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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공간도 개성을 살려내는 작은집 인테리어

적은 공간도 개성을 살려내는 작은집 인테리어

"나는 작은 집이 참 좋다." 필자가 예전엔 이렇게 말하면 누구나 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하고 말이죠. 가구 하나 번듯하게 놓을 공간도 없는 데다 사람과 살림이 마냥 뒤엉키고 마는 그런 공간이 뭐가 좋은가 하고 되묻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작은 집을 벗어나 좀 더 넓고 큰 집에서 살 수 있을까, 궁리하는 사람들에게는 괜한 타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작은 집이 참 좋습니다. 작디작은 공간을 쪼개고 또 쪼개면서 사람과 물건들이 더불어 살아갈 궁리를 하게 되는 그 소담한 공간이란 얼마나 정다운가요. 작은 집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집’이 가진 도란도란한 꿈이나 휴식 같은 것들을 깊게 느낄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큰 집만 누리고 살아온 사람들은 작은 집을 거쳐 한 평, 또 한 평씩 내 집 크기를 늘려가는 행복을 알 턱이 없습니다. 작은 집에 살아보지 않고서야 어깨와 등이 늘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는 오순도순한 행복의 거리 같은 것을 알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작은집 인테리어, 정해진 공간의 공식을 깨다

작은 집은 모험이 가능합니다. 고급스러운 자재와 격을 갖춘 가구들을 제대로 세팅해야 폼이 나는 넓은 집에서는 집 꾸미는 자잘한 즐거움을 맛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은 집은 확실히 다르죠. 아이들의 낙서가 가득한 벽면 하나를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페인팅하는 것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가장 넓은 거실을 아이들을 위한 방으로 만들어주어도 괜찮고, 거실에 식탁을 옮겨 놓고는 밥 먹고 공부하는 두 가지 기능을 담아주어도 괜찮습니다.

여기는 안방, 여기는 부엌, 여기는 베란다, 굳이 정해진 그 약속을 지킬 필요도 없습니다. 내 식대로 내 가족이 살기 편한 모양새로 얼마든지 단장할 수 있는 것이 작은 집의 매력입니다. 더구나 평수가 작으면 과하게 큰돈을 쓰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뜻대로 꾸밀 수 있습니다.

<욕실 하나를 제외하곤 집에 문이 없는 집. 벽을 터 안방을 거실로 만들고 스튜디오처럼 꾸몄습니다.>

위 사진의 집은 욕실 하나를 제외하고는 방문이 없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잘 꾸며진 스튜디오 같은 기분이 듭니다. 똑같은 구조에 비슷비슷한 꾸밈들이 대부분인, 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렸습니다. 나란히 붙어 있는 거실과 식당의 맞은편은 침실 입구. 침실 역시 문짝을 떼어내고 가리개를 달아 늘 오픈시켜 놓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안방을 거실로 만들고 보니 남은 방이 조금 작은 편이라 침대와 붙박이장을 모두 배치하기에는 역부족이죠.

결국 베란다를 터서 공간을 끌어들였고, 베란다를 튼 뒤 딱 그만큼의 사이즈로 침대가 될 두툼한 밑판을 제작해 끼워 넣듯이 배치했습니다. 나직하고 아늑한 베란다 침실이 탄생한 것입니다. 파란색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대로 된 방 한 칸 없지만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유쾌한 집을 디자인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집을 보물상자라고 부릅니다. 방 한 칸 없이도 공간이 자연스럽게 구분되고, 제대로 된 가구가 별로 없지만 아쉬울 게 하나도 없는 집입니다.

<신혼부부를 위해 개조한 13평 원룸. 가구로 공간을 분할했습니다. 6인용 테이블을 식탁 및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했고, 식탁 뒤로 붙박이장을 짜 수납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위 있는 사진은 방이 따로 없는 신혼부부를 위한 13평 원룸이다. 부부는 오피스텔은 숨 막혀서 싫고, 아파트는 너무 비싸서 이 집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공간이 분할되어 있지 않은 이곳 원룸에서는 가구가 곧 공간을 나눠주는 역할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속의 공간은 이 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메인 코너입니다. 창가 쪽으로 나무 벤치를 붙여 놓은 뒤 푹신한 방석과 쿠션을 올려 소파 대신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그 앞쪽으로 널찍한 6인용 테이블을 T자 형태로 배치했습니다. 소파와 테이블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이 자리는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하고, 손님맞이 테이블이나 식탁이 되기도 하고, 책상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다기능 공간입니다. 식탁 뒤쪽으로는 미닫이문이 달려 있는 붙박이 형태의 옷장을 짜 넣었습니다. 세상에 단점 하나 없고, 불만 하나 없이 완벽한 집이 있을까요?

<반지하 13평 빌라. 어두운 단점을 장점으로 살려 세미 엔티크 갤러리처럼 꾸몄습니다.>

위 사진의 집은 지하 13평 빌라로 어두운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랴. 빛을 만들 수는 없지만 빛이 없다는 그 단점을 오히려 특화된 개성처럼 녹일 수밖에요. ‘갤러리처럼 쓰기로 하자! 갤러리에 빛이 들지는 않으니. 게다가 천장이 낮아 아늑한 느낌도 들어 책 읽기 참 좋겠다!’ 그래서 이 집 거실의 콘셉트는 세미 엔티크 갤러리입니다.

소파 대신 고목으로 만든 상자 형태의 두툼한 나무를 ㄱ자로 배치하고, 그 앞쪽으로는 오래된 반닫이를 테이블로 대신했습니다. 대형 그림을 걸어 갤러리처럼 연출했습니다. 여기에 가구의 수를 최대한 절제하고, 키 낮은 가구 위주로 구성했더니 좁지만 오히려 탁 트여 보이는 효과를 덤으로 누릴 수 있었죠. 주방에는 냉장고 하나와 작은 크기의 싱크대 그리고 드럼세탁기가 나란히 놓였습니다. ㄱ자형 원목 상판을 덮어 세탁기와 싱크대를 한 식구처럼 묶어 정돈했습니다. 침실은 키 낮은 침대 하나와 붙박이장으로 작은 공간을 알차게 마감했습니다.

작은집 인테리어의 방법, 하나의 공간을 두 개의 공간으로

<프리랜서 편집자가 사무공간이자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 집. 책이 많아 주방의 한쪽 벽면을 책꽂이로 활용했습니다. 하나의 공간을 두 개의 기능 공간으로 분리한 것입니다.>

위 사진은 일과 살림을 병행하는 20평 주택입니다. 안주인이 프리랜서 편집자여서 이 집은 사무실이자 주거 공간이기도 합니다. 워낙 밤샘 일이 많은 까닭에 아예 먹고 자고 살림하며 사무실로도 사용할 수 있는 복합 기능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집은 거실이 따로 없이 넓은 방 하나에 작은방 두 개. 원래는 넓은 방을 침실로 쓰고, 작은 방을 미팅 룸과 작업 공간으로 쓰고 있었는데 일이 늘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넓은 방을 미팅 룸으로 새로 꾸민 것입니다. 출판 기획자로 일하는 이다 보니 가장 많은 살림은 역시 책이었습니다. 구석구석, 어지간한 자리에는 모두 책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책장이 만난 곳은 주방. 살림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싱크대와 책장 하나만 놓여 있던, 조금 아까운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주방 한 벽면을 책장으로 채우고 그 맞은편, 또 하나의 벽면에도 기존의 가구와 같은 디자인의 책장을 짜 넣었습니다. 우리 집의 경우 가장 작은 공간이 아들 방인데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방 안의 또 다른 방으로 꾸며 아들이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침대, 옷장, 책상, 수납장 등 꼭 필요한 가구들이 정해져 있는 반면, 공간이 작아 그것들을 다 들여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방법이 침대를 공중 부양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침대를 허공으로 띄우고 나면 그 아래쪽 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 셈이었습니다. 방을 아예 절반으로 잘라서 수납장과 이층 침대가 세트로 되어 있는 가구를 제작했습니다.

좁은 집의 가구는 다재다능하다

집 안을 돌아보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가구입니다. 가족보다 가구가 더 번듯하게 자리를 차지한 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좁은 집의 문제를 벗어나 개성 있는 집으로 꾸미기 위해서 가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것을 제안합니다. 특히 ‘식탁은 식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합니다.

식탁을 보다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 책상의 기능을 겸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마주 앉아 책을 읽거나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작업할 수도 있습니다. 손님과 마주 앉는 티테이블로 쓰면 카페가 부럽지 않습니다.

의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낡은 의자를 테이블로 쓸 수도 있습니다. 침대 양옆에 협탁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협탁 대신 두 개의 의자를 놓으면 스탠드도 올리고 읽던 책도 올리고, 찻잔이나 장식 소품도 얼마든지 올려둘 수 있습니다. 화장대가 굳이 화장대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빈 벽면에 선반 하나 걸고, 그 앞에 의자 하나 가져다 놓으면 그 자리가 화장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구를 정해진 용도로만 생각하지 말고 다재다능하게 활용한다면 집 안 공간을 개성 있게 꾸미면서도 넓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사외보 아주좋은날 2014.07+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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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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