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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기준의 가상화폐 분류-非화폐, 非금융상품

또 트잉여질하다가 연합뉴스 링크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909236438Y

연합뉴스를 봤다면서 왜 한경 링크를 데리고 왔냐면, 그나마 한경이 정리가 좀 잘 되어 있거든요; 비트코인 등으로 대표되는 가상통화에 대하여 국제회계기준에서 최초로 분류 기준을 제시했단 얘깁니다. 근데 이 실무 회의는 올해 6월에 있었고, 국내 소스는 회계기준원과 금융감독원이에요. 결국은 3개월동안 국내에서 어떻게 이걸 실무에 적용할 건지 논의를 거쳐 스탠스를 정한 다음에 보도 자료로 뿌렸다는 얘기죠.

저는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 원 소스를 찾아보았습니다. 금방 나왔어요.

https://www.ifrs.org/news-and-events/updates/ifric-updates/june-2019/#8

국제회계기준기구의 올해 6월 회계기준실무의견서 회의록인데요, 뭐 굳이 볼 필요는 없습니다;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아요.

회계에서 어떤 '자산'을 어떤 카테고리로 세부 분류하는가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어떤 세부 자산으로 분류되냐에 따라 그 이후의 취급, 그 중에서도 '평가' 방법론이 달라지거든요. 대체로 가장 위, 그러니까 현금성 자산-금융자산 이 순서로 환금성이 제일 높고, 시가 평가가 되며 유동성이 있는, 그러니까 위급할 때 팔아치우기 쉬운 '민첩한' 자산입니다. 한데 이번 의견서에서는 가상 화폐를 '현금성 자산'이 가져야 할 속성도 없으며, '금융자산'이 가져야 할 속성도 없기 때문에 두 자산 어디든 분류해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이 '속성론'의 논거에 대해선 여기서 굳이 논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작년 초, 가상화폐 논쟁 당시 '현금도 아니고 금융자산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진영 측 논리와 일맥상통하거든요.

자, 그럼 어떤 자산으로 분류해야 하냐...여기서 두 가지 방법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현재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이 쓰고 있는 방법으로, 별도의 '암호화폐' 계정을 만들어서 재무상태표 제법 윗단에 넣고 거래가로 평가하는 거죠. 그런데 이번 의견서에서는 전통적인 자산 분류, 재무상태표 아주 밑단의 '재고자산'이나 '무형자산'으로 넣게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암호화폐를 주요 영업으로 매매할 의도로 보유 중이라면 재고자산

-위 의도가 없다면(투자 등등) 무형자산

이 분류는 현재 방법론보다 확연히 불리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암호화폐의 거래가는 변동성이 심하긴 하지만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재고자산이나 무형자산은 아주 예외적인 시가 평가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득/제조원가'(가상화폐의 취득/제조원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좀 흥미롭네요)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가치가 떨어졌다 싶은 경우엔 가차없이 손실을 인식하죠. 쓸데없이 호기심이 뻗쳐서; 빗썸으로 유명한 비티씨코리아닷컴 감사보고서를 봤더니 역시나 별도의 '암호화폐'로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고,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로 꽤 높습니다. 물론 지금은 비상장이라 저 기준으로 버틸 수는 있겠지만 상장 등에는 이슈가 되겠네요.

또 하나는 이 분류체계가 세무에 미칠 영향입니다. 회계와 세무가 아주 동일하진 않지만, 회계의 관점이 세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일단 '현금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다'라는 관점 상에서 보자면, 부가세법의 면세 항목에서 빼는, 즉 부가세를 과세하는 게 맞습니다(...만 반발을 생각해서 안 하겠죠;) 다만 개인의 매매 거래 차익에 대해서 과세할 근거로는 충분합니다.(...만, 2020년 개정세법안이 이미 나왔으니 아마 뭘 해도 내년 이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의견서가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법률안처럼 뭐 그리 드라마틱하진 않습니다. 다만 국제적인 일관성을 가진 기준에서 암호 화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점이 현재 한국 정부의 안과 거의 비슷하다 보니, 현 정권 안에서는 아마 일관된 기조로 나갈 근거 하나가 덧붙여졌다 정도는 될 수 있겠네요. 작년 초처럼 암호 화폐가 엄청난 이슈가 될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뭐 예전같진 않아서...

덧. 재밌는 건 이 의견서에서 암호 화폐의 이 처리에 대해서 붙인 단서 조항입니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 그리고 '계약으로서의 구속력이 있는' 종류에 대해서는 이 처리에서 제외합니다. 정부에서 각종 블록체인 활용 화폐 사업을 추진할 경우엔 또 다른 문제라는 거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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