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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고 나는 매일 밤 자살기도를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는 매일 밤 자살기도를 했다.

우주가 태어난 지 127일이 지났다. 그리고 그 기간 나는 매일 자살기도를 했다. 사실 자살기도의 기간은 127일이 넘는다. 올해 1월 퇴사를 하고 자기계발을 하면서 나의 평균 수면시간은 5-6시간 이었다.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며 공부하다보니 스트레스로 거의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렸고, 어쩔 수 없이 책을 더 읽다가 새벽 5시에 잠든 날도 적지 않았다.

우주가 태어난 후에는 더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내의 산후조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새벽에는 무조건 내가 맡아서 아이를 돌봤다. 그렇게 매일 새벽 4시에 잠들고 9시를 못 넘겨 깨는 지옥의 수면 부족을 겪었다. 낮잠도 잘 자지 못하는 편이라 내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4시간을 겨우 넘겼다.

잠을 못잔 것 가지고 무슨 자살기도까지 갖고 오냐며 오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의한다. 나도 당시에는 이런 수면시간 단축 행위에 큰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고. 뭐 성공하려면 젊은 시절 몇 년은 잠도 줄여가며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별 것 아니라고 봤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8개월을 보낸 지금. 극단적인 나의 수면 단축 행위가 삶의 능률을 떨어뜨렸고, 내 무한 긍정성을 무너뜨렸으며, 지독한 슬럼프에 빠뜨렸다는 것을 격렬히 느끼고 있다. 그리고 결국 그런 행위가 매일 밤 나 스스로에게 칼을 꽂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은 지금은 말이다.

매슈 워커는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이다. 그는 프로이트와 다르게, 뇌피셜이 아니라 첨단 뇌 촬영기기를 활용하여 연구, 관찰한 결과로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의 가장 중요한 결론인 ‘평균적으로 인간은 8시간 이상 수면을 해야 한다’를 그 모든 실험의 결과로 뒷받침했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8시간 이상 수면’은 공허한 외침으로 보인다. 많이 자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없고, 대부분 그만큼 잠을 잘 만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을 덮고 싶었다. 하나 마나한 소리를 500p나 늘어놨을 거란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읽다보니 8시간을 못 잤을 때 벌어지는 상상 이상의 악영향들이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들었다.

#잠을 못 자면 벌어지는 일들

P.11-2 수면 시간이 으레 예닐곱 시간에 못 미치면, 면역계가 손상되고 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수면 부족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생활양식 요인 중 하나다. 수면부족 -일주일에 단 한 차례 심하지 않은 수준으로라도- 은 혈당 수치를 심각하게 교란함으로써 당뇨병 전 단계로 분류되는 상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잠을 짧게 자면 관상동맥이 막히고 허약해져서 심혈관 질환, 뇌졸중, 울혈성 심장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 잠을 설치면 우울, 불안, 자살을 비롯한 모든 주요 정신 질환 증상들이 더 심해진다.

책 첫 페이지의 내용이다. 무섭다. 작가가 처음부터 너 이런데도 이 책 안 읽고, 8시간 수면 안 지킬래? 라고 협박하는 느낌이었다. 책의 중반부에 보면 실제로 어떤 메커니즘으로 수면 부족이 이런 질병들을 유발하고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지 논리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솔직히 나도 그 이유를 구구절절하게 읽지 않았다면 아 그래? 하고 넘어갔겠지만 그의 설명을 다 읽은 지금 무조건 8시간 수면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P.200 수많은 이들이 맹목적으로 잠을 적게 자는 습관을 고집하는 바람에 자신의 몸이나 마음의 잠재력을 결코 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정신적으로 생리적으로 최적이 아닌 상태임을 모른 채 여러 해 동안 지내고 있다.

P.428 잠을 덜 잔 직원은 덜 생산적이고, 동기 부여가 덜 되고, 덜 창의적이고, 덜 행복하고, 더 게으를 뿐 아니라, 더 비윤리적이기까지 하다.

수면이 부족할 때 사람은 자신의 수행 능력 감소를 일관되게 과소평가한다고 한다. 내가 이랬다. 씽큐베이션 2기 부 그룹장을 맡으면서 뭔가 의욕적으로 뭔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그 때, 나는 그저 뭔가 조금 어긋난 거겠지 하며 내 상황을 낙관했다. 조금 쉬면 좋아질 거야하며 말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니 나의 수면 부족과 컨디션 저하가 만들어낸 내 생산력과 의욕의 차이는 너무 극명하다. 평소 내가 갖고 있던 장점도 잘 살리지 못했고, 계발해보려 다짐했던 부족했던 부분은 계발은커녕 더욱더 퇴보하며 참혹한 시간을 보냈다. (죄송합니다ㅠ)

수면 부족이 이런 정신적, 신체적 능력 저하를 불러오고 각종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며, 결국은 수명 단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 하나하나가 빈틈이 없어서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내 서평만으로는 8시간 이상 자야함에 설득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꼭 이야기하고 싶다. 8시간 이상 자라고. 이 책을 읽고 저자에게 설득되어 꼭 8시간 자라고 말이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는 우리가 왜 잠을 충분히 자야 하는지 나와 있다. 충분히 못 자면 어떻게 되는지도 나와 있고, 어떻게 하면 잘 잘 수 있는지도 나와 있으며, 꿈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잠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바로잡아준다. 특히 아이 학업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는 발췌독이라도 꼭 하기를..)

이 모든 것들을 읽고 꼭 8시간 수면을 실천해 오래오래 건강하고 생산성 있게 잘 살기를 기도한다. 인생의 3분의 1과 나머지 3분의 2를 위해 일독을 권한다.

P.17 지난 20년 동안 폭발적으로 쏟아진 발견들 덕분에, 우리는 진화가 잠을 고안한 것이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잠은 건강을 돕는 무수한 혜택을 제공하며, 24시간마다 되풀이되면서 당신을 회복시키는 처방전이다. 그러니 그 처방전을 많이 받아라 (많은 이들이 받지 않는다).

P.S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독박 육아에 시달리는 양육자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회적으로 육아휴직, 특히 남성 육아휴직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게 한 책이기도 했습니다. 출산 후에 누군가 혼자 애를 보는 건 정말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일입니다.

2019.09.02. (2019_117)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from http://sagna9250.tistory.com/135 by c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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