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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생은 처음이라 TVN드라마

전소민 (윤지호 / 30세 드라마 보조작가)

집에서 쫓겨날 일 없는 달팽이를 부러워 하는 여자

최고 명문대인 s대를 나와서 친구들이 대기업, 로스쿨, 대학원을 선택할 때 일일 드라마 보조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합니다.

글을 쓰는 것이 내 행복, 험난한 과정도 내 행복, 오늘이 즐거워야 내일도 즐겁다는 인생모토를 가지고 박봉의 어려운 생활도 불안하지 않았던 지호.

꿈을 위해 달리다 보니 아직도 모태솔로, 30대 작가데뷔를 놓치면 굳건한 멘탈도 산산조각 나고 맙니다. 내 몸하나 뉘일 방 한칸도 없는 현실...

다행히 조건 맞는 월세의 세입자로 들어가지만, 집주인이 같이 맥주를 마시며 화기애애 축구를 보다가도 방 안에 들어가면 문을 잠그는 특이한 캐릭터.

남자주인공이 굉장히 특이하고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굉장히 드문 사람이지만, 이성적이고 조금은 건조해 보입니다. 아무리 우리 현실이라지만 심각한 내용은 좋아하지 않는데요.

이 드라마는 적당히 웃음 포인트가 있어서 좋아요. 동생 때문에 5년이나 살게 된 집에서 나오게 된 지호가 다음 생에는 달팽이로 태어 나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만 봐도 말입니다. 달팽이는 집이 있으니까...

방송작가로 일하는 지호는 모태솔로 이지만, 3년동안 썸아닌 썸을 탔던 남자가 있습니다. 그 남자가 오해 하기 충분하게 지호에게 할말이 있다고 하고, 지호는 설레임에 밖으로 나와버립니다. 고백타임에는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채, 쓸데없이 자신이 고백 받을 것 같다고 엄청나게 냉정한 눈을 하고 있는 처음 보는 남자 세희에게 말하고 맙니다.

때마침 처음 만난 사이지만, 두 커플을 봤던 세희는 남자가 잘생겼다고 칭찬까지 해 줍니다. 키도 얼굴도 준수한 편이라며 엄청 사무적인 목소리로 10점 만점에 7점이나 줍니다. 근데 너무 짜다고 9점은 달라고 조르는 지호, 그리고 키커, 눈썹 짙어, 어깨 있어, 직업 있어 자랑을 늘어놓다가 보니, 멀리서 여자랑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여자도 있네요... 라고 말하는 지호...괜히 같이 그 모습을 목격하고 민망한 세희...

생각해보면 내인생에 나는 공격수였던 적이 없었다. 언제나 적당히 수비하고 적시에 물러섰다.

공이오면 받아칠 용기도, 그렇다고 피할 깜량도 없는 어중이 떠중이 수비수

썸아닌 썸을 끝내고 버스를 기다리는 전소민이 맡은 지호의 독백이 이어집니다. 굉장히 부끄럽고 웃긴 장면이었어요. 고백 받을 것 같다고 자랑만 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전 이런 사람 좋아합니다. 솔직하고 사랑스럽지 않나요?

2차 3차 싫다고 버스를 타겠다고 나온 세희, 지호와 마주 치자 민망할까봐 통화하며 전철을 타겠다고 말을 바꿉니다. 그러자 급하게 버스타고 가면 안되냐고 묻는 지호예요. 안 그러면 자신이 더 쪽팔릴 것 같다고 말이죠.

어색하게 마주 앉은 두사람, 냉정할 것만 같은 세희가 의외의 위로를 해 줍니다. 고지식하고 차가워만 보이는데 말이예요. 오히려 사람 좋은척 다정한 말보다 더 진심이 묻어납니다.

"20살이니까 30이라서 곧 40인데 시간이라는걸, 그렇게 분초로 나눠서 자신을 가두는 종족은 지구상에 인간밖에 없습니다.

오직 인간 만이 나이라는 약점을 공략해서 돈을 쓰고 감정을 소비하게 만들죠.

서른도 마흔도 고양이에겐 똑같은 오늘일 뿐입니다."

저 이상한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는 전소민, 저도 왠지 위로가 되더라고요. 신피질의 재앙이라는 특이한 말도 말입니다. 고양이는 신피질이 없다고 합니다. 그 짧은 문장에 30이란 단어가 3번이나 들어가서 신피질의

재앙이라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데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감이 없어지고 나이 먹도록 뭐했나, 허무한 기분도 들고 그럴때가 있잖아요.

"다시 뵙지도 못할 분인데 제가 위로를 받았네요."

"다신 못볼 사람이라 위로가 된 걸 겁니다."

다시 못볼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왠지 더 애틋했다는 지호.

"이번생은 왠지 좀 망한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열심히 해볼께요."

"권투를 빕니다. 이번생은 어짜피 모두 처음이니까..."

잠시 잊고 살았다. 이번생도 이 순간도 단 한번 뿐이라는 걸...

위로의 답례일까요? 지호는 세호에게 키스를 하고 때마침 온 버스를 타고 돌아 옵니다.

한가지 잊은 것이 더 있습니다. 키스할때는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야 하는데요, 버스 탄 지호가 애틋해서 했고, 오랜만의 일탈이 즐거웠다면 된거겠죠.

긴하루였다. 5년간 살았던 집에서 나오고, 3년간의 썸아닌 썸을 끝내고, 처음 보는 남자와 키스를 했다.

내가 상상한 서른은 아니지만 처음 살아보는 서른 치고는 나쁘지 않다.

이렇게 쿨하게 하루를 정리 했지만, 방금 애틋해서 키스한 세희가 조건 맞아 월세로 들어온 방의 집주인이기에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지금 주인공 지호의 인생이 어려운건 열심히 살지 않아서가 아니라 꿈만 보고 열심히 달려서 입니다. 그래서 부러운 마음도 듭니다. 꿈을 갖고 최선을 다 해보는 경험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렇게 달리다 보면 인생이 허무하고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지점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의 온도와 이 방송을 보니 작가라는 꿈도 여러가지 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자신의 대본을 지킬 수 없고 이 바닥은 원래 이렇다는 분위기에서, 굉장한 문제해결능력이 필요한 직업 같네요. 신선하게 시작한 드라마, 앞으로도 재밌는 내용이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from http://5107.tistory.com/120 by c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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