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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너무 완벽한 '이현동의 DJ 뒷조사 판결문'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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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동 DJ 뒷조사' 판결문 비공개, 행정심판 청구 포기한 이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8일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국고손실 혐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이현동은 구속 기소됐기 때문에, 무죄 선고 즉시 석방됐다.

이현동은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가정보원 예산 5억 3,500만 원과 미화 4만 7천 달러를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는 '데이비드슨 사업'에 사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은 '이명박 비판 여론' 대응을 위한 심리전에 국세청을 동원했다. 그 과정에서 전달된 자금은 대북공작금이었다.

검찰은 1억 2천만 원에 대해서는 "이현동이 '협조 대가'로 받은 자금"이라고 판단한 뒤,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던 것이었다.

이현동의 재판에는 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일부 증인으로 출석했고, 재판부는 그들의 비공개 증인신문 요청을 받아 들였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 ⓒKBS

또한, 재판부는 선고 후 '비공개 증인신문'을 근거로 시민의 판결문 제공 요청을 거부하는 등 판결문을 비공개했다.

기자도 이현동의 비실명화 판결문 제공을 신청했던 사람 중 1명이었다. 기자는 8일 서울중앙지법에 비실명화 판결문 제공을 신청했고, 법원은 9일 곧바로 '공개제한'을 이유로 공개 불허 통지를 했다.

기자는 이현동의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할 만한 사안인지 분석했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했다. 재판부의 법리적 판단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위법·부당한 재량 행사' 주장하려고 해도 틀어 막히는 이유

형사소송법 제59조의3 제1항에 따르면,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에 대한 제공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를 ▲비공개 심리 진행 ▲소년 사건 ▲공범의 증거인멸이나 도주를 쉽게 할 우려가 있을 때 ▲관련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을 때 ▲국가의 안전보장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명백할 때 ▲당사자가 명예·사생활·영업비밀 등을 근거로 비공개를 요청했을 때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비공개 심리 진행'을 근거로 판결문 제공을 거부했다. 또한, "이현동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을 국가정보원의 '정당한 업무'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무죄 근거로 들었기 때문에, "국가의 안전보장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명백하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비판 여론 제기를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가정보원의 정당한 업무에 속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이현동이 DJ 뒷조사를 국가정보원의 정당한 업무로 속한다고 인식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판결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의 문제를 거론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인식 여하에 대한 판단을 제시했기 때문에, 비난에 대한 반박의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재판부의 판결문 비공개 결정은 법률상으로는 형사소송법 제59조의3 제1항의 요건을 준수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은 법원에 판결문 공개 여부와 관련해 재량을 부여했다.

판결문 비공개 결정을 놓고 행정심판·행정소송 등 쟁송을 제기하려면 ▲재량의 일탈이나 남용 ▲부당한 재량 행사를 입증해야 한다.

즉, 재판부가 형사소송법 제59조의3 제1항과 관련해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09조를 어길 정도로 과도하게 재량을 행사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쟁송을 제기하려는 입장에서는 결국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처분의 위법·부당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률을 근거로 판결문을 비공개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위법성을 주장할 수 있는 논거를 찾을 유일한 수단이 완전히 차단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꼬이는 것이다. 단순히 '헌법상 심리 및 판결 공개 원칙'만 주장해서는 쟁송 제기는 하나 마나 한 행위가 될 뿐이다.

행정심판은 법원행정처 행정심판위원회가 심리하고, 행정소송은 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대법원이 심리한다. 무엇을 제기하든, 결국 '판사' 혹은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사실관계와 논리를 완벽하게 구성해 대응해도 "주장이 통할 것"이라는 장담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더해, 구체적 주장을 할 근거 자체가 차단된 상황까지 맞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쟁송 제기는 무의미한 행위일 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의 판결문 비공개는 이렇듯 문제 제기 방법 자체를 사실상 모두 차단하고 있다.

'최경환 특활비 수수' 제1심 판결문도 비공개

재판부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특수활동비 수수 제1심 판결문도, 최경환 측의 요청을 이유로 비공개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판결문을 비공개해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사라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가, 최경환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람으로 지목된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문을 공개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판결문에는 이병기·이헌수가 최경환에게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정황과 유죄를 선고한 법률상 근거가 적시됐다. 최경환의 제1심 판결문을 비공개할 사실상의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KBS

참고로 형사합의32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현직 국가정보원 직원들에 대해서도 공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그들이 법정을 출입할 때에만 방청객을 퇴정시키고 방청석 앞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선에서, 공개 재판 원칙과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신원 보호 요청을 조율했다. 또한,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에 대해서는 신원 보호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심리 및 판결 내용 중 상당수는 국가정보원의 예산 관련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형사합의32부는 비실명화 판결문 공개는 물론, 선고 생중계까지 진행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합의21부의 '완벽한 법리의 판결문 비공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헌법상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기 때문에, 형사합의32부의 대처는 형사합의21부에 '판결문 공개'를 요구할 만한 쟁송 근거로 들기는 어려워 보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KBS

형사합의21부가 이현동의 제1심 판결문을 비공개하면서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민간인 사찰' 관련 제1심 판결문도 비공개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해당 재판을 심리하는 형사합의31부의 김연학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이던 2016년 3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문건을 작성한 적이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사법부를 대상으로 청구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모조리 기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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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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