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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국시리즈 롯데 자이언츠 vs 빙그레 이글스

페넌트레이스 1위 빙그레 이글스와 3위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었던 한국시리즈. 1984년 이후 두 번째로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한 한국시리즈이기도 하다. 이후 롯데는 우승기록이 없어 현재까지도 응답하라 1992를 외치는 롯데팬들이 많다. 2015년 현재는 야구의 신 이라는 분을 감독으로 영입하고서도 여러 병크짓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이글스 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년 OB우승 이후 삼성 라이온즈 및 빙그레 이글스에서는 번번이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만 기록한 김영덕 감독은 다승구원왕이라는 역사에 다시 나오기 힘든 타이틀을 차지한 송진우 외 한용덕, 정민철, 이상군등 쟁쟁한 투수진과 전성기시절의 장종훈, 이정훈, 이강돈 등등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고 기다렸지만….

정규시즌 3위를 기록한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고, 선동열이 부상으로 빠진 해태 타이거즈와 5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플레이오프마저 승리하여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롯데 투수진은 윤학길-염종석-박동희의 트로이카가 투수진의 핵심이었고, 타선은 남두오성이라 불리는 박정태, 김민호, 전준호, 김응국, 이종운 등 상대적으로 장타보다는 머신건 타선에 가까웠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팀 특성에 제대로 분위기를 타고 한국시리즈에 진출.

1차전: 자갈치의 한 방! (롯데 승)

롯데는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며 윤학길과 염종석 등이 지쳐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해태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때 경기를 시원하게 말아먹은 박동희를 등판시킨 것은 1차전을 버리는 경기로 가져가겠다는 강병철의 원래 전략이었다. 게다가 맞상대는 그 해 19승을 거두며 다승왕과 구원왕을 모두 석권한 송진우. 질 거라 생각한 빙그레의 팬은 아무도 없었으나...

1회초부터 2번 조성옥의 번트시도 때 주루방해판정을 받으며 흔들린 송진우는 폭투를 범하고 '자갈치' 김민호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패망.

롯데는 6회 이종운이 투런홈런을 뽑으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고, 선발 박동희는 8회까지 8안타에 폭투 3개를 범하며 4실점하는 등 영 불안한 투구를 보였음에도 탈삼진 10개를 잡아내며 한국시리즈 첫 승을 올렸다.

2차전: 송진우의 좌절 (롯데 승)

1차전 버리는 경기에서 승리한 강병철은 2차전에서 연습생(=신고선수) 출신인 윤형배를 내세우며 또다시 2차전을 버리는 경기로 가져간다.

빙그레 선발 정민철은 늘 그래듯이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줬고, 롯데 선발 윤형배 또한 1차전 승리 덕택에 부담없이 던진 탓에 1차전 선발 박동희같은 위력적인 구위는 아녀도 수비진의 분전에 힘입어 꾸역꾸역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두 투수 모두 양팀 선수들의 신들린 호수비에 힘입어 8회까지 서로 무실점을 이어가나 9회초 김영덕은 전날 선발이었던 송진우를 다시 마운드에 올리는 강수를 둔다. 그러나 망했어요.

송진우는 4연속 안타를 맞으며 자멸하고 구원등판한 한용덕도 2점을 추가로 내주며 3:0.

9회말 이에 분노한 장종훈이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나가며 윤형배를 두들기는 듯 했으나... 윤학길이 등판하여 비록 2실점하긴 했지만 불을 끄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어쨌든 적지에서 2연승이라는 뜻밖의 수확을 거둔 롯데는 기분 좋게 홈 사직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경기 직후 빙그레 응원 관중 500여 명은 대전구장의 창문과 정문의 유리창을 박살내고 빙그레 버스에 불을 지르진 않았지만 돌과 오물을 던졌다. 관중들은 "김영덕 물러가라"를 외치며 소란을 피우다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홈인 대전구장에서 빙그레가 예상외로 무력하게 1, 2차전 스윕을 당해서 실망한 것도 있었지만, 이때까지, 아니 그보다 15년 후인 2007년 이전까지 초반 2연패 후 우승한 팀은 단 한 팀도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우승이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한화팬들은 21세기에 한화가 암흑기를 찍는 동안은 대전 보살팬들이 되었지만 이때는 대구아재, 마산아재, 부산아재, 광주아재, 인천아재 못지 않은 대전아재로 유명했다.

3차전: 빙그레, 천금 같은 1승 (빙그레 승)

이제 드디어 에이스인 윤학길을 출격시키며 여유롭게 이기겠다 다짐했건만... 윤학길은 3회까지 3실점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김영덕이 또 송진우를 기용하면서 급기야 8회말 송진우가 역전을 허용(여기서 지면 송진우는 3연패), 4:3으로 3차전도 롯데가 이기는 듯 싶었다.

그러나 9회초 빙그레의 마지막 공격에서 지화동이 동점적시타를 때려내고 (이 사이에 김응국의 실책으로 지화동은 3루까지 진루) 2아웃 이후 임주택의 내야안타 때 홈을 밟아 한화가 역전했다. 송진우는 첫 승을 따내고 윤학길은 완투패를 기록한다.

한국시리즈 3차전의 시구는 부산 감천초등학교 6학년 야구선수가 했는데, 그는 20년 뒤에 롯데의 마무리투수가 된다.

4차전: 박동희, Save giants. (롯데 승)

92년의 괴물신인 염종석과 정민철이 나란히 맞붙었다. 2차전에서 17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신들린 투구를 보여주었던 정민철은 이번에는 2회에 조기강판하고, 염종석도 6회 집중안타로 불안불안하게 가다가 결국 강판.

그리고 올라온 것은 박동희. 박동희는 9회초 2실점을 허용했으나 8회말 전준호와 조성옥의 연속안타로 얻은 1점을 잘 지켜 세이브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5차전: 8년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롯데 (롯데 승)

선발은 각각 윤형배와 한용덕. 롯데는 1회와 3회에 각 2점씩 총 4점을 뽑아 앞서나가며 빙그레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승부처라고 판단한 강병철 감독은 6차전까지 갈 경우 선발로 내정한 박동희를 4회에 조기등판시키는 모험수를 감행. 그리고 그 박동희가 9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1984년에 이어 8년만이자 통산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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