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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패스트트랙-필리버스터의 뜻, 헬조선식 양당제의 향방

필리버스터야 뜻이야 시간끌기라는 거 다들 알테지만, 단어를 알아도 문맥을 못쫓아가면 말짱 꽝이다. 가령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가 세트메뉴라고 이야기하면 굉장히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필리버스터의 문맥을 파악하려면 시간을 되돌려서 국회공성전 시절부터 살펴봐야한다.

맨날 최악인건 기분탓이려나...

지금은 보기어려워졌지만 예전엔 국회공성전이라는 게 잊을만하면 계속 터졌었다. 이 국회공성전이 벌어지는 가장 전형적인 방식은 이렇다. 일단 여당이 의석을 55%정도먹고, 야당이 45%정도 의석을 먹은 상태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한다. 그다음 표대결로 질게 뻔한 야당이 회의장 농성을 시작하고, 여당이 야당의원들을 끌어내고 회의를 속행하려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진다. 심각하게는 전기톱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에겐 나름 장점이 있는 방식이었는데, 국K-1이나 쌈박질만한다고 욕은 먹었지만 대신 일안한다 소리는 안들었다(...)

하지만 국회폭력이 계속 누적되자 여론이 점점 악화되었다. 근데 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심플한 방법은 따로 있었다. 바로 선거를 자주하는 것이었다. 가령 선거를 1~2년마다 하게되면 그때그때 굵직한 이슈에따라 과반수가 결정될 수 있으므로 굳이 몸싸움할거없이 다음 선거를 기다렸다가 국회구성 직후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명분을 등에 업고 밀어붙이면 된다. 당시 국회의원들이 법만들어 생긴 비정규직들이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했으니 명분도 충분했다.

임기줄어들길바라느니 국회의원 임금을 일당제로 바꾸는게 그나마 쬐끔이나마 가능성이 있겠다(기사링크)

그러나 당연히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임기를 줄이진않았고, 2012년 직권상정 요건 제한, 국회폭력 금지를 골자로하는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었다. 직권상정을 대신해, 60%찬성 시 머릿수로 법안을 밀어붙일 수 있는 패스트트랙과 60% 찬성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반대로 60%가 안되면 시간끌기로 방해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가 만들어졌다. 요약하자면 직권상정+국회폭력+과반수표결로 날치기하지말고 60%찬성을 유도하자고 만들어진게 패스트트랙이었던거고, 이걸 보장하기위해 부활된 것이 60%찬성이 아니면 중단시킬 수 없는 필리버스터였던거다.

당시 19대 국회 의석비율은 새누리당 50.7%, 민주통합당 42.3% 통합진보당 4.3%, 자유선진당 1.7%, 무소속 1.0%였다. 그러니까 19대 국회 기준으로 60%처리라는 것은, 쟁점법안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로 처리를 하자! 라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https://www.yna.co.kr/view/GYH20160414001100044

하지만 패스트트랙-필리버스터의 의미가 20대 국회와선 변하게 되는데, 원인은 19대 국회에서 양당제의 폐혜가 나타났기때문이었다. 합의해서 처리하라고 기껏 60%안 만들어놨더니,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합의를 거의 하지못하고 강대강으로 부딪치기만했다. 양당제의 극한대립에 질려버린 국민들은, 20대 국회의원총선거에서 제3지대인 국민의당의 비례대표득표율을 민주당보다도 더 높게 만들어주었다. 국민들이 현행 선거제도 안에서 제3지대에게 만들어줄 수 있는 최대치를 땡겨준 것이다.

그 결과 패스트트랙은 이 새누리당-민주당 양 쪽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의미에서, 한쪽과 제3지대가 협력하면 대립쟁점법안을 표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게 의미가 바뀌었다. 맨날 둘이 쌈박질만하고 일도안하니까 답답해 죽겠던 국민들이 60%찬성을 얻으면 밀어붙일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PRINT/726918.html

그러면 이번 선거제 개편 이슈가 진행되는 동안 자유한국당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해왔으며, 이번 민생법안 필리버스터가 얼마나 막장짓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 국회는 계속 보이콧 상태였고, 지금도 민생법안 200개가 12월말까지 밀려들어왔다. 만약 공수처설치와 여야4당 선거제 합의안이 그렇게 싫었다면 되려 국회를 보이콧해서 셧다운 시킬게 아니라 민생법안들을 열심히 처리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선거제 개혁이라고 해봐야 약점이 너무 많았기때문. 일단 비례대표 순서배열에 대한 정당신뢰도가 매우 낮다. 그리고 선거제 개혁이라는거, 결국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양 당에게는 손해이고 나머지 군소정당들에게는 의석 상 이득이다. 아무리 제3지대 지지율이 높다고해도 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보다 높진 않을거 아닌가? 따라서 '우린 선거제 개혁안해도 해야할 일은 제대로 합니다 ^^7 ' 모습을 보여주는게 선거제 개정을 막는 가장 정석적이고 강력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20대 국회 성적표는 다들 알다시피 참담 그 자체다.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에서 빠졌느니, 공수처 선거법 5개 법안만 필리버스터를 했어야했다느니, 민식이법만 민생법안이고 나머지 194개법안은 민생법안 아니냐 등등 이런 소리하기 전에 계속된 국회마비사태로 이 200개 법안이 연말까지 밀어닥쳐왔다는 거 자체가 이미 이 거대양당제는 아웃인거고, 그만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명분은 강해졌다.

여기에 필리버스터까지 얹어졌다. 20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얻은 득표율은 33.5%였고, 정권교체 이후 여론조사 상 지지율은 20%~30%를 오갔다. 이런 정당 하나가 드러누워버리면 바로 국회마비인게 자유한국당vs더불어민주당 거대정당 구도인거고 이를 부추기는 것이 현행 선거제도다.

정권교체 뒤 자유한국당이 이 건과 관련해 한 짓을 나열해보면, 홍준표 전 대표가 왜 그렇게 현 지도부를 맹비난하는지 이해가 된다. 내부총질? 글쎄, 홍준표 전 대표가 그런 비난을 받을 것을 계산에 넣지않았을까 과연? 내부총질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남는 장사일정도로 답이 없는 짓을 했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거다.

처음엔 270석으로 줄이면서 비례대표를 아예 없앤다고 했다. 국회의원 신뢰도가 꽝이니 30석 줄인다는 말 아무도 안믿었고, 결국 우리는 양당제가 좋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일 뿐이었다. 그 다음엔 이걸 힘으로 막으려했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국회선진화법 위반이 여기서 발생했다. 이것만했으면 괜찮았는데 국회가 개점휴업을 했다. 당연히 거대양당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벌어졌다.

이민고려사유 1위가 경쟁구조. 이런 사회 정치인들이 3등 4등도 당선되게해주세요-가 될리가?

비례대표도, 거대양당이 중간만 했어도 늘리자는 소리 안나왔다.

그다음엔 중대선거구제가 있었다. 당연히 묻혔다. 농촌 1인선거구로 두겠다는거야 인구밀도가낮은 농촌에 대한 의원1명 보장의미라쳐도, 중대선거구제를 한다한들 2인선거구 위주면 과거 칠레처럼 결국 양당제가 되려 강화되는 방향이된다. 그렇다고 3~4명씩 뽑으면 3등, 4등까지 널널하게 당선된다. 욕얻어먹는 입장에서 자기들 손해는 1도 안보겠다 티를 이렇게 팍팍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거대 양대정당이 둘다 욕처먹는다는 것을 대세로 인정하고 앞으로는 두자릿수 의석수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뒤로는 궁시렁대는 더불어민주당이 양반일 지경.

그뒤로는 선거법 개편안을 다른문제들과 격리시켜도 모자를판에, 선거제 법안과 다른 법안을 계속 패키지로 엮으려하다가 끝끝내 민생법안 필리버스터까지왔다. 결국 총선득표율 30%중반, 지지율 20%~30% 정당의 지도부 하나가 맘먹으니까 식물국회 일직선행이다. 국회마비가 너무 쉽게 벌어진다는 거대양당제와 지역구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극단적으로 표출시키고 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런 인간들이 귀족노조를 욕하며 파업 시 대체인력을 쓸 수 있게해줘야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http://www.storyofseoul.com/news/articleView.html?idxno=3261

이렇게 이야기하면 항상 나오는 레파토리가 있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어도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맞다. 18대~19대 국회 때 실제 그랬으니까. 19대 국회는 151일 동안 법안을 1개도 처리못한 적도 있다. 근데 그렇다한들 '식물국회가 되지않도록 거대 양당을 쪼개야 한다' 엔 전혀 지장이 없다. 민주당도 그모양이면 더더욱 거대 양당 혼자 드러눕지못하게 지지율보다 의석율이 압도적으로 높지 못하게해야하는거고, 그러려면 지지율에 비해 의석율을 거저먹지 못하게 선거제도를 바꿔야한다. 결국 선거제 개편의 명분이 더더욱 강해진다.

사실 그래서 필리버스터를 하는 거긴하다. 그러니까 지금 자유한국당의 행동은, 축약하면 '민주당 니들도 우리랑 똑같은 놈들이잖아?' 딱 이거다. 그러니까 취소했을 때 데미지 덜받도록 명분 줄테니까, 공조에서 빠져나와라. 민주당이 내외부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자유한국당이랑 동급이었냐'소리 듣는 것을 감수할만하다고 민주당 지도부가 판단한다면 자유한국당의 의도에 따라줄테고, 아니면 대치국면을 장기전으로 바라봐야한다.

한가지 확실한 건, 국회마비사태부터 지금 필리버스터에 이르기까지 식물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책임은 전혀없다는 것이다. 이 정치인들을 뽑은게 국민들이니까 국민책임이다? 그건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었을때 이야기고...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얻은 의석률이 각각 41%, 40.7%인데, 국민들이 이 정당들을 41%, 40.7% 지지했었나? 정당득표율은 앞자릿수부터가 달랐다. 유권자들은 19대 국회의 교훈을 받아들여 양당제 극한대립으로 국회마비가 되지않도록,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최대한 배분해줄만큼했주었다. 당시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득표율이 26%로, 25%인 민주당보다도 더 높았다. 선거제도를 갈아엎지않고서, 이거보다 어떻게 거대정당을 더 쪼개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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