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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2역의 최후. 2002년 독일 공중충돌
'엄마·아빠'보다 먼저 배우는 말, '아파'
오늘 해보려는 이야기는 2002년 독일 남부 공중충돌 사건이야.
2002년, 우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브라질의 우승, 독일의 준우승으로 성공적으로 끝낸 그 다음날, 멀디 먼 독일 남부 스위스 접경지역에서는 황당한 항공사고가 하나 터졌지. 바로 바쉬키리안 항공 2937편과 DHL611편의 충돌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준우승 해서 야 기분좋다 하던 독일은 갑자기 폭탄이 쏟아진 격이 됬고, 충격에 빠진 사람들도 나름 많았지.
어떻게 그 넓디 넓은 하늘에서, 국적도 다르고 생산지도 다른 두 비행기가 부딪힐수가 있단 말인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바로 이녀석이야.
B757-200 화물기 형으로, 등록번호는 [A9C-DHL]이야.
최초 출발지는 중동국가인 바레인이고, 이탈리아 북부도시인 베르가모를 경유한 후에, DHL 유럽 허브라 할수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가는 비행편이였지.
화물기니까 당연히 승객은 없고, 조종사만 2명이 탑승했어.
기장은 영국인 폴 필립스, 부조종사는 캐나다 출신 브란트 캄피오니였어.
두번째 타자, 러시아에서 온 바슈키리안항공 TU-154!
이 녀석은 러시아 항공사 바슈키리안 항공의 TU-154M. 횽들이 흔히 생각하는 "러시아(구소련)산 비행기" 같을거야. 맞아. 바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녀석이지. 지금은 매연뿡뿡 구식기가 되어서 유럽연합 나라들한테는 자기네 공항 취항 금지당했고, 유일하게 이놈들을 볼수 있는데는 아프리카나 중동에 있는 좆나 못사는 나라, 아님 구소련 국가들 뿐이야. 하지만 냉전시대에는 전세계 항공여객의 반을 이 비행기가 담당할 정도로 엄청난 왕년을 보낸 놈이기도 하지.
지금 부카니스탄의 대표항공사, 고려항공도 몇대 굴리고 있는, 당당한 고려항공의 "주력기"야. 참고로 극동 러시아 대표 항공사, 블라디보스톡 항공(Vladivostok Air/Владивосток Авиа)도 몇대 굴리고 있는 놈이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인천공항에 들어왔었지. 하지만 지금은 비행기 현대화로 유럽에서 만든 에어버스 A-320이 한국 노선에 들어와. 그러니 안심하고 탈것!
참고로 1995년에 만든 비행기여서, 사고가 났을때 겨우 7살밖에 안된, 새삥이라 부를수 있는 녀석이였지. 내부 전자장비도 꽤 현대적이였고...
하지만 소련 구식기의 시스템이 여전히 남아있어서,승무원은 무려 5명이나 되었어. 기장2명, 부조종사 1명(원래 이사람이 부조종사석에 앉아야 하지만, 고참 기장이 신참 기장 평가를 위해서 부조종사 자리에 앉게 돼. 그래서 이 사람은 기장 뒤 보조의자를 피고 앉게 되지), 항법사 1명, 그리고 항공기관사 1명(요즘 나오는 비행기는 컴퓨터가 항공기관사와 항법사의 일을 잘 처리하기 때문에 승무원이 기장과 부조종사 해서 2명이지만, 컴퓨터 성능이 좆후졌던 옛날에는 보통 4명이 한팀을 이뤄 조종했어. 참고로 미국이나 유럽제 항공기는 1970년대부터 항법기술의 발달로 항법사가 없어졌지만, 위대한 마더 로씌야는 그런 기술따위가 없어서, 항법사를 계속 유지하게 되...)
기장1(평가받던 신참)-> 알렉산더 그로스(30년가까이 비행했지만 신참기장이였다네... 뭐 입사 늦게하면 그럴수도 있지)
기장2(평가하는 사람)-> 올렉 그레고리예프(바슈키리안항공 최고 고참중 하나였데. 이 비행에서는 부조종사 역할을 했지. 대부분의 비행은 신참기장 알렉산더 그로스가 맡았고)
부조종사(자기 자리에서 쫒겨난사람)->무랏 잇크리오프(똑똑하고 진취적이였다네... 새로운 비행술과 서방의 항공기술에도 관심이 많았고...)
항공기관사->몰라
항법사->세르게이 칼로프
승객은 총 57명으로, 비행기 크기에 비해 적은편이였어. 54명은 러시아 서부의 소도시 "우파(Ufa)"의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이였는데, 공부를 잘하거나 미술 혹은 발레 등의 예체능에 뛰어난, 흔히 얘기하는 영재들이였어. 이 소도시 우파의 희망인 영재들은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바르셀로나 여행을 떠나게 되지. 얘내들은 원래는 이 비행기를 타는게 아니였어. 원래 도모도데보 공항에서 출발하는 다른 비행기를 탈 예정이였는데, 유네스코의 하청을 받아 여행을 주관하던 여행사가 실수로 공항을 잘못 찿아서 도모도데보가 아닌 쎼르메쩨보 공항으로 애들을 데려가게 되.
(참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는 공항이 2개가 있어. 도모도데보와 셰르메쩨보. 도모도데보는 각종 러시아 항공사와 외국항공사가 들어오는 데고, 셰르메쩨보는 아에로플롯 러시아항공과 아에로플롯하고 친한 외국항공사들-스카이팀 항공동맹 회원사, 예를들어 우리나라의 대한항공이라든지-이 취항하는 데야/참고로 옛날에 벌어졌던 모스크바 공항 폭탄테러 사건이 도모도데보에서 있었어)
그덕에 이 어린이들은 원래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를 놎치게 되고, 여행사가 다른 비행기를 빌리는 때 까지 걸린 2일동안 모스크바 시내관광을 하게 되. 만약 여행사가 제대로 된 공항에 데려가기만 했어도, 기껏해야 10대 중반밖에 안된 이 어린애들이 몰살당하는건 막을수 있었을듯 싶어.
나머지 3명은 누구냐고? 바로 칼로예프 카족이야. 이 가족의 가장, 비탈리 칼로예프가 바르셀로나에서 건축설계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인과 자식(아들1 딸1)2명은 아버지 만나러 바르셀로나로 가게 되. 그러다 참변을 당하게 되지.
이때 아버지 비탈리 칼로예프의 분노는 나중에 큰 사건을 일으키게 되... 기대하시라 두구두구두구둥
러시아 비행기의 비행편은 BTC2937편, 노선은 모스크바 도모도데보->바르셀로나 엘 프랫 국제공항이였어.
이제 비행기를 알아봤으니 사건의 경과를 알아봐야지.
일단 모스크바로 가보자...
오후 11시 직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바슈키리안항공 TU-154가 바슈키리안 2937편의 부호를 달고 이륙해. 그리고 서쪽으로 나아가게 되.
아무런 문제가 없는 비행이였지. 솔직히 비행기 운항수도 적은 밤 11시에 무슨 일이 있겠어? 조종사들은 그냥 아무것도 볼거 없는 어둠의 장막을 헤치며, 잠을 쫒으며 비행하는거밖에 할게 없었지.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삐쨔와 스빠게띠의 나라 이탈리아, 그 나라 북부의 베르가모라는 도시의 오리오 알 세리오 공항에서는, DHL의 B757 화물기가 출발할 준비를 해. 비행기는 DHL 소속의 화물기로, 조종사가 5명이나 되던 구식 TU-154와는 달리, 컴퓨터가 많은 일들을 대신해주는 최첨단 최신 항공기였어. 조종사도 오직 2명이고. 화물기니까 객실 승무원(비행기 타면 흔히 보는 누나들~)은 없었어.
이탈리아 시간(러시아 모스크바시간 빼기 1시간) 기준 오후 11시 6분, DHL 비행기는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 위해 활주로를 달려서 공중으로 날아올라...
DHL의 이륙 몇십분 뒤, DHL과 바슈키리안 항공 비행기가 둘다 남독일/스위스 공역(얘내는 남부독일 하늘과 스위스 하늘을 묶어서 관리해)으로 들어오게 되. 그리고 <스카이가이드>라는 회사의 관제를 받게 되지.
여기서 스위스의 특이한 점이 나와.
바로 항공 관제를 담당하는 <스카이가이드>라는 회사는 민/간/회/사 라는 점이야.
[스카이가이드 관제센터 내부의 모습. 깔끔하고 좋은 직장... 돈도 많이 주는대신에 스트레스가 쩔지. 수백명, 아니 수천명의 목숨을 자기 말 한마디로 뒤흔들수 있는건데...]
우리나라의 항공관제는 국토해양부(공역관제)와 한국공항공사(우리가 흔히보는 관제탑에 있는 그분들) 등이 담당하고 있어. 이 기업에 속해있는 분들은 모두 고용 안정된 "공무원"으로써, 평균연봉은 3천5백만원 대야.
이 스카이가이드라는 회사는 우리나라로 치면 "국토해양부 관제기관"과 비슷해.
몇몇 횽들은 왜 관제탑이 안보여 할수도 있는데, 관제탑에서 하는 관제는 공항에 근접해서 착륙 좀 전부터 받는 관제야.
실제로 비행기가 지정 고도에 올라가서 순항할때 부터는 "레이더관제"라는걸 받지. 레이더관제는 높은 고도(보통 1만미터 이상)에서 나는 비행기를 레이더스크린을 보면서 관제하는거야. 당연히 높은 고도에 있는 비행기는 안보이니까, 관제탑같이 높게 솟은 곳에 있을 필요도 없고, 남 눈에 띄는 곳에 있을 필요도 없어. 보통 레이더관제 하는 건물은 지상에 단층건물이 많아.
다시 스카이가이드 얘기로 넘어와서, 스카이가이드는 개인소유 사기업이라 공기업과는 많이 달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야.
이게 스위스의 독특한 점인데, 국가가 해서 손해만 날거 같은일은 과감히 아웃소싱(외부에 일감을 주는것) 해버려. 그리고 독일 정부는 이 회사에게 독일 남부(스위스와 국경 접하는 지역)의 항공기 관제권도 이 회사한테 돈주고 넘겨. 결국 이회사는 독일 남부와 스위스 전체의 관제를 떠맡게 된 중요한 기업이지.
당연히 이 회사 직원 신분은 공무원이 아니라, 고용이 불안정하긴 하지만, 관제사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꽤 희소한 편이기 때문에, 웬간하면 짤릴일도 없고, 봉급은 공무원보다 더 받아. 나름 좋지.
하지만 단점도 존재하는데, 일단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아주 잘 해야되.
조종사가 전세계에서 오고, 각 나라마다 약간의 영어 악센트차이가 존재해. 태국식 악센트, 싱가폴식 악센트, 중국식 악센트, 러시아식 악센트...등등
본문으로 돌아와 보자.
이 두 비행기는 서로를 모른채 잘 날고, 비슷한 시간에 스카이가이드 회사가 통제하는 구역으로 넘어왔어. 이제는 스카이가이드 통제로 넘어온거야.
이날 밤, 이 관제소에는 페터 닐슨이 두 비행기를 담당했어. 별로 비행기 통행이 적은지라, 비행기 몇대정도는 닐슨에게는 쉬운 일이였지. 하지만, 닐슨 옆에 앉은 동료가 잠깐 쉬러 가겠다고 해. 스카이가이드는 사기업이라 이윤을 위해 공기업보다 일의 강도도 더 빡세고(그대신에 봉급이 더 세지), 인건비 절약을 위해 관제사 수를 최소화했어. 그러니 결국 각 관제사마다 피로 쌓이는게 클수밖에 없지. 관제사가 근무시간중 지 자리를 비운다는건 꽤 커다란 안전상 문제인데, 민간기업이라 이런거도 그냥 별 문제 없이 넘어갔나봐(원래는 큰일날 일인데 말이지...)
옆 동료가 커피마시러 가버리면서, 피터는 두 스크린에 나타난 비행기를 관리하게 되.
게다가 이 날, 정기점검과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서, 페터의 레이더는 몇가지 기능을 사용못하게 되는데, 이 사용 못하게된 시스템이 엄청 중요한 놈이였어, 바로 "충돌경보 시스템." 충돌경보시스템은 두 비행기가 몇분안에 충돌할것으로 예상될때, conflict conflict(충돌, 충돌)라고 경고음을 내보내면서 관제사에게 주의를 줘. 그 이후, 또 다른 시스템이 사용불가되게 되어, 바로 전화시스템이지. 이 전화시스템으로 근처 공항과 관제소에 전화할수 있는데, 이 시스템이 사용불가 되고 보조전화 시스템만 남았어.
옆 스크린 속에는 에어로로이드(AeroLlyod) 1153편이 페터가 관제하는 공역 근처에 있는 프리드릭스샤펜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지.
DHL 비행기는 페터로부터 FL320(3만2천피트)에서 FL360(3만6천피트)로 상승허가를 받은 후 안전히 상승을 끝낸 후 3만6천피트에서 순항중이였지. 러시아 바슈키리안항공 2937편도 3만6천피트에서 순항중이였고.
다시 에어로로이드 얘기로 돌아와서, 페터는 이 에어로로이드 1153편이 귀찮았어. 옆 동료 관제구역에서 비행하고 있는데, 계속 무선을 페터에게 날리고 있었기 떄문에, 빨랑 이 비행기를 프리드릭스샤펜 공항 접근관제소로 넘기기로 결정했어. 그래서 전화를 걸지.
하지만 아까 얘기했지, 전화시스템이 정비점검으로 인해서 사용 불가가 되었다고? 그덕에 페터가 몇번을 전화했는데도 전화신호가 가질 않아. 피터는 마지막으로 프리드릭스샤펜 관제소 전화번호로 다시 걸어보지만, 또 실패해. 그덕에 에어로로이드 1153편을 자기가 계속 관제하기로 맘 먹지.
한편, 두 비행기는 점점 충돌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둘은 전혀 몰랐어.
게다가 프리드릭스샤펜 공항 관제소 연결 실패한 후, 타이항공 비행기가 또 동료의 레이더 화면에 나타나. 페터는 이 놈을 관제하느라 정신이 쏙 빠지게 되지.
페터가 타이항공 비행기와 에어로로이드 1153편, 이 두 비행기를 관제하는 동안, 러시아 바슈키리안항공 TU-154기의 TCAS(충돌경보 시스템)에는 경고가 울려. "Traffic, Traffic"트래픽, 트래픽 ->자기 비행기 근처에 다른 비행기가 날아간다는 신호야.
또 여기서 설명할게 하나 있네. 바로 TCAS.
TCAS는 비행기가 공중에서 충돌하는걸 막기 위한 시스템으로써, 1978년 미국 센디에이고공항 근처에서 PSA항공(퍼시픽 사우스웨스트 항공) 182편이 세스나 경비행기랑 충돌해서 144명 사망(PSA 항공기 135명+경비행기 2명+지상에 있던 7명)이라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가 나면서, 미국에서 개발하기 시작한 시스템이야.
모든 민간비행기(공군기도 포함)에는 트랜스폰더라는 기계가 있는데, 이놈이 자기 비행기의 고도, 속도, 진행방향등을 계속 전파로 쏴 보내. 이 쏜 전파는 지상 레이더관제소가 받아서 관제하는데 쓰거나, 근처에 다른 비행기가 받아서 자기 근처에 어떤 항공기가 있나 분석하고, 혹시 충돌 위험이 있으면 경고하는데 자료로 쓰여.
만약 근처에 충돌을 일으킬만한 비행기가 있으면, 먼저 트래픽, 트래픽! 하고 경고가 떠. 그런데도 양 비행기 조종사가 아무것도 하지않고 두 비행기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드디어 TCAS가 명령을 내리지. 상승 혹은 하강.
두 비행기의 트랜스폰더가 서로 대화해서 어떤 비행기가 상승할것인지, 어떤 비행기가 하강할것인지 정하게 되. 예를들어 "이쪽이 하강할테니 그쪽이 상승하시지요"이런 식으로. 당연히 랜덤은 아니지...
두 비행기 조종사가 맞는 행동을 해서 서로 충분한 거리가 떨어지면, Clear of traffic(충돌위기 해소) 하고 떠서 이젠 안전하다고 통보하지.
이게 바로 TCAS 화면. 붉게 나타난 비행기가 충돌할 가능성이 큰 비행기야. 빨리 피해야겠지?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피터 닐슨이 타이항공 비행기를 가지고 요리조리 요리해먹는 동안,러시아 비행기의 TCAS 화면에는 트래픽 트래픽 하고 DHL 비행기가 찍혀나와.
하지만, 충분이 멀리 떨어져 있기 떄문에 아무런 경고나 명령은 하지 않지.
몇초 이후, DHL 비행기의 TCAS에도 경고가 떠.
점점 두 비행기가 아무런 고도나 방향 수정 없이 가까워지자, DHL 비행기의 TCAS가 먼저 명령을 내리지. "Descend, descend"(하강, 하강). DHL 비행기 파일럿들은 당연히 훈련받은 대로 자동조종을 끄고, 수동으로 조종간을 밀어 하강을 시작해.
바로 이떄 우리의 잉여성님 페터닐슨 관제사가 타이항공 관제를 끝내고 원래 자기 스크린으로 돌아오게 되.
충돌경고 시스템이 맛이 간지라 이제야 화면을 보고 두 비행기가 충돌할거라 알아채린 페터닐슨은, 바슈키리안항공 2937편(러시아비행기)에게 "하강 명령"을 내려. 분명히 DHL 611편이 하강중이였는데 말이야.
하지만, 몇초 전, 페터닐슨이 못 들은게 있어. 바로 DHL 조종사들이 날린 무전이였지. "우린 TCAS 경보로 인해 급하강을 시작한다!"...
당연히 바슈키리안 2937편은 페터 닐슨의 명령에 따라 하강하게 되고, 바슈키리안 2937편이 하강함으로 인해 두 비행기 사이의 거리가 더 가까워져. 결국은 바슈키리안 2937편의 TCAS도 명령을 내리게 되지.. "Climb, climb"
하지만, 바슈키리안 조종사들은 이말을 듣지 않았어. 관제사 페터 닐슨의 명령을 따라 하강하기 시작했지.
서구식 항공교육을 받은 부조종사 무랏 잇크리오프가 상승할것을 건의했으나, 자기보다 계급이 높고 경험이 많은 두 기장의 말에 밀려, 굴복하게 되.
여기서 소련식 항공교육과 서구식 항공교육의 차이가 나타나.
서방 국가들은 항상 충돌위기시에는 "관제사는 인간이니 실수를 할수 있으므로, 관제사와 조종사 명령이 다를때는 기계의 말을 들어라"라고 교육받았어.
하지만, 소련은 달랐지.
횽들도 알고, 밀덕들도 알다싶이, 소련 전자기술은 개차반 수준이였어. 1980대 초에 개발된 Mig-23 레이더가 서방 1970년대 수준정도밖에 안되는걸로도 알수 있지.
소련놈들은 이런 개차반을 믿을수가 없었지. 그래서 당연히 그나마 기계보다는 신뢰성 있는 관제사 말을 들어라라는 교육을 받게 되지.
결국, 두 비행기는 서로를 향해 하강했고, 부딛혔어. 독일 시간으로 밤 12시 35분에 공중충돌 하게돼.
이렇게 충돌해.
DHL B757의 꼬리날개가 TU-154의 날개와 배면을 갈라버리고, 그 여파로 TU-154의 연료탱크가 폭발해 동페가 산산조각 나 버리지.
날개에서 분리된 TU-154(바슈키리안 2937편 비행기)의 조종실과 앞객실 부분은 자유낙하해버리고, 뒷부분도 차래차래 낙하해.
꼬리날개를 잃은 DHL B757은 7km정도를 더 비행하며, 수십초를 버텨. 하지만 오른쪽 엔진이 조종성 상실에 따른 과격한 기동으로 떨어져 나간 후, 결국은 추락해버리고 말지.
두 비행기에 탄 71명(바슈키리안 승객 57명+바슈키리안 조종사 5명+바슈키리안 승무원 7명+DHL 조종사 2명)이 모두 검디 검은 밤하늘에서 목숨을 잃고, 영엉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게 되.
월드컵의 흥분으로 가득찼던 독일과 러시아, 그리고 인접국들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공중충돌한 두 비행기의 참담한 사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
불타는 DHL기의 엔진
어떤 가정집 앞으로 낙하한 바슈키리안항공 TU-154 동체 뒷부분
바슈키리안 TU-154의 랜딩기어(바퀴다리)
바슈키리안 TU-154기의 꼬리날개와 2번엔진.
<결과>
이 사고로 인해, 국제 항공훈련과 비상상황 대처 방법이 바뀌게 되. 모든 상황에서, 기계와 관제사의 명령이 서로 반대되면, 무조건 더 확실한 기계의 말을 따르라는 거야. 관제사는 피로나 실수로 인해 잘못된 명령을 내릴수 있으니.
이 사건은 결국 71명의 사망자로 끝난 좀 심각하고 특이한 사고가 될뻔 했어.
하지만, 이 사건에서 하나의 희생자가 더 생기게 돼.
바로 스카이가이드 관제사 페터 닐슨이지.
사고가 발생하고 몇일 후, 사건의 전막을 알게 된 독일과 러시아 신문에서는 관제사 페터 닐슨을 범인으로 지목해...
그 사람이 하강하라는 명령을 내려서 이 꼴이 났다고...
바르셀로나에서 신문을 읽으며 분개하고, 이를 빡빡 갈던 이가 있었지. 바로 아까 얘기했던 칼로예프 가족의 가장, 비탈리 칼로예프였어.
그는 이번 사고로 사랑하는 부인과 자식 둘, 결국은 모든 가족을 잃어버렸거든.
게다가 비탈리 칼로예프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하나 더 났지.
바로 페터 닐슨이 사고현장에서 벌어진 추모식에 나타나지 않은거야. 스카이가이드 경영진들까지도 사고에 나타났는데, "사고의 원인이라 지목되던" 페터 닐슨이 현장에 안 왔어.
칼로예프는 페터 닐슨에게 직접 사과를 듣고 싶어 했는데, 페터 닐슨을 공격할까봐, 그리고 페터 닐슨이 정신적 충격을 받아 고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 독일정부와 스카이가이드사는 비탈리 칼로예프와 페터 닐슨간의 면담을 거부해.
2002년과 2003년을 그의 고향인 북 오세티야에서 가족의 묘비앞에서 눈물만 떨어뜨리던 슬픈 가장 칼로예프는 어느날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게 되고 페터에게 잔인한 복수를 하기로 결심해.
2004년 2월 24일, 스위스 제1의 경제도시 취리히 외각 "클로텐"이라는 마을에서 쉬고 있던 페터의 집 문을 누가 두드려.
비탈리 칼로예프였지.
비탈리 칼로예프 말로는, "나는 바로 칼을 들고가진 않았고, 내 자식과 부인의 사진이 든 봉투만 들고 찿아갔다. 페터 닐슨이 문을 열고, 나는 그 놈에게 바로 사진들을 줬다. 닐슨이 그 사진들을 떨어뜨리자, 화가 난 나는 그놈을 찔러 죽였다. 원래부터 죽을 의도로 간건 아니였다..."
페터 닐슨은 그의 부인과 세 자녀 앞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아...
비탈리 칼로에프는 범행당일, 클로텐에 있는 "Welcome Inn" 에서 발견되었고, 바로 스위스 연방경찰에게 체포돼.
페터는 스위스 연방감옥에 수감되고, 8년형을 받았지만, 2007년 11월에 가족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한 범행이라는걸 감안해서 풀려났고, 지금은 그의 고향 북 오세티야에서 건설부 차관(Minister of construction deputy minister)을 하면서 살고 있대.
이 사건은 미국 인디록밴드 "Delta Spirit"(델타스피릿)에서 Ballad of Vitaly라는 노래의 바탕이 되기도 해...
맨 왼쪽에 있는 사람은 모르고, 중앙에 있는 사람은 스카이가이드 사장, 맨 오른쪽에 있는 턱수염아저씨가 비탈리 칼로예프
비탈리 칼로예프가 감옥에서 풀려난 후, 부인과 두 자식의 비석을 다시 방문한 사진.
참고로 부인 이름은 스벳틀라나 칼로예프, 딸 이름은 디아나 칼로예바(사망당시4살), 아들 이름은 콘스탄틴 칼로예프(사망당시 10살)
스카이가이드 사 건물 내부에 있는 추모비야.
2002년 7월 1일 공중충돌 사고로 죽은 71명의 억울한 영혼들과, 2004년 2월 24일에 죽은 페터 닐슨을 기리는 비석이야.
유발링겐에 있는 사고 추모조형물이야.
조형물이 꼭 목걸이 같이 생겼는데, 이게 바로 비탈리 칼로예프가 아끼던 딸, 4살짜리 디아나 칼로예프의 목걸이 모양을 본뜬거야.
사고 몇일 후 비탈리 칼로예프가 사고지를 찿아왔는데, 딸의 시체를 못 찿았단 말에 주위를 몇시간동안 방황하다 나뭇가지에 걸린 딸의 시체를 찿았어. 딸의 몸은 멀쩡해 보였지만, 죽어있었고, 그 옆에는 딸이 아끼던, 자기가 사준목걸이가 하나도 훼손되지 않은 채로 떨어져 있었어.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든 조형물이야.
2004년 말, 독일 연방항공조사국은 BTC2937편&DHL611편 독일 남부 공중충돌 사고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발표해.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원인은 좀 달랐어.
바로 범인은 스카이가이드 경영진과 시스템이라는거야.
비행기는 계속 지나가는데, 정비점검을 한다고 다른 보조장비 없이 무리한 점검을 진행해 나간(결국 돈을 아끼기 위한) 스카이가이드의 경영진과, 근무시간중 쉽게 휴식을 가지게 하고, 그 휴식하는 직원이 노는 동안 그 자리를 채워넣을 방법을 안 만들고 쉬게만 한 스카이가이드의 느슨한 경영태도와 사내법률, 그리고 이윤을 위해서 관제사들을 무한혹사시키는 이윤위주 경영...
결국 이 사고는 단순히 71명의 죽음이라고 볼수는 없어.
페터 닐슨도 이 사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칼로예프의 가족과 페터의 가족, 두 가족 모두 풍비박산 났지.
특히 아버지의 끔찍한 죽음을 눈 앞에서 봐야했던 페터 닐슨의 세 자식들의 충격은 엄청날것 같아.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야. 단순히 71명이 아닌 71명, 페터 닐슨, 비탈리 칼로예프, 그리고 페터 닐슨의 부인과 세 자식까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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