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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장점과 단점, 그에 대한 평가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 인선에 포함됐던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 전입을 뺀 나머지 4가지 의혹이 모두 제기됐고, 이춘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병역 기피 의혹에 싸여 낙마했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의혹을 받다가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도 김용준 초대 총리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병역 기피, 전관 예우 등의 의혹을 받는 등 초대 각료 후보자 중 5명이 차례로 낙마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허물이 있음에도 결국 고위공직에 오른 사람들도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한승수 초대 총리는 부동산 투기 및 허위 경력 의혹을, 박근혜 정부의 정홍원 초대 총리는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을 각각 받았지만 둘 다 총리직에 임명됐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낙연 후보자도 역대 청문회의 수준에서 보면 큰 허물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은 존중돼야 하지만, 자로 잰 듯 적용할 게 아니라 상황의 타당성을 봐야 한다. 국민적인 동의를 구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 것이지 자격도 없는 한국당이 논할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여당이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배경 가운데 하나가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강한 팬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청문회 도중 이낙연 후보자의 ‘허물’에 대해 공격을 가했던 야당 의원들에게 일부 지지층들은 ‘문자폭탄’으로 응징을 했다. ‘당신이 그런 지적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당신도 들춰보니 비리가 이렇게 많은데 어디서 그런 지적직을 하느냐는 뜻이다. 실제로 “제발 결혼얘기 그만하시죠. 수준 떨어져서 진짜 도저히 못봐주겠네요” “OOO 의원님은 생계곤란이신데 아드님 집은 사주셨나봐요” “OOO의원님은 전과가 있으시네요. 도로교통법위반 음주운전 벌금 150만원” “그럴 때 당신은 뭐 하셨나요?” “군대는 다녀오셨나요?”는 등의 ‘팩트폭행’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청문회 도중 일부 야당 의원들은 신상 발언을 통해 ‘문자폭탄을 중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ㅋㅋㅋ 옛날의 국민들이 아니다. 눈 뜨고 가만 안 있는다. 자유한국당 개누리 니네들 최소 20년 동안은 정권 못 잡는다”며 지지글들을 올리고 있다.

이런 여당 지지층들의 문자폭탄과 ‘팩트폭행’은 청문위원들을 주눅들게 하고 소극적인 질문을 유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의원들의 휴대폰 전화번호가 유출된 이래 이런 현상들은 더욱 심해졌다. 국민들도 이제 일부 인지도 높은 언론에 의한 일방적인 정보의 소비를 거부하고 있다. ‘문빠’들의 집권 초 활약이나 ‘한경오 사태’ 등도 이러한 현상들을 방증한다. 정보생산의 주체가, 프레임 생산의 주체가 정치인이나 언론에서 국민으로 옮겨가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이낙연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무난히 통과된다면(물론 허물의 경중이 있긴 하지만), 그 공은 지난해부터 일어나고 있는 ‘국민들의 직접적인 저항과 개입’에 따른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낙연 후보자는 필자가 2003년 경인가 그때 술자리에서 처음 본 기억이 난다. 당시 이 후보자는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라 술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차 트렁크에 양주를 가득 싣고 다닌다는 말도 있었다. 남산의 외교구락부는 정대철 대표가 애용하던 ‘술집’이었다. 그는 정 대표 취임 초기 기자들과 인사자리를 자주 마련하고 다녔다. 처음 본 그날도 그는 얼굴에 취기가 서려 있었다. “피곤해 보인다”고 하자 “요즘 맨날 이러고 다닙니다”라며 자조 섞인 말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을 대할 때 눙치는 스타일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입도 무거웠다. 이 후보자는 정대철 대표가 굿모닝시티 수뢰혐의로 구속되는 것을 최측근으로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이 후보자는 2001~2002년 두 차례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2002년 대선 때 선대위 대변인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2007년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 등 대변인만 다섯 차례나 하면서 ‘5선 대변인’이란 별명도 있다. 온건·합리주의적 성향으로, 대변인 시절 날카로운 논평으로 호평을 받았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은 2002년 이 지명자가 노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이 지명자는 당·청 교류 파트너였다. 2003년 11월 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이 분당할 당시 이 지명자가 민주당에 남고 노 전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면서 두 사람의 정치적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교류는 이어졌다고 한다.

이후 2012년 대선 때 이 지명자가 문재인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후보자는 한때 고건 전 총리의 대권 만들기에도 동참한 바 있고,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때는 손학규 전 대표의 측근으로도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는 직접 인연은 별로 없지만 호남출신에 합리적인 성품, 엄격한 자기관리, 여야 정치인들과 폭넓은 교류 등의 강점으로 대통령 바로 아랫자리인 총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그런데 그가 대변인으로 일할 때 그의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이낙연 후보자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하기도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에 대해 “일에 대해서는 완벽주의라 아랫사람들을 약간 막 대하는 게 있었다. 보기와 달리 까칠하고 좀 무서운 스타일이었다. 대변인 시절 아랫사람들이 일을 좀 늦게 하면 ‘우왕좌왕 몰려다닌다’며 ‘동네 축구 하느냐?’며 다그치기도 했다. 좀 기분나쁘게 몰아붙이는 편이었다. 서울법대 출신이라 엘리트의식도 강했다. 지금 청와대의 윤영찬 홍보수석이 그의 회사 후배였다. 하루는 이 후보자가 마구 화가 났는데 차에 같이 타고 있던 윤 수석을 차에서 내리게 했다는 일화도 들었다. 부대변인단과 회식도 거의 안 해서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아랫사람들이나 후배들을 좀 무시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역구는 4선을 하면서 관리를 잘 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자는 4선 의원에 전남지사, 이제는 총리직까지 바라보는 잘 나가는 정치인이다. 웬만한 자기관리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침이 심했던 호남지역에서 4선을 하면서도 신주류-비주류와 두루두루 관계가 원만했고, 그것이 또 장점이 돼 이번에 문재인 정권의 첫 번째 총리자리에 올랐다. 청문회에서도 그리 큰 허물은 발견되지 않았다(역대 총리에 비해서는). 하지만 그동안 그가 꽃길로만 달려오면서 미처 살펴보지 못한 길의 밑바닥을 다시한번 둘러봤으면 한다. 그가 이른 꽃길의 바닥에는 수많은 인연들의 희생이 깔려 있다. 이낙연 후보자의 첫 총리직으로 가는 꽃길에 재를 뿌리려는 게 아니다. ‘표적 인터뷰’도 아니다. 다만, 그동안 그가 꽃길로만 다니면서 미처 챙기지 못한 ‘아랫사람’들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보라는 권유를 하고 싶다. 어차피 정치라는 건 ‘허업’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날이 온다. 그들과 은퇴를 앞두고 새롭게 평탄한 길을 같이 가야 한다. 이낙연 후보자의 총리직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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