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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 53호 누가 이들을 싸우게 하는가 - [사회]사장별곡

사회문제연구회 박중현(poreh9096@gmail.com)

2015년 대한민국에는 사장님이 넘쳐난 다. 이웃집 김씨도, 앞집의 박씨도, 뒷집 이 씨도 모두 사장인 나라. 대한민국에는 적어 도 600만 명 이상의 사장님이 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최종 직장은 치킨집 사장으 로 수렴된다.’라는 ‘치킨집 수렴의 법 칙’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한국에는 현재 약 600만 명의 인구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매달 3만 명 이상 자영업을 새로이 시작하고 있다. ‘사장’이라는 직책은 보통 사람들에 게 매우 멀게 느껴지는 직책이건만, 현재 대한민국에는 경제활동인구 1/4 이상이 사 장님으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장님은 동경의 대 상임과 동시에 분노의 대상이다. 작년부 터 올해까지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갑 을논란’, 그리고 몇 개월 전 한 아이돌의 아르바이트 주선업체 광고를 통해 불거졌 던 ‘알바몬 사태’ 등만 보더라도 사장님 은 청년과 절대 화해할 수 없는 존재로 여 겨지고 있다.

들어가며 : 김사장, 이사장, 박사장의 나라

2015년 대한민국에는 사장님이 넘쳐난다. 이웃집 김씨도, 앞집의 박씨도, 뒷집 이씨도 모두 사장인 나라. 대한민국에는 적어도 600만 명 이상의 사장님이 살고 있다. 바로 자영업자들의 이야기이다. 모든 사람들의 최종 직장은 치킨집 사장으로 수렴된다.’라는 ‘치킨집 수렴의 법칙’은 괜한 소리가 아니 다. 한국에는 현재 약 600만 명의 인구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매달 3만 명 이상 자영업을 새로 이 시작하고 있다. ‘사장’이라는 직책은 보통 사람들에게 매우 멀게 느껴지는 직책이건만, 현재 대한민국에는 경제활 동인구 1/4 이상이 사장님으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장님은 동경의 대상임과 동시에 분노의 대 상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갑을논란’, 그리고 몇 개월 전 한 아이돌의 아르 바이트 주선업체 광고를 통해 불거졌던 ‘알바몬 사태’ 등만 보더라도 사장님은 청년과 절대 화해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글이 사장님들에 대 한 욕과 불만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사장님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번 글 에서는 김사장, 이사장, 박사장님들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자영업의 과잉화 - 97년 이후 한국 사회

자영업자 600만 명의 시대.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은 약 28%로, OECD 평균 15%의 약 두 배에 달한 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영업 과대화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율은 여러 요인으로 설 명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60년대부터 비정상적으로 높은 자영업 비율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 중 가 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이유는 서울로의 인구 밀집이다. 산업화 시기, 노동력을 완전히 흡수할 수 없는 상 황에서 도심으로의 인구 유입은 자연스레 자영업의 증가를 가져왔다. 그러나 자영업 비율이 30%가 넘 는 나라의 대부분이 관광산업으로 유지되는 국가들이라고 할 때, 20% 후반의 비율을 계속해서 유지하 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실제로 과거 ‘자영업 구조조정’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높은 자영업 비율 을 축소하려는 시도가 존재하기도 하였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의 자영업 비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태백 : 이십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 : 45살이면 정년 오륙도 : 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삼팔선(38세 퇴직),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 등까지, 2000년대 초반에 들어 사회 전반의 세태를 풍자한 신조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말들은 97년 IMF 이후 달라진 한국 사회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 사회의 모습은 IMF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달라진다. IMF는 평범 한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였고 이 과정 에서 대량의 정리해고가 발생하였다. 97년 이후 한국 사회는 실업자의 수가 130만명을 넘으며 본격적 고실업시대로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외환위기가 가져온 것은 단기적인 대량해고 뿐만이 아니었다. 97년 외환위기는 한국사회의 경제적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위기극복비용을 지원받는 대신 IMF는 한국 경제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노동시장구조조정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97년 이후 김대중 · 노무현 정권을 거쳐 정리해고법· 파견근로제법 ·비정규직보호법 등이 통과되었다. 더불어 자본 ·금융시장이 본격적 으로 개방되어 해외자본의 유입과 해외로의 자본 유출이 급격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중 요한 변화는 바로 재벌의 모습이었다. IMF 위기를 거치며 한라그룹, 쌍방울그룹, 동아그룹 등 많은 재 벌이 도산하였고, 이 기업들이 분포했던 산업은 살아남은 소수 기업의 차지가 되었다. 살아남은 대 기업들은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다. 정리해고를 단행하여 정규직의 수를 최 소화 한 이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시키거나 하도급 형태의 생산체계를 만들어 비정규직 · 간 접고용 의 비율을 높이게 된다. 87년 민주화 운동과 노동자 대투쟁 을 통해 이룩한 노동 표준은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 재편을 통해 거의 해체되다시피 됐다.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하여 고용의 안정성이 해체되고, 기업의 생산 부문의 투자 축소와 금융 투기 증가로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구직난에 허우적거리게 되 었다. 이처럼 고용시장에서 내몰린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빈곤의 끝자 락에 내몰려 거리를 떠돌거나,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수가 97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자 영업 역시, 반강제적으로 퇴직당한 이들의 마지막 생계 수단으로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던 것이다.

"빈곤의 끝자 락에 내몰려 거리를 떠돌거나,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수가 97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자 영업 역시, 반강제적으로 퇴직당한 이들의 마지막 생계 수단으로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던 것이다."

자영업자의 삶 - 을 중의 을, 자영업자

앞선 서술을 통해, 600만 명의 사람들은 왜 사장님이 되기를 선택했는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 지 않았던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600만 명의 사장님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국세 청의 통계에 따르면 한 해에 폐업하는 개인 사업자는 83만 명을 넘는다.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최근 자영업자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연구 논문을 보면 자영업의 폐업률은 85%, 그 중에서도 음식점의 폐 업률은 95%로 측정된다. 한마디로 100명 중에 85명은 망한다는 소리다.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매출액은 13년을 기준으로 877만원이며, 여기서 임대료와 재료비 ·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평균 영업이익은 180만원에 불과하다. 사실 말이 좋아 사장이지, 자영업자들의 평 균 소득은 임금노동자 평균 소득의 약 52%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낮은 소득과 높은 폐업률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지고 있는 빚의 액수는 무려 193조에 이른다.

"자영업의 폐업률은 85%, 그 중에서도 음식점의 폐 업률은 95%로 측정된다. 한마디로 100명 중에 85명은 망한다는 소리다.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매출액은 13년을 기준으로 877만원이며, 여기서 임대료와 재료비 ·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평균 영업이익은 180만원에 불과하다. 사실 말이 좋아 사장이지, 자영업자들의 평 균 소득은 임금노동자 평균 소득의 약 52%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낮은 소득과 높은 폐업률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지고 있는 빚의 액수는 무려 193조에 이른다."

간단한 수치로 본 사장님들의 삶은 우 리가 언론, SNS를 통해 흔히 접하게 되는 사장님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연탄맛 후라이로 인생역전을 이룩한 무한도전의 정과장이나, TV에 종종 나오는 성공대박 신화의 주인공들은, 말 그대로 ‘신화’에 나 나올법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 탓에 자영업자들은 스스로를 ‘자기고용노동자’라고 부른다. 좀 더 학술적인 용어로 자 영업자는 ‘비임금 노동자’라고 불린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한정된 소득 내에서 직원을 고용할 여력 이 되지 않기에 스스로가 10시간을 넘는 중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자영업자들을 보호해 줄 법장치도 사실상 미비한 상황이기에 이들은 계속해서 빈곤의 끝자락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 부분의 법이 아직까지 건물주의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중심으로 해석되기에, 자영업자들이 오랜 노력을 통해 겨우 기반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권리도 주장하지 못한 채 쫓겨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 촌, 인사동 등 떠오르는 관광지의 경우 기존에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대부분 쫓겨나고 이 자리에 대기 업 프렌차이즈나 건물주를 중심으로 한 상업시설이 들 어서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리해고와 고용 불안정의 칼날에 흔들리고, 치킨집이라는 최후의 일터 에서마저 너무 쉽게 내쫓기는. 김사장, 박사장, 이사장 님의 삶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을’로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자영업의 미래 - 자영업과 한국 사회의 미래는? 지금까지는 자영업 사장님들의 ‘삶’을 들여다보았 다. 글을 맺으며, 조금 더 시야를 넓혀 자영업의 미래를 통해 본 한국 사회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 다. 90년대 이후 2013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온 자영업 자의 비율이 최근 몇 년 새 조금씩 줄어두는 추세를 보 이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자영업에 진입하는 수보다 퇴출되는 수가 더 많았다고 한다. 이는 무엇을 의 미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상황에서 자영업의 축소는 곧 중산층의 몰락을 이야기한다. 살펴본 것 처럼, 현재 중소자영업자들의 대부분은 임금노동 시장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이 그나마의 경제력을 가지고 최후의 생계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자영업 사장이라는 직업이다. 바 로 이러한 중산층들의 ‘최후 생계 수단’마저 지켜지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다는 것은 많 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1000조원이 훨씬 넘는다. 경기 활성화 국면에서의 가계부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1000조원의 부채를 견딜 만큼의 황금기가 아니다. 07년부터 시 작된 미국발-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장기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선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중산층이 몰락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전망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대 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어 사업을 시작하고 있기에, 자영업에 대한 대안은 매우 시급하다. 박사장, 김사장, 이사장의 삶을 ‘안타까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현재 중소자영업자들의 대부분은 임금노동 시장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이 그나마의 경제력을 가지고 최후의 생계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자영업 사장이라는 직업이다. 바 로 이러한 중산층들의 ‘최후 생계 수단’마저 지켜지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다는 것은 많 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맺으며 : 김사장, 이사장, 박사장, 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하여 97년 이후 재편된 한국 사회의 구조에서 ‘소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비슷한 ‘불안’과 ‘위 협’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학생들은 취업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고, 중장년층의 노동자들은 해고당 할 것을 불안해하며,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위협을 받으며 살아간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을 깎아 가며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거나, 자영업의 길로 들어선다. 그나마도 불가능한 사람들은 노점상이 되거 나 거리의 홈리스로 살아가게 된다. 과장과 단순화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삶이 위와 같은 구조로 연 결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삶의 질과 소득 수준 등은 다르지만, 2015년 한국 사회 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빈곤의 끝자락에 내몰릴 위협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학생 /노 동자/자영업자 모두가 공유하는 ‘위협’과 ‘불안’을 끊어내야 한다. 정부와 기업에서는 한국사회 의 미래를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이미 비정규직이 절반을 넘고 장시간저임금 노동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노동유연화와 임금 삭감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기업’ 이 ‘버티기’ 위한 대안이 될 순 있을지라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들을 위한 대안이 되 지는 못한다. 대안은 ‘단결’에 있다. 서로를 분열시키는 임금노동자(정규직-비정규직)와 비임금 노동자, 실업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구가 필요하다. 최근 이와 관련된 다양한 담론들이 나오고 있 다. 최저임금 1만원,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부과, 노동시간 줄이기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재벌개 혁, 대기업 중심 수직적 하청계열화에 대한 문제제기 등. 이 자리에서 각 대안의 타당성과 현실 가능성 을 논할 수는 없다. 다만, 더 이상 재벌과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에 휘둘리지 않고, 노동자와 서민들의 대 안담론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김사장, 이사장, 박사장, 그리고 한국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 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구체적인 삶의 질과 소득 수준 등은 다르지만, 2015년 한국 사회 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빈곤의 끝자락에 내몰릴 위협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학생 /노 동자/자영업자 모두가 공유하는 ‘위협’과 ‘불안’을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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