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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손맛의 비밀병기, 무쇠솥

“솥과 손맛의 상관관계”

바쁜 일상 속 배가 고플 때 가장 생각나는 건 아마도 한 그릇 가득 쌓아 올린 할머니표 고봉밥과 참기름 냄새 솔솔 나던 반찬들이 있는 집밥이 아닐까 싶은데요. 추억 속에 남아있는 어릴 적 할머니의 손맛은 스마트폰으로 몇 분의 손품을 파는 것만으로는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그 가장 큰 이유는 할머니의 사랑과 정성 때문이겠지만, 여기에 한 가지 숨은 비법이 더 있습니다. 바로, 할머니 손맛의 조력자이자 일등 공신인 ‘전통 무쇠솥’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무쇠솥도 할머니와 같은 공통점이 있는데요, 그것은 만드는 과정에서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지요. 무엇이든 감칠맛 나던 요리장인 할머니처럼 무쇠솥을 만드는 진짜 장인들의 비결도 정성과 인내였습니다. 무쇠솥을 만드는 오랜 시간과 과정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그들은 오늘도 값진 땀을 흘리며 누구보다 신중한 모습일 겁니다. 오늘의 철 이야기는 주인공 ‘무쇠솥’의 탄생 과정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먼저, 무쇠솥을 만들기 위해서는 솥의 모양을 잡아줄 거푸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바깥 거푸집과 내부 거푸집 두 가지를 만들게 되는데요, 바깥 거푸집은 1,500도가 넘는 쇳물을 지탱해주는 외부 틀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작업을 총 3번에 걸쳐서 하게 되는데요. 거푸집에 생긴 구멍들을 막기 위해 두 번의 시멘트 칠과 쇳물의 높은 온도로 발생하는 가스를 빼주는 재료인 코크스를 거푸집 표면에 발라줍니다. 그 후 가장 중요한 ‘수분기 제거’를 위해 800도 이상의 가스 불로 한 번 구워 가마솥에 넣어 줍니다. 수분기가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으면 쇳물과 물이 만나 폭발하여 안전상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더 꼼꼼하게 수분을 제거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무쇠솥 안쪽의 공간을 만들어줄 내부 거푸집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거푸집에 빈틈없이 흙을 채운 후 가느다란 꼬챙이를 이용해 공기 통로를 만들어줍니다. 이때 공기 통로를 만드는 이유는 곱게 다진 흙에 쇳물을 부어도 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데요. 이렇게 무쇠의 형체를 만들 거푸집 제작이 끝나면, 쇳물이 달라붙지 않게 흑연을 꼼꼼히 발라줍니다.

용해 작업은 무쇠솥의 주재료인 철을 최대한 고온에서 녹이는 것이 좋은데요, 이유는 쇳물을 만들 때 순수한 철 성분만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철이 완전히 녹아 쇳물이 만들어지면 이때부터는 모든 작업이 순식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들어놓은 거푸집 중앙에 쇳물을 붓는데, 쇳물이 식기 전에 거푸집을 채워야 완성도 높은 무쇠솥이 만들어진다고 해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쇳물을 붓고, 거푸집을 뜯어내면 무쇠솥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자연 건조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덜 식은 상태에서 이동하게 되면 무쇠솥이 비틀어져, 불량이 되기 때문이랍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쳐, 비로소 우리가 아는 무쇠솥이 완성됩니다!

이러한 정성스러운 과정을 거쳐 탄생한 무쇠솥의 뚜껑 무게는 솥 전체 무게의 1/3이 된다고 하는데요! 밥을 지을 때, 솥이 가열되면 내부의 공기가 팽창하여 쌀과 함께 있던 물이 수증기로 변하게 됩니다. 이때 뚜껑의 무게가 무거우면 수증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기 때문에 솥 내부 압력이 증가하게 되고 이것이 물의 끓는 점을 높여주어 밥이 1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잘 익을 수 있게 해줍니다.

무쇠솥 바닥의 두께는 부위별로 다른데요. 이는 열전도율을 높이고 열이 입체적으로 전해지게 하기 위함입니다. 솥의 바닥은 불과 가장 가까이 접촉하는 가운데 부분이 가장 두껍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그 두께가 얇아지죠. 무쇠솥과 같이 열전도율을 높이기 위해, 압력밥솥에서는 내부의 솥 바깥 부분을 금 혹은 구리로 얇게 입힌다고 해요. 구리는 기존 솥에 사용하는 스테인리스강(철의 최대 결점인 내식성의 부족을 개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내식용 강)의 열전도율의 12배, 금은 9배에 달하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전통 무쇠솥을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무쇠솥의 원리’를 따라 만들어진 가정용 압력밥솥이나 전기밥솥을 사용하는데요. 이러한 밥솥은 밑바닥에 열을 가해 솥 속의 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여 압력이 높아지도록 만든 방식으로, 그 방식과 원리가 전통 무쇠솥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특히 조금 더 무쇠솥의 역할과 가까운 압력밥솥은 전기밥솥과 비교했을 때, 더 차진 밥을 지을 수 있으며 조리 시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죠.

압력밥솥으로 밥을 짓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쌀을 30분가량 물에 넣어 불려준 후, 압력솥에 담아주는데, 이때! 가장 고민되고 중요한 것이 바로 물의 양이죠. 물의 양은 불린 쌀과 동일한 높이만큼만 넣어주면 됩니다. 다음으로는 뚜껑을 닫은 압력솥을 가스레인지에 올린 후 가장 센 불에 올려야 해요. 쌀이 잘 익으려면 대기압(1기압) 이상의 압력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센 불로 수증기를 만들어 내부 기압을 높여주는 것이죠. 이렇게 4분 정도를 기다리면 압력 조절 장치인 뚜껑 부분의 추가 돌아가며 김을 뿜어낸답니다. 추가 돌기 시작하면 약 3분 후 불을 꺼주세요. 불을 끄고 기다렸다가 추가 멈추면, 추 옆의 밸브를 열어 솥 내부의 김을 밖으로 내보내 줍니다. 그리고 뚜껑을 열고 밥을 잘 저어주면, 찰기 가득한 솥 밥 완성입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바쁘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것은 든든한 밥 한 끼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토록 고대하던 해외여행을 떠나서도 며칠이면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존재, 하루 중 가장 고민스럽게 괴롭히는 점심’밥’이지만, 일상을 밥심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값진 존재이죠. 정성과 사랑 가득한 할머니의 손맛과 무쇠솥의 밥맛은 쉽게 재현할 수 없겠지만, 오늘 저녁, 잠시 바쁜 일상을 멈추고 자신에게 맛있는 밥 한 끼를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혼밥이든 함밥이든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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