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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한일전 직관 + 부산대 치킨스톰 후기

늦었지만 아시안게임 한일전 직관 후기를 올려봅니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로 축구 경기를 밖에서 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잘 안나는데, 이번에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같이 보자고 친구놈이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나라랑 경기도 아니고 한일전인데다가, 아시안게임 결승전이라고 하니 "아 이 경기는 꼭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죠. 크게 고민도 안해보고 바로 승낙!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축구에는 역시 치맥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치킨집에서 축구를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경기가 8시 반 시작이라고 해서, 일찍 만나서 저녁먹고 움직이기는 좀 애매한거 같아 그냥 치킨집에서 늦게 만나기로 결정. 부산대 정문 쪽에 치킨스톰이라는 가게가 치킨도 괜찮고 스크린도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8시에 가면 너무 늦을 거 같아서 7시에 도착했는데 가게가 좁아서 그런지 이미 사람들이 다 꽉차있었습니다. 대학가 근처라 젊은 학생분들이 많았는데, 뭔가 에너지가 느껴지는게 벌써부터 신이 나더군요 ㅋㅋ 겨우 한 테이블 잡고 응원 준비 완료.

4인이어서 치킨은 후라이드, 매운맛, 간장 각각 반 마리씩 한마리반을 시켰습니다. 양이 생각보다 많진 않았는데, 여성4분이면 딱 괜찮을 것 같고 남자 4분이면 2마리는 시켜야 할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양파 튀김과 감자튀김, 떡튀김이 같이 나오는데 구성은 괜찮더라구요.

같이 간 친구놈이 이 집은 매운맛이 맛있다고 해서 시켰는데, 역시 맛있었습니다. 카레맛도 살짝 나면서 매운 것이 입맛을 확 돋궈주더라구요 ㅎㅎ 맥주랑 같이 해서 먹으니깐 순식간에 다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기름도 깨끗해보이고 튀김 안에 살도 촉촉하고, 튀김옷도 두껍지 않고 괜찮아 보였습니다. 부산대 앞에 자취하는 학생들도 많이 시켜먹는지 배달이 끊이지를 않더라구요..ㅎㅎㅎ 서빙하시는 알바분들이 너무 바빠 보이셔서 이 날은 좀 안타까웠다는..

운이 좋았던게 사실 야구는 생각도 안했는데 야구도 하고 있더라구요 ㅋㅋ 신기하게 축구 결승도 한일전 야구도 한일전.. 축구 시작도 안했는데 야구도 이기고 있어서 뭔가 느낌이 괜찮다 싶었습니다.

이번 야구 대표팀은 병역 회피(?) 논란으로 여론이 많이 안좋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야구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3대0으로 이기고 있는데 다들 무관심하시더라구요. 야구가 이렇게 비인기 종목이 아닌데.. 여론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는 유난히 축구대표팀과 관련해서 화제거리가 많았죠. 시작전부터 인맥축구 논란으로 삐걱거리더니, 말레이시아한테 2대1로 졌을 때는 비난 여론이 최고조에 달했었구요.

사실 저는 인맥축구 논란과 관련해서는 크게 동의는 안하는 편이었는데, 말레이시아 한테 졌을 때는 조금 화나긴 했습니다. 감독님도 생각이 있으셨겠지만 너무 방심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이제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사실 예선 2차전에 졌을 때가 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방심하거나 설레발 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면 결과가 항상 안좋더라구요. 바레인 상대로 6대0으로 이기고 나서 설레발 치는 기사가 많이 나오길래 좀 불안하긴 했었는데 결국 말레이시아 한테 2대1로 졌었죠.

그렇게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키르기스탄을 잡고 올라가서는 이란을 2대0으로 잡아버리더라구요 ㅎㅎ 게다가 시작전부터 인맥축구로 논란의 중심이었던 황의조 선수가 예상외로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했구요.

이란을 잡고 난 다음부터도 드라마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쌀딩크라고까지 불리면서 베트남에서 한국 열풍을 이끄신 박항서 감독님과 만난 것도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비록 베트남이 지긴 했지만 끝까지 싸우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장면을 많이 연출한 대표팀이었기에 이번 결승전은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 같습니다. 한일전인데다가 손흥민, 조현우 선수의 병역면제 문제가 걸렸고 결승에 올라오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워낙 많았구요.

여튼 그래서 결승전이 무척 기대됐습니다. 치킨하고 맥주를 먹으면서 야구 경기도 보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다보니 어느덧 경기시간이 되었습니다.

경기전에는 굉장히 팽팽한 경기를 예상했었는데, 막상 시작하자마자 몰아치는 한국..!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것이 눈에 보였고, 그런 한국팀의 움직임에 일본이 당황한 것 처럼 보였습니다. 다만 한 가지,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뛰다가 후반에 지칠까봐 그게 걱정 됐었는데.. 친구놈이 그러더군요. 막는 일본애들이 더 힘들거라고..ㅎㅎ

한국은 정말 맹공을 퍼부었고 몇 번 좋은 찬스도 있었지만 일본 골키퍼에 막히기도 하고 정말 결정적인 찬스는 못 만들어낸 탓에 결국 전반을 무득점으로 마치고 말았습니다.

이 때 치킨을 이미 다먹은 뒤라서.. 닭똥집(모래집)을 시켰습니다. 소주도 하나 추가하구요. 다같이 응원하니깐 확실히 열기가 장난 아니더라구요. 좁은 가게에서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후반을 맞이했습니다.

후반에도 역시 한국의 맹공은 계속 되었습니다. 경기가 잘 안풀릴 때마다 손흥민 선수가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 TV에 나와서 저 역시 안타까웠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애가 타는데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한일전은 보통 원사이드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잘 없었던 것 같은데, 이날 경기는 정말 달랐습니다. 시종일관 한국의 맹공. 간혹 전개되는 일본의 역습.. 후반도 비슷한 양상이었는데 다만 양 팀 선수들이 체력이 조금씩 떨어져가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이 때 후반 56분에 드디어 이승우 선수가 들어왔습니다. 이승우 선수는 역시 기대대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과감한 돌파와 패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후반 역시 무승부로 마무리. 이 때부터 슬슬 불안해졌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 체력이 빠져서 연장가서 골먹으면 어떡하지.. 계속 걱정됐거든요.

긴장된 마음으로 계속해서 스크린을 응시하던중.. 드디어 천금같은 첫골이 터졌습니다!

아.. 정말 짜릿했습니다. 그 작은 치킨집이 진짜 터져나갈 것 같더라구요 ㅎㅎ 저희 일행도 소리 지르고 난리가 아니었다는.. 비록 아시안게임이지만 그 순간 만은 정말 월드컵 우승한 것보다 더 짜릿했습니다.

이승우 선수의 센스가 너무 돋보였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실력이 좋은데 가끔 자신감이 부족해보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승우 선수는 역시 이승우 선수 색깔대로 자신감있게 흘러나온 공을 바로 때려버리더라구요 ㅎㅎ

손흥민 선수가 슛하기에는 각도가 좋지 않았는데, 이승우 선수가 과감하게 슈팅을 한 덕에 천금같은 선제골이 터졌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이승우 선수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ㅎㅎ

그래도 아직 1대0이니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는 일본도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터라 더 불안불안하게 경기를 지켜봤는데요. 기세를 몰아 한 골 더 넣어주기 바라는 사람들의 함성이 홀안에 울려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드디어! 이번 대회 내내 욕을 많이 먹었던 황희찬 선수의 두번째 쐐기골이 터졌습니다!

아.. 정말 점프력... 대단했습니다. 일본 수비수의 거의 2배를 튀어올라 그대로 꽂아버린 헤딩은, 짜릿했습니다. 욕도 많이 먹었던 황희찬 선수였기에 본인도 많이 기뻤으리라 생각합니다. 홀에 계신 다른 분들도 황희찬 선수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줬습니다. 저 역시 정말 기뻤구요..

2골 넣었으니 이제 조금 안심이 된다 싶었습니다. 옆 테이블에서는 일행끼리 토토를 하셨는지 이제 그만넣어라, 한골만 먹어라 이러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ㅎㅎ 저도 2대0인데 설마 지겠어, 이런 생각이 더컸는데요.

그런데 응원하는 분들도, 대표팀도 방심한 탓일까요. 그 뒤에 갑자기 일본 이야세의 골이 터져버렸습니다. 홀 내의 분위기는 정말로 갑분싸.. 시간도 6분 정도 남았을 때라 너무 긴장되더라구요. 이러다가 동점골 먹으면 어쩌지? 다른 분들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멘붕이 올 법도 한데 그 이후로는 우리 대표팀이 분위기를 잘 추스려서 별 위험한 장면 없이 마무리를 잘했던 것 같습니다. 그 6분이 정말 내 생에서 제일 시간이 안가는 6분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ㅋㅋ 공 좀 돌렸으면 하는데 정말 정직하게 계속 플레이를 해서 얼마나 속으로 조마조마했는지..ㅎㅎ 휘슬이 불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박수를 보냈는데 뭔가 하나된 느낌이 들어서 짜릿했습니다.

7시부터 거의 밤 10시 30분까지, 축구만 집중하면서 봤는데 시간 가는줄 모르고 스트레스도 쫙 풀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물론 치킨이랑 맥주도 맛있었구요.

이번 아시안게임 여운은 유난히 오래갈 것 같습니다...ㅎㅎ

마지막으로 손흥민 선수의 행복한 사진 올리면서 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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