초 공격에서 정상호가 중월 솔로홈런을 치면서 다시 3-3동점이 되었고, 이어진 운명의 8회말.

최희섭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SK는 이승호에서 정대현으로 투수를 교체한다. 하지만 다음 타자 김상현이 안타를 치면서 1사 주자 1,3루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이종범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리면서 KIA가 4-3으로 앞서 나갔고, 다음 타자 김상훈이 1타점 적시타를 이어 5-3으로 달아나며 쐐기를 박았다.

로페즈는 8이닝 동안 7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유동훈은 한국시리즈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SK 선발 투수 카도쿠라는 5이닝까지 1실점 7탈삼진으로 호투하였으나 불펜의 방화로 승리를 날렸다. 이날 고효준은 이용규와 최희섭, 김상현에게 볼넷을 3개 허용하고 강판되었고 윤길현은 분식회계를 했다. 이승호는 최희섭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패전의 멍에를 썼다. 정대현은 김상현, 이종범, 김상훈 세 타자 연속 똑같은 코스로 안타를 맞고 2실점을 하는 등 필승조가 단체로 방화를 했다.

한편, SK 전력분석팀이 직접 수신호로 수비시프트를 지시했다고 KIA 코치진에서 항의가 들어와 심판이 주의를 주기도 했다. 참고로 이때 문제가 된 것은 전력분석팀에서 선수들에게 직접 시프트 지시를 했다는 것으로, 코치진을 통해 전달되어 시프트를 시행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08년 한국시리즈 때는 해설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도 내리는 등 아무 문제도 없었으며, KBO의 제26조 조항은 2010부터 시행하기로 한 조항이며, 이 조항을 봐도 수신호를 금지한다는 명문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박동희 기자는 KBO에 이 조항에도 없는 사태에 대해 항의하였으나 2010시즌부터 적용하기로 되어있던 조항 26조의 확대 적용에 대한 애매한 답변을 받아 분개하여 블로그 메모장에 끄적끄적 글을 남기기도 하였다.

2차전: 윤석민의 호투, KIA 2승을 챙기다 (KIA 승)

2차전 선발투수는 KIA 윤석민, SK 송은범.

이 경기는 타선의 응집력이 승부를 갈랐다고 정리할 수 있다.

SK는 1회초 1사 1,2루, 2회초 2사 1,2루 찬스를 살리지 못한 반면 KIA는 송은범의 호투에 3회까지 퍼펙트로 발리다가, 4회말 김원섭의 볼넷 이후 2사 1루에서 최희섭의 좌익선상 1타점 2루타를 터뜨렸고 이 점수가 결승점이 되었다. 이어 6회초에도 1사 1,2루의 기회를 만들었으나 이호준이 병살타를 쳐 실타래처럼 꼬인 경기는 풀릴 기미를 안 보였다. 한편 6회말 공격에서도 이용규와 김원섭이 고효준으로부터 연속 볼넷과 보내기 번트로 만든 2,3루 찬스에서 최희섭이 다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2-0으로 달아났다. 9회초에 정상호가 홈런을 치고 나주환이 2루타를 쳐 만든 1사 2루 상황에서 박정환이 땅볼, 박재홍이 삼진으로 물러나 또다시 기회를 날려먹었다.

윤석민은 기나긴 안습의 세월을 뚫고 마침내 데뷔 후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기록하고 MVP에도 선정되었다. 그리고 마무리 유동훈은 정상호에게 솔로포, 나주환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인 박정환과 박재홍을 각각 땅볼과 삼진으로 마무리하면서 두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반면 SK는 KIA보다 5개 많은 10안타를 치고도 단 1점밖에 올리지 못하는 집중력 부재로 패배하며 벼랑끝에 몰리게 되었다.

3차전: 벤치 클리어링, 그리고 스스로 무너진 서재응 (SK 승)

3차전 선발투수는 KIA 구톰슨, SK 글로버.

배수진을 친 SK는 초반부터 구톰슨을 상대로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1회말 박재상과 박정권이 2루타-안타를 때리며 선취점을 올린 데 이어 2회말 무사 주자 1루에서 정상호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며 1점 추가했다. 뒤이은 조동화 타석 때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로 우천 노게임이 선언되나 했으나 10분도 안 되어 속행되었다. 3회말에도 SK는 선두 타자 박재상이 볼넷으로 나간 후 다음 타자 박정권이 좌월 투런 홈런으로 구톰슨을 조기 강판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어진 4회초에서 KIA는 제구가 흔들린 글로버에게서 2사 주자 만루 찬스를 만들었으나, 이재주가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어진 4회말 SK 공격, 정근우가 친 투수 앞 땅볼을 바뀐 투수 서재응이 1루에 바로 송구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아웃시키자 정근우는 서재응을 쳐다보았고, 서재응은 '뭘 봐 XXXX!'라고 대응, 둘이 언쟁을 벌이는 바람에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하여 잠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는데 1루 수비를 보던 최희섭은 둘을 중재하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인 반면 김종국은 벤치에서 나와 당사자들만큼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인터뷰에서 김종국은 '정근우가 자신의 직계후배(고려대)라서 정규시즌중에 주의를 몇번 줬던 탓에 더 속이 상해서 그랬다. 하지만 돌아서면 또 후배 아니냐'라는 발언을 했다. 한편 이때 김종국이 흥분하던 모습은 훌륭한 짤방이 되었다. 서재응은 흥분한 나머지 5회말에는 아웃 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사사구를 5개나 내주며 자멸, 한기주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고 말았다. 이후에 서재응은 2년 뒤 박진만을 맞추고 나서 병원에 가서 인사도 드리고 사과도 했다고 한다. 나중에 기자가 서재응에게 개인적으로 질문했는데, 박진만 선배를 맞춘건 고의가 아니였다고. 다만 SK라는 팀은 짜증나고 싫은 팀이며 영원히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SK는 5회말 공격에서 서재응의 난조로 박재상, 박정권, 김재현의 3연속 볼넷, 다음 타자 최정과 정상호가 사구를 얻어내며 밀어내기로 두 점 추가, KIA는 한기주를 마운드에 올렸으나 박재홍이 친 내야안타로 득점, 나주환의 야수 선택 - 조동화의 희생타로 또 1점을 더하면서 점수는 순식간에 8-0으로 벌어졌다.

6이닝 동안 노히트로 밀리던 KIA는 7회초 안치홍의 첫 안타와 이현곤의 안타+실책으로 1사 주자 2, 3루를 만들었다. 이용규의 삼진 후 김원섭 타석에서 SK 이승호의 폭투로 3루 주자가 홈인, 겨우 1점을 만회하였다. 8회초에는 이종범의 볼넷과 최희섭의 안타로 만든 무사 주자 1,2루 상황에서 김상현이 좌중월 쓰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순식간에 8-4로 추격하였다.

그러나 이어진 8회말에서 정규시즌 무홈런이던 SK 조동화가 우월 솔로 홈런을 치며 자신의 별명 가을동화를 입증하고, 계속된 안타로 2점을 다시 추가해 점수는 11-3.

KIA는 9회초 2사 주자 1,3루에서 김상현의 중견수 앞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하였으나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외적으로도 서재응의 'XXXX' 논란이 우스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이 사건에 관해 양 팀 프런트가 언론에 배포한 자료는 순식간에 한국시리즈는 병림픽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KIA측은 서재응이 욕을 하지 않았다고 발표, SK측은 정근우가 서재응을 쳐다본 건 강습타구여서 걱정되어서라고 발표.

여담으로 이날 경기는 KBS에서 중계했는데 하일성 해설이 KBO 사무총장직을 마친 후 해설에 복귀한 첫 중계이기도 했다.

4차전: Again 2007?, 승부는 원점으로 (SK 승)

4차전 선발 투수로 KIA는 양현종을, SK는 채병용을 내세웠다.

양현종이 좌완 투수임을 감안하여 김성근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김재현 대신 로또이호준을 3번 타순에 배치하는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였다.

SK는 2회말 2아웃에서 정상호가 볼넷으로 출루한 후 다음 타자 박재홍의 좌월 투런 홈런으로 2-0으로 앞서 나갔고, 5회말에도 정상호의 좌중간 2루타와 박재홍의 희생번트로 1사 주자 3루를 만든 후 다음 타자 나주환이 우중간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다시 한 점을 추가하였다.

KIA는 6회말 선두타자 이현곤이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1점을 만회, 이후 양팀의 투수들이 상대팀의 거포인 KIA 최희섭, 김상현과 SK 박정권을 봉쇄한 가운데 투수전으로 흘러갔고, KIA가 8회말에 마무리 유동훈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8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조동화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면서 다시 한 점을 내주었다.

9회초 마지막 공격, KIA는 연속 안타와 유격수 나주환의 실책을 묶어 한점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이현곤이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며 2연승 후 2연패를 당하며 두 팀의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SK 선발투수 채병용은 팔꿈치 수술을 앞두고 5.2닝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팀의 승리에 기여하였다. 채병용 선수는 이당시 오른팔 상태는 인대는 30% 정도 남아있고, 팔꿈치 연골은 닳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원등판이나 마찬가지지만 지못미.

KIA는 타선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믿고 선발출장 시킨 장성호가 병살타 두 개를 기록하는 등 5회초까지 병살타를 세 개나 기록하며 찬스를 무산시켜 한 경기 병살타 3개 친 팀은 필패라는 공식을 재확인 시켰다. 여기에 7회초 김상현의 홈런성 타구를 SK 박재상이 점핑캐치 하면서 잡아 버리는 등 전체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경기였다.

5차전: 로페즈의 대활약, 다시 한 발 앞선 KIA (KIA 승)

5차전부터 경기는 잠실 야구장에서 치르게 되며 KIA가 홈팀이 된다. 양팀의 선발투수는 1차전과 같은 로페즈와 카도쿠라가 다시 맞붙게 되었다.

초반에는 두 투수 모두 이닝당 평균 투구수가 10개를 조금 넘길 정도인 철저한 투수전으로 진행되었다. KIA는 3회말 공격에서 이현곤이 좌익수 앞 2루타를 기록하며 출루하였고, 뒤이은 김원섭의 내야 안타로 만든 1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다음 타자인 이용규가 1982년 한일전에서 김재박이 보여준 개구리 번트를 연상시키는 스퀴즈를 성공시키면서 선취점을 뽑아냈다.

이후에도 6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최희섭이 SK 두번째 투수 정우람의 공을 쳐내 1타점 적시타로 연결했고, 김상현의 안타와 뒤이어 이종범의 2루땅볼 타구 때 SK 유격수 나주환의 1루 송구 실책까지 이어지며 추가점을 뽑았다.

이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은 6회말 나주환의 실책 상황에서 2루에 슬라이딩하던 김상현이 나주환의 발을 걸어 수비 방해를 했다고 항의했고, 수비하던 선수들을 덕아웃으로 철수시켰다.

이에 김풍기 주심은 규정에 따라 선수단을 무단으로 철수시킨 김성근 감독에게 즉시 퇴장 명령을 내렸고, 이는 28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한국 시리즈 감독 퇴장 1호가 되었다. 허나 이 '도루 방해성 슬라이딩'이란 것은 아웃 당할 타이밍의, 병살성 타구 때 1루 주자는 늘상하는 것으로 SK에서도 같은 경기 9회 박정권의 '발이 사람을 향하는' 슬라이딩이 나오게 된다. 다행히 경기는 SK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복귀하면서 11분 만에 간신히 재개되었다.

이후 김성근 감독의 고백에 따르면, 하필이면 선수들이 들어오고 있을 때 '철수시 퇴장' 규정이 퍼뜩 생각이 났다고 한다. 분위기상 들어오고 있는 선수들 바로 되돌려보낼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퇴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KIA 선발 투수 로페즈는 9이닝 동안 4안타, 3사사구 완봉승으로 한국시리즈 2승과 MVP를 동시에 가져갔다. KIA는 V10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6차전: 끈질긴 SK, 다시 승부의 균형을 맞추다 (SK 승)

1패만 더 기록하면 끝나는 상황, 전날의 완봉패와 감독 퇴장으로 독이 오른 SK 타선은 6차전 KIA 선발 윤석민을 난타하여 초반부터 착실히 점수를 뽑아나갔다.

시즌 내내 SK팬들에게 로또라고 까이고, 이날까지 포스트 시즌 9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이호준은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윤석민이 던진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렸다.

SK는 3회말 박재상의 2루타 - 정근우의 희생번트 - 박정권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 이어 4회말에도 이호준의 좌전안타와 나주환의 희생번트로 만든 2사 2루 찬스에서 조동화가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3-0으로 달아났다.

이에 반해 KIA는 공격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 1회초와 2회초, 이용규와 김상현이 도루사된데 이어 4회초에는 김상현의 홈런성 타구가 폴대를 살짝 벗어나 파울이 되었으며, 6회초와 7회초 선두 타자가 잇따라 출루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점수를 뽑는데 실패하는 등 공격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8회초에 이현곤, 김원섭의 연속안타와 나지완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최희섭은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연결, 한점 차로 추격하였으나 계속된 1, 3루 찬스에서 김상현이 2루수 땅볼에 그치면서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도 나지완 선수와 정근우 선수간의 '사인 훔치기' 언쟁이 벌어졌는데, 이때 김종국 선수가 덕아웃에서 나와 정근우에게 '조용히 하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이 모습은 3차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이슈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37세에 개그포텐이 터진 남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근우는 다시 한번 야갤에서 더 까였다. 나지완 역시 2013년 이 후로 비호감이 되어 재평가를 받게 된다.

SK의 선발투수 송은범은 어깨 부상 때문에 투구수가 60개 안팎으로 제한된 상황에서도 140km대 후반의 강속구를 앞세우며 5이닝 4피안타 1볼넷으로 KIA 타선을 틀어막아 자신의 한국시리즈 첫 승리와 MVP를 기록했다. 송은범에 이어 6회부터 등판한 이승호는 2이닝 2안타 무실점, 뒤이어 나온 채병용은 1점 차로 쫓긴 8회초 2사에 나와 1.1이닝 무실점 경기를 마무리했다.

여담으로 경기 초반이던 3회말 시작 전 3루 내야석에 앉은 관중들이 경기장에 맥주캔과 날계란을 던지는 바람에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전날 5차전 5회말에서 벌어진 김상현의 슬라이딩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팬들이 김상현을 상대로 날계란을 던졌고 그 중에 하나가 김상현의 명치에 맞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KIA 벤치에서 구심에게 장내 소란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7차전: 나지완의 끝내기, KIA V10 (KIA 승)

마지막 7차전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시작됐다. 그날 KIA가 가동한 투수는 릭 구톰슨-한기주-양현종-손영민-곽정철-아킬리노 로페즈-유동훈의 총 7명, SK는 게리 글로버-이승호-가도쿠라 겐-윤길현-정우람-정대현-고효준-채병용의 8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그 당시 KIA는 이대진, 정용운, 서재응을 SK는김원형을 제외한 모든 투수를 가동시켰다. 선발투수 릭 구톰슨과 게리 글로버는 각각 3회까지 1안타와 무안타로 KIA 타선을 틀어막아 쉽지 않은 경기가 되리라 예측되었지만, 여전히 타격이 부진한 KIA에 비해 SK의 타선이 공격력 면에서 유리해 보였으며, KIA의 주포인 김상현이 주루플레이 중 손목부상을 입으면서 SK쪽으로 승부의 저울추가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김상현은 4회부터 다시 3루수 5번 타자로 출장했다

4회 정근우의 안타 뒤에 박정권의 큼지막한 홈런성 파울 타구가 바람을 타고 폴대에 맞는 행운의 홈런이 되면서 SK가 2점을 앞서나간다. 구톰슨은 박재홍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무너졌고 한기주가 등판. 한기주는 침착하게 삼진과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하지만, 기어이 5회에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조동화의 번트 타구를 무리하게 2루로 던졌다가 타자와 주자를 모두 살리고 말았다. 이어 박재상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된 상항에서 정근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해 만루를 채웠다.

그러자 KIA는 양현종이 등판했지만, 박정권의 깊숙한 2루 땅볼에 1점을 내주면서 점수는 3:0까지 벌어졌다.

KIA는 5회말 반격을 시작했다. 최희섭의 안타와 김상현의 진루타 후 안치홍의 안타에 최희섭이 홈으로 파고들면서 1점을 만회. KIA는 김상훈과 이현곤이 볼넷을 골라나가며 2사 만루를 만들었지만 구원등판한 이승호에게 이용규가 폭삼을 당하면서 기회를 날렸다.

SK는 6회초, 나주환의 안타와 정상호의 번트 실패 후 강공이 안타로 연결되면서 무사 1, 2루 찬스를 맞는다. 최정의 희생번트와 김강민의 희생플라이, 박재상의 안타를 엮어 2점을 추가하며 5:1로 점수차를 벌린다. 이 와중에 KIA의 주전 포수인 김상훈이 부상을 입으면서 2009년 한국시리즈는 SK의 승리가 굳어지는 듯했다.

패색이 짙던 KIA는 6회말 반격에 나선다. 김원섭의 내야안타 이후 나지완이 잠실 경기장의 중앙을 넘기는 큼지막한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스코어 5:3을 만든 후, 이어진 7회초의 SK 공격을 곽정철이 잘 막아냈다. 그리고 7회말, 구원등판한 카도쿠라를 상대로 첫 타자 안치홍이 좌중간을 넘기는 솔로포를 때려 5:4까지 따라붙는다. 다음 타석에서 노장 최경환이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만들어낸다.

SK는 윤길현을 등판시키지만 윤길현은 제구력 난조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후 강판되었고, 이어 등판한 정우람은 침착하게 이용규를 땅볼 유도하여 3루주자를 잡아냈지만 김원섭의 애매한 타구를 우익수 박재홍이 잡으러 뛰어나오다 그만 뒤로 흘렸고 그대로 점수를 내준다. 이로써 점수는 5:5 동점. KIA는 나지완의 사구로 1사 만루 기회를 이어가지만 최희섭의 폭삼과 김상현의 파울 플라이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8회초 정상호의 안타 이후 최정의 번트가 2루주자 아웃이 되었으나 김강민과의 승부에서 폭투가 나와 1사 2루가 되자 조범현 감독은 5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아킬리노 로페즈를 투입하는 강수를 쓴다. 이에 대해 로페즈는 이미 경기 전에 자신이 나갈 상황이 생기게 되면 등판하겠다고 자진해서 나섰다고 한다. 그리고 로페즈는 김강민을 2루수 뜬공, 박재상을 2루수 땅볼 아웃시키며 성공적으로 이닝을 마무리했고, SK는 8회 말 차일목과 이현곤의 사구로 만든 2사 1,2루 위기에 고효준이 이용규를 1루 플라이로 막아내 위기를 넘긴다.

운명의 9회. KIA는 마지막 남은 필승카드인 유동훈을 투입, 삼자범퇴로 9회초를 넘겨낸다. 9회말, SK는 마지막으로 채병용을 투입. 채병용은 선두타자인 2번타자 김원섭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출발했다. 다음은 3번 타자 나지완. 2-2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6구 째. 채병용의 공이 가운데 높게 제구됐다. 프로 2년차 나지완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나지완이 잡아당긴 공은 그대로 잠실 구장의 좌중간을 꿰뚫으며 125m의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면서 담장을 넘어갔다. 그 순간 KIA 측의 노란색 막대풍선이 일제히 일어났고 나지완은 양손을 치켜들었다. KIA의 10번째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7차전까지 이어져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던 2009년 한국시리즈는 KIA의 대역전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SK도 김광현과 전병두, 박경완이 빠진 상황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며 2010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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