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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용어의 순화는 언제 이뤄질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20대 남녀 33명을 대상으로 행정·공공용어 이해도 검사를 해보았다. 모두 2013년 지방자치단체의 공문서와 통지문, 보도자료에서 사용된 적이 있는 단어를 선택했다고 한다. 다음은 검사에 사용된 단어들이다.

1. 집수정(集水井) - 물 저장고

2. 연와조(煉瓦造) - 불에 구운 벽돌로 쌓은 건축 구조물

3. 제척(除斥) - 배제하여 물리침

4. 호안(護岸) - 해안이나 하천가 침식방지를 위한 구조물

5. 트레일(trail) - 산길, 오솔길

6. 구배(勾配) - 기울기, 경사도

7. 맹지(盲地) - 도로와 맞닿아 있지 않은 토지

8.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 - 사전 답사 여행

9. 바우처(voucher) - 복지 서비스 전표

10. 육우(肉牛) - 고기를 얻으려 기르는 소, 젖을 짜지 않는 수컷 젖소

11. 복토(覆土) - 흙덮기

12. 영조물(營造物) - 국가나 공공단체가 지은 공공 건축물

13. 계리(計理) - 계산하여 정리함

14. 가검물(可檢物) - 병균의 유무를 알아보려 거둔 물질

15. 엽연초(葉煙草) - 잎담배

16. 일할(日割)계산 - (요금이나 임금 등을) 일 수에 따라 계산

17. 센서스(census) - 전수 일제 통계조사

18. 해태(懈怠)하다 - 게을리 하다

19. 징구(徵求) - 돈, 곡식 따위를 내놓으라고 요구함

20. 집하(集荷) - 농수산물 따위를 여러 지역에서 한곳으로 모음

21. 수범(垂範)사례 - 모범 사례

22. 불요불급(不要不急) -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23. 확폭(擴幅) - 도로의 폭을 넓힘

24. 소요(所要) - 필요로 하거나 요구되는 바

25. 동법(同法) - 같은 법

내가 알았던 단어는,

행정법 총론, 행정 구제법, 민법 총론, 물권법, 채권법 같은 법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것이 연와조, 제척, 영조물, 일할계산, 해태하다, 확폭, 소요, 동법의 8가지.

복지관에서 잠시 일하며 알게 된 바우처 1가지.

택배가 언제오나 검색하다 알게 된 집하 1가지.

예전에 청춘불패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알게 된 육우 1가지를 합쳐서,

연와조, 제척, 바우처, 육우, 영조물, 일할계산, 해태하다, 집하, 확폭, 소요, 동법의 총 11개였다. 대놓고 행정법이라는 수업을 들었음에도 이꼴이라니 창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위의 25가지 단어를 보고 ... 이게 무슨 외계어인지? 한국어인지? 싶은 것들이 많은 것이다. 참고로 이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평균점수는 고작 '28점'이었다고 한다. 옛날부터 언어순화를 한다고 떠들어 댔던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런 단어들이 계속 사용되는걸까? 국어책임관 제도 같은것을 두고 순화작업을 한다는데?

아마 그런 단어들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순화작업이 더딘 이유일 것이다.

법전도 지금 '한글화'를 한다고 하여 쉬운 단어로 계속 바꿔나가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너무 느리다는 것인데, 왜 지지부진한 것인지 나는 한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바로 깨닫게 되었다.

내가 형법 각론, 형사소송법 수업을 들을 때 낸 교수의 과제 중 하나는 법전 베껴쓰기 였다. 문제는 한국어로 다 번역이 되어 있음에도 '한자'로 써라는 것이었다. 멀쩡한 한글을 놔두고 왜?... 그리고 그 교수님은 굳이 깔끔하게 한글로 잘 정리 된 책들도 놔두고 굳이굳이 한자가 드글드글한 책을 골라 쓰셨다. 저자 이름이 아직도 기억난다. '배종대'. 친구들과 그 책을 보면서 얼마나 같이 짜증들을 냈던지;

이렇듯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태도부터 언어순화를 허락하지 않고 있는데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어떨까?

내 친구중 한명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이렇게 어려워야 우리만 안다는 자부심이 있지'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참... 어려운 행정용어나 법률용어를 고착화 시킨 사람들은 전부다 그런 생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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