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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 vs 두산 베어스

2018년 한국시리즈의 주인공은 정규리그 독보적인 1위였던 두산과 2위로 시즌을 마무리지었던 SK였다. SK는 넥센과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연장 혈투 끝에 넥센을 꺾고 6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왔다. 믿을 수 없는 재역전과 끝내기 홈런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SK는 분위기는 좋았지만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던만큼 출혈이 컸다.

양팀은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을 때마다 명승부를 펼쳤고 특히 2007년과 2008년에는 2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치뤄진 두 시리즈 모두 당시 정규리그 우승팀이었던 SK가 승리했고 정규 시즌 상대 맞대결에서도 8승 8패로 전혀 밀리지 않았기 때문에 SK로써는 충분히 '업셋(upset) 우승'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14.5경기차라는 두 팀의 정규시즌 승차가 말해주듯 두산이 SK에 장타력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앞서고 있었다. 홈런 개수는 SK가 우위에 있었지만 홈런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기록은 두산이 훨씬 높았다. 또 SK는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연장 접전 끝에 엄청난 힘을 쓰고 단 하루 휴식을 취한 뒤 경기를 치뤄야만 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예상은 두산쪽으로 치우쳐지기도 했다. SK가 기대볼 만한 요소는 플레이오프에서 가져온 좋은 분위기, 경기를 오래 쉰 팀이 겪을 수 있는 경기감각 부재, 그리고 아직도 남아있는 10년 전 우승 주축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우승 DNA 였다.

1차전 : 예상을 깨고 잠실 첫승을 가져온 SK 박정권의 한 방. 베테랑의 품격 (SK 1승. 7-3)

두산은 린드블럼을 선발로 SK는 1,2선발을 모두 소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3선발 박종훈을 선발로 내세웠다.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SK 왕조 출신의 베테랑들의 활약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빛났다. SK는 1회 초부터 선두타자로 나선 김강민이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한 뒤 플레이오프의 영웅 한동민이 분위기를 이어 선제 투런포를 날리면서 기선 제압을 했다. 두산도 1회말 허경민이 볼넷으로 출루해 기회를 잡았지만 정수빈의 타구를 플라이로 착각한 허경민의 실수로 아웃되면서 흐름을 넘겨주고 이닝이 종료됐다.

하지만 두산은 3회 말 정수빈 안타를 시작으로 SK를 계속 공략했고 2사 1,3루 상황에서 최주환의 우익수 앞 적시타로 1점을 추격했다. SK는 최정의 결장대신 강승호가 3루수로 선발 출장했는데 의외로 그물망 수비를 보여주면서 SK의 수비에 안정감을 심어줬다.

4회까지 1실점으로 선방하던 선발 박종훈은 5회에 투구 수 100구를 넘기게 됐고 결국 투수를 김택형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믿어던 김택형의 볼질로 김재환과 양의지의 연속 출루했고 1사 만루 상황에서 최주환이 타석에 등장했다. SK는 다시 투수교체를 했고 산체스가 3번째 투수로 올라왔지만 타격감이 좋은 최주환을 이겨내지 못했다. 산체스가 안타를 맞으면서 2,3루 주자가 모두 들어와 2득점으로 두산이 역전에 성공했다.

이대로 두산이 승기를 잡나 싶을 때 6회 한동민이 볼넷 출루를 했고 다음 타자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던 박정권이 타석에 들어섰다. 믿기지 않게도 박정권은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다시 SK를 4-3으로 앞서가게 만들었다. 린드블럼은 홈런으로만 4실점을 허용하면서 1선발의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가을남자 베테랑 박정권의 이 홈런은 역전뿐만 아니라 두산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안겨줬다. 7회 초 린드블럼이 내려간 후 박치국에 이어 등판한 장원준이 두 타자 연속 볼넷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 만루에 다시 타석에 들어선 박정권은 전타석의 위압감으로 장원준의 폭투를 얻어냈고 결국 그 폭투로 1점을 추가로 얻어냈다. 박정원은 자동 고의 사구로 내보내고 후속타자를 처리하면서 이닝은 5-3으로 종료됐다.

하지만 두산은 7회 말에 바로 역전 기회를 잡았다.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던 김태훈은 7회 등판하자마자 김재환,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최주환에게 볼넷을 만들어주면서 순식간에 무사만루 위기를 만들었다. 누가봐도 실점을 피할 수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김태훈의 스스로 위기를 넘기는 멋진 피칭을 했다. 후속타자 오재일을 삼진으로 그리고 김재호를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뜨거웠던 7회를 보낸 이후 양팀 투수진은 안정을 찾았고 8회 초는 두산 김승회가 삼자범퇴, 8회 말은 전 이닝에 이어 다시 올라온 김태훈이 삼자범퇴로 마무리 했다. 9회 초 두산은 한국시리즈 2연패 시절 마무리 투수였던 이현승을 올려 보내 추가 실점을 막고 추격하고자 했지만 첫 타자 강승호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이어서 김강민의 타구를 3루수 허경민이 잡아내지 못해 무사 1, 3루가 되버렸고 이어 타석에 들어서 로맥은 1루수 정면 땅볼을 쳤으나 1루수 오재일의 실책으로 강승호가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1사 1, 3루에서 박정권의 외야 희생 플라이로 추가 실점을 허용하면서 7-3으로 차이가 더 벌어져 추격의지를 잃었다. 결국 두산은 9회 말 등판한 정용일에게 삼자범퇴를 당해 1차전을 SK에 내주고 말았다.

두산은 전체적으로 정규시즌 1위 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수빈이나 최주환 같은 몇몇 선수들이 활약했지만 전체적으로 많은 기회를 만들어놓고 스스로 놓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 팀보다 탄탄했던 수비는 실책을 남발했고 타선은 득점 찬스 때마다 침묵했다. 뿐만 아니라 주루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SK는 최정 대신 깜짝 선발로 출장한 3루수 강승호가 그물망 수비를 보여줬고 SK 왕조 당시 우승 주역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기회마다 점수를 냈다. 김강민과 1차전 MVP로 선정된 박정권이 베테랑의 품격을 뭔가인지를 보여줬던 경기였다.

2차전 : 후랭코프의 호투로 반격에 성공한 두산 (두산 1승. 7-3)

1차전 승리팀 우승확률이 73.5%로 높은 상황이었지만 아직 SK의 우승을 점치기에는 이른 순간이었다. 대부분의 정규리그 1위팀이 한국시리즈 직행 후 오랜 휴식에 경기감각을 잃어 한국시리즈 초반에는 애를 먹지만 타격감을 찾아가면서 결국 우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고 1차전에서 패배한 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던 경험이 적지 않은 두산이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2차전 상대선발의 무게감에도 차이가 컸다. 두산은 원투펀치 중 한 명인 후랭코프가 등판했고 SK는 4선발인 문승원이 등판했기 때문이다. 3선발이었던 박종훈이 정규시즌 두산 전 방어율이 좋았던 반면 문승원은 정규시즌 두산 전 방어율이 좋지 못했고 1차전 린드블럼은 정규시즌 SK 전 방어율이 좋지 못했지만 후랭코프는 SK 전 방어율이 좋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선발은 두산의 승리가 점쳐졌다.

2회까지 잘 막아내던 문승원은 결국 3회 말 오재일과 허경민에 안타를 맞아 1사 1,3루의 위기를 맞았고 정수빈의 내야 땅볼 타구에 선취점을 넘겨줬다. 이어 4회 말, 김재환의 2루타에 이어 양의지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내줬고 최주환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면서 순식간에 점수는 4-0이 되어버렸다. 두산 타선이 4점을 득점하는 동안 SK 타선은 좀처럼 후랭코프를 공략하지 못했다. 5회 1사 3루의 득점 기회에서 김강민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얻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SK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7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허경민의 송구 미스로 2사 2,3로 기회를 잡은 SK는 김강민의 안타로 루상 주자들이 모두 들어와 4-3 한점 차까지 따라갔다. 이미 김강민 타석에서 110구를 넘겨버린 후랭코프는 구위가 많이 떨어져 7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려갔지만 2사 1,2루 추가 실점 위기에서 구원등판한 박치국이 최정을 삼진으로 잡아 추가실점을 막고 이닝은 종료됐다.

절호의 찬스에서 역전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1점차로 끌려가던 SK는 결국 8회에 추가 실점을 하고 만다. 1점차까지 쫓겼던 두산은 8회 말 SK 신재웅이 타격감이 좋지 않던 박건우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살아났고 김재환의 안타 다시 바뀐 투수 서진용에게 양의지, 최주환이 연속 안타를 쳐 내면서 손쉽게 2점을 추가했다.

구원등판한 신재웅, 서진용이 한 타자도 잡지 못하고 내려가면서 두산은 확실한 승기를 잡았고 박정배가 힘겹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지만 이어진 1사 2-3루에서 정진호의 내야 땅볼 타점으로 추가 실점하면서 점수가 7-3으로 벌어져 사실상 승부는 결정나버렸다. 두산의 마무리 투수 함덕주는 8회초 2사부터 9회초까지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두산이 시리즈를 원점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3차전 : 정의윤의 실책, 심판들의 판정에도 승리를 가져온 홈런군단 SK의 홈런포. (SK 2승. 7-2)

잠실에서 1승 1패를 기록하며 전적은 동률을 이뤘지만 분위기는 아직 SK 쪽에 남아있었다. 두산은 1, 2차전 원투펀치를 내보내고도 충격의 1패를 한 반면 SK는 3, 4선발을 내보내고도 1승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제 문학 3연전에서 SK는 원투펀치인 켈리, 김광현을 등판시킬 수 있었고 두산은 3, 4선발로 상대를 해야했다. 게다가 두산은 시즌 문학 구장 승률이 좋지 않았고 경기 시작 전 또 하나의 악재가 겹쳤다. 4번 타자로 활약하던 김재환이 옆구리 부상으로 3차전에 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SK는 플레이오프의 혈전으로 두산보다 지쳐있었지만 선수단의 분위기는 좋았다. 상대전적으로 보나 역대 한국시리즈에서의 성적으로 보나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무엇보다 3차전은 선발 투수 이름값부터 큰 차이가 났다. SK는 문학 여포라고 불릴 정도로 문학구장 방어율이 좋은 켈리였고 두산은 방어율이 높은 이용찬이었다.

이런 기세를 반영하듯 SK는 1회 말부터 선두타자 김강민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이어 한동민의 안타로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고 1사 1,2루에서 로맥이 선제 3점 홈런을 터트리면서 앞서나갔다. 바로 다음 회인 2회 말에도 김성현이 안타 이후 도루 실패로 분위기가 끊기나 싶었지만 강승호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김강민과 한동민의 안타로 홈에 들어오면서 추가득점을 해 4: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그 동안 켈리는 4회까지 삼자범퇴 이닝을 세번이나 가져가는 등 엄청난 호투를 보여줬다. 4회 말에도 SK는 정의윤이 안타로 출루하고 번트로 2루까지 살아가면서 또 한 번의 추가득점 기회를 가졌다. 여기서 추가 득점을 했으면 두산은 추격의지를 잃고 SK 쪽으로 완전히 분위기가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큰 경기에선 매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명의 실수로 흐름이 바뀌기도 하는데 이번 주인공은 정의윤이었다. 강승호의 우익수 쪽 큰 플라이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안타라고 판단했는지 공을 잡기도 전에 이미 2루를 출발해버린 정의윤은 3루를 돌아버렸고 실수를 인지하고 2루로 돌아오기 전에 아웃되면서 순식간에 더블 아웃으로 이닝을 종료시켜 버렸다.

뇌주루로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버리자 두산의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5회에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주던 강승호가 실책을 저지르면서 두산은 진루타 하나와 김재호의 안타로 첫 득점을 했고 오재원의 추가 안타로 순식간에 2실점을 해버렸다. 힘을 얻은 이용찬은 5회부터 호투를 보여주며 무실점을 이어 갔고 켈리는 6회 초에도 1사 만루까지 가는 위기를 맞았지만 오재일과 김재호를 범타로 잡아내면서 추가실점은 막아냈다. 7회까지 소강상태를 보이던 양 팀의 승부는 결국 8회에서 결정지어졌다.

SK는 8회 말 선두타자로 나선 로맥이 박치국을 상대로 1점 홈런을 날리면서 잘 버티던 두산 불펜에 균열을 만들었다. 박치국에 이어 장원준을 등판시키자 SK는 박정권 타석에서 나주환을 대타로 냈고 안타를 치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SK쪽으로 기울었다. 무사 1루의 위기에서 두산은 믿을만한 카드였던 김승회를 내보냈고 상대타자는 뒷꿈치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포수 이재원이었다. 벤치는 정상 컨디션이 아닌 이재원에게 번트를 지시했는데 김승회는 몸이 덜 풀렸는지 제구가 안돼 계속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볼을 던졌다. 결국 1스트라이크 3볼로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가 되자 강공으로 작전을 바꾸고 페이크번트 앤 슬러시로 방망이를 크게 휘둘렀는데 이 타구가 담장을 훌쩍 넘어가버리면서 두산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려버렸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포였고 역시 상대전적과 SK의 홈런군단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SK는 결국 7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한 켈리에 이어 김태훈과 정영일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며 승리를 결정지었고 한국시리즈 우승확률을 더 높였다. 김태훈은 연이은 등판에 구위가 떨어져 위기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기면서 위기관리 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SK로서는 석연찮은 스트라이크 존 판정과 정의윤, 강승호의 실수로 위기를 맞았지만 켈리의 호투와 로맥의 결정적인 홈런포에 힘입어 3차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4차전 전날 내린 비로 태세를 정비한 두산. 수비진과 린드블럼의 역투로 경기를 가져오다. (두산 2승. 2-1)

3차전에 이어 바로 열리게 될 4차전이 비로 인해 하루 연기되게 됐다.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줬던 두산으로서는 재정비 후 반격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줬고 4선발이었던 이영하와 SK 김광현의 매치업에서 1선발인 린드블럼과 김광현의 매치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두산에게 고마운 비 소식이었다.

1차전에 홈런 두 방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은 4차전에서는 홈런을 허용하지 않으며 역투를 했다. 김광현도 오랜만에 맞이한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호투를 보여주면서 4차전은 투수전 양상을 띄었다. SK로서는 2승 1패로 앞서가고는 있지만 김광현이 등판하는 경기에서 승리해야 손쉽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산만큼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다.

2회까지 양 팀 선발투수들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선취점은 SK가 가져가기 시작했다. 3회 말 김성현의 안타와 박성욱의 번트로 득점 찬스를 얻은 SK는 베테랑 김강민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타로 연결시켜 선취득점을 냈다. 이어 들어선 한동민의 안타로 린드블럼은 흔들렸고 최정 타석에서 사구를 내주면서 경기 초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하지만 이어 타석에 들어서 로맥과 박정권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위기를 넘어갔다. 1차전에서 홈런으로 결승타를 쳤던 박정권은 이후로 득점 찬스마다 부진하면서 SK 타선도 힘을 잃은 느낌이었다.

린드블럼의 호투도 대단했지만 김광현의 더 빼어난 피칭을 했다. 6이닝 동안 두산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큰 경기에서 강한 투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점위기에서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하면서 두산 타자들의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SK타선은 김광현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6회 말 좋은 찬스에서도 중심타선의 타점을 올리지 못해 1대 0의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결국 투구 수가 늘어난 김광현은 산체스에게 마운드를 물려줬고 불펜에 믿을만한 투수가 적었던 SK는 산체스에게 2이닝을 맡겼다.

산체스는 7회는 무실점을 막아냈지만 결국 2이닝 피칭은 무리였다. 8회 초 두산은 백민기의 안타와 허경민의 땅볼로 만들어진 1사 1루에서 정수빈이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역전 2점 홈런으로 경기를 역전시켜버렸다. SK는 김광현을 아끼고 지친 김태훈의 휴식의 대안으로 산체스 2이닝 투입의 강수를 뒀지만 한국시리즈처럼 체력소모가 큰 경기에서 2이닝 등판은 무리였고 패착으로 이어졌다.

두산은 그동안 아껴뒀던 가장 믿을만한 마무리 투수 함덕주를 8회말부터 등판시켰고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물망 수비를 보여준 류지혁의 도움을 받아 SK의 추격의지를 힘겹게 뿌리쳤다. 함덕주는 이어 9회말에도 등판해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매조지으며 시리즈를 다시 원점으로 맞추는데 성공했다.

5차전 : 후랭코프의 호투를 빛바래게 만든 두산 타선. SK에 승리를 내주다 (SK 3승. 4-1)

4차전을 힘겹게 가져오면서 두산은 힘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정규시즌을 워낙 압도적으로 마무리 짓고 우승으로 이끈 두산이었기에 전문가들은 4차전을 기점으로 두산이 남은 경기를 내리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4차전의 승리로 두산 선수단의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고 5차전 선발은 2차전에서 호투를 보여준 후랭코프였기 때문에 두산의 승리가 점쳐졌다.

그런 기세를 반영하듯 두산은 3회 초 정진호의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가져왔다. 후랭코프는 2차전에 이어 변함없이 호투를 이어갔고 3회말은 삼진 3개로 이닝을 끝낼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SK는 4회에 보크논란까지 생길 정도 위기를 맞았지만 시리즈 내내 수준 이하의 판정을 이어간 심판진의 실수에 힘입어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후랭코프는 4회에 이어 5회에도 압도적인 투구로 무실점을 이어간 반면 박종훈은 5회까지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기면서 5이닝 1실점으로 막아내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다. SK는 6회에 산체스를 내보내 무실점을 이어갔고 후랭코프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를 이어갔다.

SK는 7회 초 김태훈을 내보내면서 두산 공격을 막아냈고 결국 위기를 힘겹게 버텨내자 기회가 찾아왔다. 7회 말 정의윤 안타로 출루하고 강승호가 번트로 주자를 2루로 내보내면서 동점 찬스를 잡았고 이 한 번의 기회를 김성현의 놓치지 않고 안타로 연결해 동점에 성공했다. 후랭코프의 호투로 안정적인 상태에서 많은 찬스를 가졌던 두산으로서는 기회때마다 병살타로 흐름을 끊어 추가득점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두산은 1점을 내주지 않으려고 전진수비를 했다가 의외로 멀리나간 김성현의 타구에 안타를 허용했고 순간 집중력을 잃고 중계미스까지 더해져 김성현을 3루까지 보내버렸다. 결국 이 김성현의 안타 한 방이 7회까지 두산으로 가있던 흐름을 단숨에 바꿔놨고 결국 바뀐 투수 이영하를 상대로 김강민의 외야 희생 플라이를 날려 SK는 2-1로 역전하게 됐다.

철벽을 자랑하던 두산 수비는 8회 말에도 무너졌다. 선두타자 최정의 내야 높은 뜬공을 김재호가 실수로 놓쳐 2루까지 진루했고 1차전 이후 두산의 변화구 볼배합에 어려움을 겪던 박정권은 이번에는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고 1,2루간 안타로 최정을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3-1를 만들어버렸다. 이후 SK는 분위기가 살아나 박정권의 대주자로 나온 정진기가 도루를 성공하고 이재원 볼넷 출루 후 바뀐 투수 김승회를 상대로 김재현의 안타, 김성현의 밀어내기로 한 점 더 달아났다.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두산은 정영일을 상대로 오재원의 안타와 오재일의 볼넷으로 1사 1,2루를 만들어내며 마지막 찬스를 얻어냈지만 정진호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면서 2루 주자도 자동으로 아웃돼 순식간에 더블아웃으로 게임종료가 되버렸다. 여러 말들이 많았을 5차전이었지만 결국 많은 찬스를 병살타로 날려버린 두산 타선이 두산의 가장 큰 패인이었고 SK는 위기가 많이 있었지만 끈질기게 버텨내다가 한 번 잡은 찬스를 놓치지 않고 상대의 실책을 유도해내 승리를 가져왔다.

6차전 : 양팀 총력전. 한동민의 결승포와 에이스 김광현의 마무리. SK V4 연장 드라마 (SK 4승. 5-4)

문학에서의 3연전을 힘겹게 마친 양 팀은 잠실로 돌아왔다. 두산은 6차전을 잡지 못하면 바로 끝이었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게다가 두산의 불펜은 앞선 경기에서 필승조가 무너졌기 때문에 후랭코프를 제외하고는 모든 투수를 투입해서라도 6차전을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SK도 홈이 아닌 원정인 잠실 경기인데다가 7차전으로 넘어가면 애써잡은 분위기를 넘겨주는 상황이 올 뿐만 아니라 선수단도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6차전에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6차전은 문학에서 내린 비는 두산의 외인 원투펀치를 다 소모하게 만들었고 결국 3차전에 등판한 이용찬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SK는 전 경기에서 호투했던 켈리가 있었기 때문에 선발 싸움에서는 SK가 더 유리해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선발투수 이용찬은 1회 초 시작하자마자 김강민 - 한동민 - 최정을 연속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 다음 타자로 나온 로맥의 타구는 내야땅볼이 나왔고 1아웃과 1실점을 바꾸면서 1사 1, 3루로 상황이 바뀌었고 박정권도 짧은 중견수 플라이를 쳐 3루 주자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2사 1, 3루, 그 다음 타자 이재원도 땅볼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끝냈다. 이용찬도 부담때문에 제구가 잘 안됐지만 SK 타자들도 긴장을 했는지 무사만루 절호의 찬스에서 1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이용찬과 달리 켈리는 3차전과 변함없는 구위를 선보이면서 1회 말을 삼자 범퇴로 마무리 지었다.

2회 초에도 등판하자마자 정의윤에게 2루타를 맞자 두산은 급히 이용찬을 내리고 이영하를 등판시켰다. 이영하는 SK전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는데 무사 2루 위기 속에서도 강승호를 삼진으로 잡고 김성현은 외야 플라이로 김강민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위기를 막아냈다. 이영하의 활약으로 양 팀은 3회까지 더이상의 득점 없이 공격을 마쳤다.

그러던 4회 초, 5구만에 2아웃이 되면서 끝나는줄 알았던 이닝이 예상치 못했던 두 선수의 활약으로 뜨거워졌다. LG 출신 정의윤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또 다른 LG 출신 강승호가 벼락같은 홈런포를 때리면서 점수가 3점 차로 벌어지게 된 것이다. 추가실점은 막아냈지만 두산의 큰 타격을 입었고 4회 말에도 켈리의 호투에 막혀 무득점을 이어갔다.

켈리는 5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이어갔지만 SK 타선은 5, 6회 흔들리는 두산을 더이상 공략하지 못하고 추가득점을 하지 못했고 결국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상대에게 반격을 당하기 시작했다. 6회 말 허경민이 사구로 출루하자 켈리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폭투와 볼넷으로 1사 1,2루 위기를 만들었다. 그동안 침묵하던 최주환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드디어 2루타를 때려내며 팀의 첫 안타와 득점을 만들어내자 켈리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1사 2, 3루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양의지가 타석에 들어섰지만 평정심을 잃고 초구 정면승부를 했다가 중전안타를 맞으면서 순식간에 동점이 되버렸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두산 쪽으로 넘어와 버렸다. 결국 켈리가 강판되면서 역전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박건우는 이 좋은 기회에서도 컨디션을 살리지 못하고 병살으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SK는 7회 초에도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조기 등판한 함덕주에 밀려 득점하지 못했고 8회 초에도 2사 1, 2루에서 김성현의 중전 안타가 터졌으나 정수빈의 레이저 송구에 김재현이 홈에서 아웃되면서 동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8회 말 두산 정수빈의 볼넷과 최주환의 안타로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은 SK는 양의지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4대3으로 역전 당했다. 추가득점을 하지 못했지만 두산에는 린드블럼이 남아있었고 이대로 양 팀의 승부는 7차전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9회 초 마무리로 올라온 린드블럼은 두 타자를 차례로 삼진처리하며 압도적인 구위를 보여주면서 경기를 그대로 끝내는 듯 했다. 이제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는 하나만 남은 상황에서 타석에는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최정. SK 팬들마저도 거의 기대를 접고 있었던 그 때 SK에 또 한번의 드라마가 탄생했다. 최정은 2-2 아웃까지 스트라이크 한 개만 남은 시점에 린드블럼이 던진 포크볼을 담장 밖으로 넘기는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으로 터트린 것이다. 그렇게 거의 끝나가던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9회 말에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서 결국 연장전으로 넘어가게 됐다.

양 팀은 연장에서도 10, 11회 한 번씩 날카로운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연장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타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공격이 무뎌져 갔고 12회는 소강상태를 이어갔다. 그러던 13회 초, 두산 유희관이 등판해 2아웃을 무난히 잡고 이닝을 마무리하려는 순간 플레이오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었던 한동민에게 큼지막한 홈런을 맞으면서 5:4로 경기가 다시 기울어졌다. 후속 득점은 없었지만 힘들게 리드를 잡은 SK에는 에이스 김광현이 남아있었다.

김광현은 마치 이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13회 말 1점 차 상황에서 등판했다. 겨우 2일 쉬고 등판했지만 컨디션이 최고조에 있는 것 같았다. 모두가 놀랄정도로 혼이 실린듯한 어마어마한 공을 던졌고 대타 백민기를 2루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다음타자 양의지와 승부가 백미였다. 김광현은 최고 타자 양의지를 상대로 153~4km/h의 빠른공을 연이어 던지며 단숨에 3구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양의지는 에이스의 기에 눌려 꿈쩍할 수 없었고 결국 김광현은 마지막 타자 박건우마저도 142km/h의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정말 드라마틱하게 세이브와 함께 SK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팀의 프랜차이즈이자 간판스타인 좌완 에이스 투수가 화려하게 경기를 마무리하며 우승을 거두는 실로 드라마틱한 한국시리즈가 되었고 공교롭게도 상대 팀은 2년 연속 두산이었다. SK는 2017년의 기아 타이거즈 보다 더 극적인 업셋 우승을 이뤄내면서 힐만 감독과의 이별을 더욱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우승은 아직이다라고 생각한 SK 팬들에게 2018년 우승은 무엇보다 큰 깜짝 선물이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따라 홈런 군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SK 프런트와 그에 부응해준 선수 및 감독, 코칭스탭 모두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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