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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사태의 주범은 유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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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사태 1년을 돌아보며-①

[김갑수 칼럼] ‘지옥에서 보낸 한철’ 주범은 유시민이었다

진실의 길 : 김갑수 | 2013-05-02 13:08:34

세월은 후반으로 갈수록 빠르게 흐른다. 나처럼 인생의 후반을 살고 있는 분들은 이것을 느낄 터이다. 가뜩이나 빠른 세월, 더욱이 지난 1년은 진부한 비유를 쓰자면 정말 ‘쏜살’ 같았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은 5월 2일, ‘작년의 오늘’에 진상보고서가 터졌으며, 그 날 이래 나의 1년 세월에는 통합진보당 사태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내 인생의 스케줄에는 없는 일이었다. 내가 그토록 많은 당원을 만나 친구를 삼으리라는 것도, 내가 무수한 농민과 노동자와 공무원 앞에서 감히 역사와 노동과 진보를 논하리라는 것도, 내가 팟캐스트 방송에 나가 줄창 입을 놀리게 되리라는 것도, 내가 페이스 북에다 허다한 잡글을 올리게 되리라는 것도.

내가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라는 난해한 제목을 가진 책의 집필을 거들게 되리라는 것도, 내가 『역사여 다카키마사오여』라는 투박한 저서를 가지게 되리라는 것도, 내가 ‘갑빠’라는 요상한 이름의 한복판에 서리라는 것도, 그리고 내가 유 아무개라는 평생 안중에도 없던 특정인을 그토록 많이 거론하게 되리라는 것도… 이 모두가 내 인생의 스케줄에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수천이 넘어버린 방대한 규모(?)의 나의 새 친구 군단(群團)에서 내가 1년 이상 알고 지낸 사람은 딱 하나뿐인데 그가 바로 무명시인 최진섭이다. 말 그대로 무명인 것은 그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나도 몰랐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끈히 입증된다.

그런데 시인 최진섭은 내 인생에 작지 않은 파문을 던졌다. 나는 최 시인으로 인해 난생 처음 정치인을 만났는데 그가 바로 이정희 대표다. 나는 최 시인으로 인해 난생 처음 변호사 친구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심재환 변호사다. 그리고 지면상 셋만 꼽아서, 며칠만 안 보아도 이내 ‘그리운 얼굴’이 되는 사람들, 김대규·김인성·이시우를 가지게 된 것도 최 시인으로 인한 것이다. 내가 최초로 사귄 통합진보당 친구는 장지영인데, 그것도 결국은 최 시인으로 인해 빚어진 셈이다.

나의 누나와 형들은 나를 ‘시방 위험한 짐승’인 양 보고 있다. 그들에게는 철없이 데모를 주동하던 고교생 동생을 보던 눈빛이 되살아 나 있다. 나와 한 집에 사는 여자는 이따금 불가사의하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내 아이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다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내 인생의 스케줄에는 없는 것들이었다. 1년 동안 그나마 한 일 중에서 유일하게 내 스케줄에 잡혀 있던 것이라고는 고작 『압록강을 넘어서』 한 권뿐인 듯하다.

나는 진짜 진보가 그토록 순수한 사람들인지를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가짜 진보가 그토록 불결한 사람들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앞 사람들에게는 왠지 미안하고 뒷사람들에게는 한사코 분노를 식히지 않고 있다. 나는 진보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장에서 1년을 지냈다. 어느 요절한 천재의 시구를 빌려 말하면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지옥이었다.

주범은 유시민이었다

“저는 이번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합니다. 정책이나 정치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님 내외분의 개인적인 일이어서 사실 관계를 잘 알지 못하며, 따라서 아직은 규범적 판단을 내릴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모든 진실이 드러나리라 생각합니다.”- 2009년 4월 노무현 수사 당시 유시민, 시국강연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것은 유시민이 노무현의 영역에서 발을 뺀 발언이었다. 그리고 검찰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말로 인식될 소지도 있는 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자처하던 유시민이라면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 일 아니었던가?

“나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믿습니다. 국민들도 성급히 판단 내리시면… 안 될 것입니다.”

최소한 이 정도로 쯤은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뜬금없는 강연 취소는 또 무엇이었던가?

유시민은 전형적으로 타인을 이용해 먹기만 하는 인간형이다. 그의 이용 대상에는 놀랍게도 노무현 대통령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노무현이 서거하고 인기가 치솟자 유시민의 노무현 예찬은 서거 이전보다 더욱 자극적으로 진화한다. 경기지사에 출마했을 때 그는 지지자들을 모아 놓고 죽은 대통령을 울먹이며 부르기도 했다. “대통령님! 저 지금 잘 하고 있는 겁니까?” 그때 지지자들의 눈가에도 물기가 맺혀 있었다.

관상학에서 남을 이용해 먹는 인간형은 얼굴과 발의 형상 두 곳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유시민의 얼굴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주범은 누구일까? 나는 유시민이라고 생각한다. 유시민은 이정희를 이용해 진보 대통합의 수장이 되려 했고, 심상정을 이용해 대선 야권연대의 킹메이커로 등극하고자 했으며, 조준호를 이용해 당권파를 와해시키려 했다. 당연히 구속 기소된 오옥만이나 이정훈은 주범이 아니다. 그들 역시 자기 세를 구축하려고 했던 유시민에게 이용당한 위인들일 뿐이다.

“나는 한나라당 박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한 유시민은 얼마 후 “한나라당 집권해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김대중에게 “집권당 국민회의는 '수평적 정권교체'의 기쁨을 맛본 지 불과 2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고 저주를 퍼부었던 유시민은 얼마 후 경기지사에 출마, 이희호 여사를 찾아가 "김 전 대통령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통령이 돼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초입을 만들었으며, 남북관계도 분단 50년 만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큰 업적을 이뤘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과 연합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어서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의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던 유시민은 몇 년 후 아예 민주노동당과 합당해 버리지 않았던가? 그리고 비극적 사태는 여기로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유시민, 최근 저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주절거리고 있다.

“중앙당 지도부가 공정 선거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규제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반칙을 사전에 막을 수 없었다...실제 유력한 후보들은 대부분 선거 관리의 허점을 활용해 각자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부정 선거를 했다… 하나의 컴퓨터에서 복수의 당원이 투표하는 것을 막는 ‘동일 IP 중복투표 제한 조처’를 취하려 했으나 이런 요구를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완강하게 거부했다… 경쟁에 참가한 모든 비례대표 후보가 사퇴하고 당 전체가 새 출발을 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일부 당선자와 정파가 거부해 실행되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1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진실과 실체가 밝혀졌다. 최소한 관련 당사자들이라면 이것을 인지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토록 험구를 놀리던 심상정, 조준호, 노회찬, 조국, 진중권, 김민웅 등이 사태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는 것도 자신들의 실수를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는 그들이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할 수 있을 정도의 그릇이라고는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더구나 통합진보당 사태는 이제 더 이상 인기 품목도 아니다.

그러나 유시민은 여전히 똑같은 말로 혹세무민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은 딴 사람들과 달리 유시민이 확신범임을 방증하는 사례다.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실수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의 정계 은퇴는 대단히 술수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유시민만은 결코 방치할 수가 없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뜬금없이 유시민의 발이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어떤 이들은 유시민에 대한 내 비판 비난이 지나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최소한 그를 비판 비난할 도덕적 명분과 논리적 근거가 있다. 나는 2009년 노무현 수사 당시 노무현을 옹호하고 검찰과 언론을 비판하는 글을 여러 편 썼다. 참고로 그 중 하나, 내가 당시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을 제시한다. 이 글은 ‘보류’라는 낙인이 찍히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선명히 남아 있다. -

“누구나 노무현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코 그리해서는 안 되는 예외의 사람들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구속은 물론 기소 자체도 난센스에 속한다고 본다. 말 그대로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옐리네크(Jellinek)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했다지만, 필자는 이 말보다는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더 사리에 부합한다고 본다.”

from http://personaz.tistory.com/226 by c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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