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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잃은 증거들] 3. 레이더와 전혀 다른 세월호 AIS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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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잃은 증거들] 3. 레이더와 전혀 다른 세월호 AIS항적

정부 당국이 발표한 세월호 항적자료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4월16일 해수부 상황실 모니터화면을 통해 공개된 세월호의 AIS항적은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추가로 공개된 항적과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또, 세월호의 AIS항적은 사고 당시 관제 구역인 진도연안 VTS가 공개한 레이더 항적자료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자신들이 공개한 항적자료가 진도연안 VTS의 레이더 항적자료와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고 당일 두 종류의 항적자료 내놓은 해양수산부

<그림 1> 해수부 공개 세월호 사고지점 최초 복원 미세항적 데이터(자료 : 뉴스타파)

먼저 세월호 AIS항적자료에 대한 첫 번째 의문은, 사고 당일 서로 다른 항적자료가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 상황실 대형 화면에 공개된 항적은 세월호가 4월 16일 오전 8시 53분 13초경 맹골도와 동거차도, 서거차도 사이 수로인 “맹골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별도로 제시한 항적은 세월호가 같은 지점을 8시 33분경에 통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둘 사이에 무려 20분 정도의 시간차가 발생한 것이다.

4월 16일 사고 직후 세월호의 항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해양수산부는 오후가 되자 이를 최초로 공개했다.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경 이른바 “110도 이상 급변침”이 발생한 후 8시 52분 13초경 3분 36초 구간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항적도였다. 그런데 해수부가 공개한 <그림 1> 항적은 같은 날 해양수산부 상황실 대형화면에 나타난 세월호 항적도와 전혀 다르다.

해양수산부 상황실 대형 화면에 빨간 점선과 화살표로 나타난 세월호는 <그림 2>와 같이 4월 16일 오전 8시 53분 13초경 맹골도와 동거차도, 서거차도 사이 수로인 “맹골수로”를 통과했다.

특히 <그림 2>에 따르면, 세월호의 급변침 시각은 우측 하단에서 보이는바와 같이 9시 XX분 08초 이후로, 8시 48분 37초경 급변침이 발생했다는 <그림 1>과 상당한 시간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고 당일 날 발표된 주무부처 해양수산부의 항적이 서로 다른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그림 2> 4월 16일 해수부 상황실에서 공개된 세월호 최초 항적도의 부분확대 사진. 왼쪽 상단의 시각은 “2014-04-16 08:53:13”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우측 하단의 세월호 급변침 전 시각은 “2014-04-16 09:XX:08”로 표기되어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의 항적이 최초에 없다가 뒤늦게 공개된 것에 대해 “시스템 오류로 한때 AIS 신호가 끊겼던 것으로 착각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복구해 모든 AIS신호 기록을 찾았다”고 해명했지만, 상황실 대형화면에서 나타났던 세월호의 항적(그림 2)과 언론에 배포된 사고지점 미세 항적(그림 1)이 왜 다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해수부 항적자료와 다른 진도VTS 레이더 항적자료

AIS 항적자료에 대한 두 번째 의문은, 진도VTS의 AIS항적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세월호 항적도가 진도VTS의 레이더 항적자료와 다르다는 점이다. AIS항적에서 세월호는 8시 48분 37초에서 변침이 시작되어 8시 49분 37초에 정남향을 향한 것으로 나타나 있는 반면, 레이더 항적에서 세월호는 8시 50분 46초경 정남향을 향한 것으로 되어 있다. 둘 사이에 1분 10초가량의 시간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4월 21일 추가로 공개한 AIS항적도를 먼저 살펴보자. 해양 수산부는 <그림 1>의 미세항적도가 공개된 후 “세월호와 같이 큰 배가 110도 이상 급격한 변침이 가능하냐”라는 논란이 일자 닷새 후인 4월 21일, 해양안전심판원을 통해 목포VTS의 AIS항적자료를 분석, 3분가량의 세월호 항적을 “복구”했다며 새로운 자료를 공개한 데 이어, 사고지점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진도VTS의 AIS항적자료를 토대로 또 다시 새로운 자료를 공개했다.

<그림 3> 해수부가 해양안전심판원을 통해 진도VTS의 원자료를 근거로 밝힌 세월호 미세항적자료 및 이를 근거로 그려진 세월호 항적도(자료 : 뉴스타파)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양수산부의 항적은 세월호가 9시 이후 사고 지점인 병풍도 동쪽 해상에 도착했다는 초기 자료는 온데간데없이 8시 48분 37초에서 변침이 시작되어 “J”자 형태를 그리는 것으로 굳어진 상태다.

이 항적 데이터 중 “2014-04-16 08:49:37:15:180” 에 의하면, 세월호는 사고 당일 8시 49분 37초경 15노트의 속력으로 180도, 즉 정남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된다.

그런데 심상정 의원실이 확보한 진도VTS의 레이더 항적자료에 의하면, 세월호가 레이더 상으로 정남쪽을 향하는 순간은 이보다 1분 8초 후인 8시 50분 46초경이다(그림 4). 속도도 14.9노트로 AIS항적에서 나타난 속도 15노트와 유사하다. 반면 세월호가 AIS항적 상 정남향을 가리킨 것과 거의 같은 시간인 8시 49분 38초경의 레이더 항적은 세월호가 17.5노트의 속력으로 여전히 남동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4> 8시 50분 46초경 병풍도 동쪽 해상에서 우변침 후 최초로 정남향 180도 보다 조금 더 돌아간 세월호의 레이더 항적 모습. 속도는 14.9노트.(자료 : 심상정 의원실)

어떻게 같은 진도VTS의 항적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항적도와 레이더 영상이 서로 다를 수가 있을까. 분명한 것은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세월호가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순간의 자료만 보아서는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항적자료와 진도VTS의 레이더 항적자료 중 어느 것이 잘못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 둘 다 잘못된 기록일 수도 있다.

따라서 세월호의 실제 항적을 밝히는 것은 기존의 항적자료에 나타난 특정 정황이 해경123정이나 구조헬기, 어업지도선, 구조에 동원된 세월호 주변 선박 등이 촬영한 다른 동영상자료와 사진자료, 그리고 진도VTS 교신기록에서 나타난 정황과 일치하는 지를 여러 각도에서 교차검증 해야만 한다.

해경 B-511헬기와 123정 도착시간은 일치

실제로 진도VTS의 레이더 항적은 세월호 외에도 다른 선박과 헬기의 모습까지 드러나므로 화면상 특정 지점에서 사실관계를 비교해볼 수 있다. 이를테면 해경 구조헬기 B-511이 세월호 사고지점에 나타난 순간이나 해경 123정이 사고현장에 도착한 순간을 영상이나 교신기록을 통해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림 5> 진도VTS 레이더에 잡힌 해경 B-511헬기의 모습. 9시 28분 39초경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자료 : 심상정 의원실)

먼저 <그림 5>과 같이, 레이더 자료 상 해경 헬기 B-511호가 세월호 사고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9시 28분 39초경으로 확인된다. 이는 진도VTS 교신기록 중 9시27분경 “진도연안VTS: 1분후에 헬기 도착 예정입니다”라는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

한편 해경 헬기 B-511의 캠코더 영상화면 상 도착시각인 9시 17분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진도VTS 교신기록이 상당부분 삭제된 것은 사실이지만 공개된 교신내용과 시간이 바뀌었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캠코더의 시각 설정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레이더 자료 상 해경 123정의 도착 시각이다. <그림 6>에서, 화면 우측으로부터 붉은 사각형 내 사고현장으로 다가오는 녹색의 분절적인 잔상에 이은 주황색 형체가 해경 123정이다. 당시 해경123정은 자체AIS발신기를 끈 상태에서 세월호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화면 상 다른 선박과 같은 동심원과 선박명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 6> 진도VTS 레이더 화면 상 해경 123정 도착한 시각은 9시 35분 43초경으로 확인. 가운데 붉은 사각형 내 사고현장으로 접근하는 해경의 두 번째 헬기 모습도 보인다.(자료 : 심상정 의원실)

레이더 자료 상 해경 123정이 도착한 시각은 9시 35분 43초경으로, 이는 <그림 7>과 같이 해경123정의 CCTV화면에 나타난 도착시각인 9시 35분 42초와 거의 일치한다. 또한 레이더 자료에 나타난 해경 123정의 도착시간은 세월호와 진도VTS 사이의 교신기록 중 9시 37분경 “세월: 침수상태 확인불가하고, 지금 머 일단 승객들은 해경이나 옆에상선들은 50m근접해있고……”라는 내용과도 일치한다.

<그림 7> CCTV기록 상 9시 35분 42초경 사고현장에 도착한 해경123정. CCTV영상 기록과 레이더 항적 상 사고현장 도착 시간이 대체로 일치.(자료 : 국민TV)

비록 두 가지 특정 지점에 대한 비교 검증에 불과해 성급하게 결론내릴 수는 없지만, 이는 진도VTS에서 확보한 레이더항적 자료가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AIS기반 항적에 비해 좀 더 신빙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유달리 사고지점에서 해양수산부의 항적이 레이더 항적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1분여의 시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가 필요한 지점이다.

from http://newssh.tistory.com/1463 by c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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