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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리뷰는 정말 오랜만에 쓰게 되었다. 그덕에 디테일한 내용은 가물가물하다. 책을 읽은 것은 6월인데,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감상을 쓰려니, 그래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도 꽤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사실 경제관련 서적은 잘 읽지 않는데다가, 배경지식도 거의 전무해서 선뜻 읽기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보였고 저자의 이력에 역사를 전공한 부분도 눈에 띄어서 흥미가 읽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디셀렉트 해당도서였기 때문에 역시나 부담없이 펼쳐봤다.

책 설명은 한국사람이 보기에 혹 할수 있을만한 소개글이다. 한국에 대한 잠재력과 일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이것만 보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길을 멈출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사태가 일어나기 이전이었는데, 수출규제 사태가 일어나고 불매운동 및 지금의 한일관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더 유명해진 책인 것 같다. 어쨌든 다행히 책 내용은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겉만 훑는거 아닌가 할 정도로 쉽게 쓰여있어서 정말 부담없이 읽었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확실히 저자의 통찰력은 높이 살만하다. 그리고 특히 일본의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지적해주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었다. 이와 함께 강조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의 잠재력이었는데, 이는 결국엔 인구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저자는 인구문제를 굉장히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는 일본,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많은 나라들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기는 힘든 이 상황에서 발빠르게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는 독일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통일이 될 경우에는 인구문제를 포함한 많은 부분들에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얼핏보면 장미빛으로 보이는 한반도의 상황이지만, 결국 짐 로저스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든 전제는 통일한국의 경우를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통일 이전의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한국도 인구문제 혹은 자원문제 등 여러가지 여타의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조건은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이야기가 마냥 장미빛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쨌든 덕분에 매우 심플하고 간략하게 경제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내가 조금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부침과 혼란은 곧 경험과 지혜를 잉태하는 용광로다. 어쩌면 그 용광로에 희미한 불씨만 남아 있을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 책이 작은 희망의 불꽃을 일으키기를 염원한다.

“이번에는 달라”라는 말이 나오면 그것은 위험한 징후다. 투자하는 사람은 특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상 “이번에는 달라”라는 건 절대 없기 때문이다. 이건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다.

지금 세계에서 빚이 없는 나라는 북한 정도밖에 없다. 어느 나라나 빚이 천정부지로 늘고 있어서 이를 줄여보려고 긴축재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긴축재정을 하는 나라는 없다. 논리로는 알면서도 실행은 꺼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미 없는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나는 100미터를 누구보다 빨리 달리는 방법을 말로는 설명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없고 그래서 세계기록을 깰 수는 없다. 이렇게 논리상으로는 누구나 이러니저러니 따질 수 있지만 어떤 일이든 실행하지 않으면 성공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런 안정지향적인 기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 가서 16세 전후의 아이에게 “장래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고 물어보라. 축구선수라거나 록스타,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11년 연속으로 공무원이 인기 최고라니 세계의 역사를 봐도 드문 예다. 이거야말로 정치가가 입으로는 혁신, 이노베이션을 떠들면서도 나라의 청년들에게 큰 꿈을 심어주지 못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혁신을 말하기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 혁신은 사회로부터 와야 한다.

저출산 문제에 대항하려면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일본인은 외국인을 싫어해서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2018년 국제연합에서는 일본에 재일외국인에 대한 직업차별, 입주차별, 교육차별 등이 있으니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대로라면 일본의 생활수준은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일본인은 외국인을 받아들이느니 생활수준이 낮아지는 쪽을 택하려는 듯하다.

사실, 이민을 선택한 사람은 대부분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친척이나 친구에게 둘러싸여 모국어가 통하는 마음 편한 자기 나라를 떠나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로 건너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용기가 없으면,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라면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이 내 나라에 왔으면 좋겠다. 자기 나라를 평생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쭉 그곳에서 살면 되고 내 나라에 올 사람은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려는 모험심이 왕성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단, 이왕 실패할 바에는 스물다섯 살에 하는 편이 낫다. 쉰다섯에 큰 실패를 하면 만회하기가 어렵지만 어린 시절의 실패는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고 세상에 대해서도 가르쳐준다. 젊은 시절이라면 실패 후 다시 일어나 성공할 시간과 체력이 있다.

키플링의 시구절을 다시 한 번 소개한다. What should they know of England who only England know? (영국밖에 모르는 사람이 영국의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이냐?)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대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변화를 두려워만 하지 말고 먼저 다가가 여러분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기를 바란다. 분명히 즐겁고 가슴 설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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