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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행복을 찾아서 - 성공을 부르는 창의 인성

성공을 부르는 창의 인성

예술은 다른 문화와 소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려면 당연히 독창적인 창의성(創意性)과 혁신(革新)적인 발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순수예술이 아닌 대중의 공감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남다르게 생각하는 창의성이 기본이고, 이를 이루기 위한 부단한 고민, 산고(産苦)의 고통을 겪어야만 될 것이다.

2009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의 아다 요나트 박사는 “창의성은 자질 있는 연구자에게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때 꽃 피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또 열정과 재미를 가지고 평생 한 분야에서 연구 매진한 결과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열정과 재미를 가지고 맘껏 활동할 때 창의성이 발휘될 것은 당연할 것이다.

조선일보 2011년 10월15일자에 보도된 인터뷰가 바로 열정과 재미, 그리고 창의성이 발휘된 한 예가 될 것이다.

1998년 단국대 입학, 1999년 학사 경고 3회 누적-자퇴, 1999년 미시간 대학 입학, 2000년 학사 경고 2회 누적, 2000~2002년 경영학→사회학→기계공학→심리학→산업디자인학과로 전과(轉科)했다.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34)는 두 번의 자퇴와 여섯 번의 전과(轉科), 학교생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꼴찌 방황아’였다. 재벌(두산 그룹)의 아들이란 특별한 이력을 가졌다. 그런 그가 광고계 입문 3년 만에 일을 냈다. 그것도 세계적인 ‘광고쟁이’가 된 것이다.

총을 든 병사의 사진을 둥그런 전봇대 기둥 위에 붙여 총구가 다시 병사의 뒤통수로 향하게 한 반전(反戰) 포스터를 창안해낸 것이다.

2009년 반전(反戰) 포스터 한 장으로 클리오, 뉴욕 원쇼, 칸 등 세계 5대 광고제에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적성을 찾기 전까지 원 없이 놀았다는 그는 그러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 후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했다. 창의성의 기본은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노는 게 그렇게 즐거웠는가.

“놀았다는 표현은 억울하고 실제는 여행을 많이 다녔다. 내 아이디어의 원천은 100% 여행이다. 버스 타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 차 타고 경기도 국도 순회하기, 강원도 산길 돌아다니기, 경부고속도로 타고 부산 찍고 오면서 휴게소 다 찍고 오기… 그냥 길 따라 가보자는 것이다. 가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방 하나 잡아서 자고.”

그는 덧붙인다. “여행이 공부이다. 경기도 골목은 왜 서울과 다를까? 전혀 정보가 없는 낯선 동네, 낯선 식당에 가서 ‘왜 내가 여길 들어왔나?’ ‘간판 색이 재미있어서?’ ‘밥집 이름 때문에?’라고 혼자 묻는다. 여행가면 사진을 많이 찍는다.”

재벌 부모의 속을 많이 썩여서 많이 죄송했다는 그는 노는 게 너무 좋으니 어떡하느냐. 학교 공부는 즐겁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반에서 50등 한 성적표를 들고 가면서 ‘죄송해요. 언젠가는 정말 잘하는 아들이 돼 있을 겁니다’하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그의 생각이 제품으로 나와 우리의 삶을 바꿨다. 즐겁다고 생각한 걸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즐거운 걸 끝까지 했던 것이 결국 성과로 나온 것이다.”

2005년 뉴욕 비주얼아트스쿨에 입학한 뒤 ‘미술과 디자인의 세계’에 푹 빠진 그는 2006년 미국, 프랑스, 중국 출신의 학과 동기들과 빅앤트(Big Ant)를 세웠다. 13명의 소수정예 조직인 그의 회사에서 그는 직원을 뽑을 때, ‘느낌으로 뽑는다’고 했다.

“학벌, 이력,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의 기본바탕인 인성(人性)이다. 열정(熱情)은 누구나 있는 것이고, 그 열정을 끝까지 이어가는 근성(根性)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근성은 올바른 인성을 갖춰야 생긴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요행을 바라거나 피하지 않고 부딪쳐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가드너 박사의 다중지능이론 즉, MI(Multiful Intelligence)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학습인지능력이 발달한 사람과 그 밖의 다른 지능(예술, 문학, 대화, 체육, 종교적 영성 등)이 뛰어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성적순으로 일렬종대로 세워서 능력과 인격까지 단칼에 재단한다면 과연 올바른 사회일까. 사람은 각자 타고난 다른 재능을 가지게 마련이어서 서로 다른 잠재력을 발굴하고 개발해나가면서 자신의 앞날을 설계한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고 바람직한 사회가 될 것이다.

사실 학교 공부를 잘 못하고 한 때 말썽을 피웠지만 오히려 자기만 알고 공부만 열심히 했던 ‘범생이’들보다 더 대인관계를 잘 해나가고 세상을 잘 살아가는 성숙한 경우를 많이 봐왔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이것 저것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것보다 자신이 잘 하는 강점 부분을 하나 짚어서 전력(全力)으로 올인(All in)을 하는 게 훨씬 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닐까.

안동 여중학생의 경우처럼 진로를 놓고 부모와의 갈등(스타일리스트가 꿈인 학생과 서울대에 진학이 목표라는 어머니와의 의식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나 교사들은 그런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은 우리 어른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대학입시를 앞둔 많은 고교생들은 국영수로 줄을 세우는 입시제도에 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더욱이 학업성적으로 인격까지 재단 당하는 상황이라면 이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또 하나의 감동 스토리를 소개한다.

그야말로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이란 말이 생각나는 감동 만점의 기사가 5월 21일자 조선일보에 실렸다.

‘서울 강서구의 대안학교인 성지고 S모양(19)은 사고뭉치 일진이었다. 세 살 때 부모 이혼, 사춘기가 시작되던 중 1때 엄마 재혼으로 새 아빠와 새 형제들과 살았다.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가족의 불화는 계속 됐다. 중학교 때 3주일 동안 가출, 남의 신용카드를 주워 1400만원을 인출해 썼고, 친구 집에 들어가 엄마 반지를 훔쳤다. 폭행, 절도 등으로 재판 4번 받고, 중3때 친구와 싸우다가 전학을 갔다. S양은 모두가 내놓은 학생이었다. 스스로도 ‘쓰레기 같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일반학교에 부적응한 학생이나 자퇴학생들이 가는 곳인 성지고교에 입학했다.

고교 때도 2주에 한번 꼴로 학교에 갔다. S양이 고2로 올라갈 때 김채경 음악교사(39)가 S양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고 담임을 맡겠다고 나섰다.

방과후 음악동아리에 들어와서 같이 활동해보자는 약속은 이뤄졌다. 1~2시간씩 건반과 드럼도 쳤다. 지하철 개화산역에서 있던 첫 공연에는 마을주민, 학교학생 수십 명이 모였다. 떨렸지만 자신도 남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3학년이 되면서 학교도 꼬박꼬박 나왔다. 샛노랗게 물든 머리도 까맣게 바꿨다. 그리고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노력의 결과로 비록 SKY 대학은 아니지만, 배화여자대학교 영어통번역과에 수시 입학했다.

“문제아라고 선입견을 갖지 말고 아이들을 꼭 믿어줘야 한다”는 김교사의 말처럼 자기 자식처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참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질 뿐이다.

소위 ‘문제아’는 사랑과 관심에 굶주려 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쏟고 보듬어주고 믿어줌으로써 비로소 한 학생이 새로운 탄생을 하는 기적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두 살 때 시력과 청력을 잃은 헬렌 켈러가 장애인으로서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참 스승인 설리번 여사가 뒤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교사로서, 스승으로서 사랑 가득한 눈빛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바꾸게 한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깝다.

남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한다는 것은 베푸는 사람이 곧 배움을 얻게 되는 일이다. 바로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해서 그 쪽을 부단히 개발시켜 성공으로 이루게 하는 힘, 이른바 멘토십(mentorship)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 멘토십은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내고 다시 성공의 좁은 문으로 계속해서 들여 보내는 성스러운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교직은 성직(聖職)이라고도 말한다.

대학 입시를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경쟁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게 된 모습,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위한 참 봉사를 함으로써 비로소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성(人性)은 도리에 맞는 행동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인성을 배우려면 늘 마주 대하는 사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사람공부에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그가 속한 조직과 문화에 대한 백그라운드까지 살피고, 나아가 그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의 인적 네트워크를 알아야 할 것이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유유상종(類類相從), 즉 사람은 비슷한 생각과 취미, 관심을 가진 사람과 친해지기 쉬우므로 어떤 사람을 판단하고자 할 때는 그 사람이 사귀는 사람을 먼저 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가 있을 것이다.

IBM이란 거대기업을 상대로 떠오른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성공학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로 요약된다.

‘컴퓨터 세계의 시인(詩人)’으로 불렸던 스티브 잡스의 좋은 시 기준은 기존에 해오던 것, 즉 상투성(常套性)을 깨어버리는 것이었다. 딱딱한 IT기술에 상상력의 이야기구조인 스토리텔링을 불어넣어 사람 냄새가 물씬 나게 하려는 인문학적 혁명이었다. 바로 컴퓨터에 인문학을 덧씌워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려 한 융합의 기술이었다.

“한국이여 세계 10위 수준의 잘사는 나라가 되면 만족할 것인가? 약소국 마인드를 버려라.” 최근에 나온 신간 서적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작가인 피터 언더우드는 빨리빨리 따라 하던 데서 벗어나 창의력으로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는 연세대와 새문안 교회를 설립한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 목사의 증손자이다. 한국을 누구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는 지한파(知韓派)인 그는 기업의 경영 컨설턴트로서 우리들에게 창의력을 역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앞서나간 나라들의 발자취, 즉 기출(旣出)문제를 빨리 풀면 됐지만, 이제부터는 스스로 새로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은 이미 일본을 따라 잡아야 하는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권위주의, 인정주의, 재벌중심주의, 끼리끼리 문화주의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아직도 창의력을 누르는 권위주의가 만연해 있으므로 빨리 없애야 한다는 요지이다.

이와 함께 진정한 프로정신이 빛나는 신문칼럼을 소개한다.(중앙일보 2012년 2월 9일 분수대)

“SBS ‘K팝스타’에서 박진영의 JYP, 양현석의 YG, 보아의 SM엔터테인먼트에서 집중 트레이닝할 대상 6명씩을 골랐다.

패자 부활전까지 거쳐 JYP와 YG는 주어진 카드들을 모두 썼다. 반면 가수 보아는 “억지로 뽑지 않겠다”면서 1장을 포기했다. 클로징 멘트가 나가고 제작 스태프들이 무대를 정리하려는 순간 한 소녀가 손을 들었다. 이정미 양이었다. 열일곱 소녀는 주눅 든 얼굴로 보아가 든 카드 한 장을 쭈뼛쭈뼛 가리켰다.

“저 카드 때문에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노래 한 번 하고, 다시 한 번 생각을…”

그렇게 시작된 노래는 절실했다. 이제껏 별로 눈에 안 띄던 친구였다. 몇 회째든가. 집단 따돌림으로 전학까지 가야 했던 사연이 잠깐 등장했었다. 그래서 더 소심하고 자신감 없어 뵈나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반주도 없이 혼신을 다한 노래가 끝나자 보아가 말했다.

“모든 사람이 그냥 내려가려는 순간 손을 들고 나와 노래를 했다는 게 그런 정신이 필요한 거예요. 서바이벌(survival)이잖아요. 지금 손 들고 나온 이 순간을 잊지 마세요… 그런 의미로 여섯 번 째 카드를 이정미 양에게 드리겠습니다.”

열다섯의 나이에 생명부지의 일본 땅에서 무서운 집념으로 대스타가 된 보아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외운 한자가 ‘루(눈물 淚)’라고 했다. 힘들 때마다 주저앉았더라면 26세 나이에 이미 대가다운 보아는 없었을 것이다.

스파르타에 전해오는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한다. ‘칼이 짧아 적을 찌를 수 없다”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한 발 더 다가가 찌르려무나. 그런 결기(結氣)도 없다면 어찌 살겠어.” 여기가 끝인가 할 때 다시 몸을 일으키는 치열함에 대한 찬사였다.

청소년축구 국가대표선수 출신 구자명씨(23)의 인생역전도 드라마틱하다. 부상으로 축구를 못하게 된 유망주 구씨는 MBC ‘위대한 탄생’에 도전 가수로 태어나는 주인공이 됐다. 축구를 접고 한동안 방황하다가 생계를 위해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했다는 그는 숨겨진 재능을 발휘했고, 나아가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 스포츠맨십을 유감없이 살려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이다.

미국 대학의 경영학과 학생들이 최근 취업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를 봤다. 2009년 기준으로 경영학은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미 대학생 5명 중 1명이 선택할 정도로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인기 있는 전공과목이었다. 그런데 기업들이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면서 상대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경영학과 학생들의 가치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업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에 인문, 사회, 과학을 전공한 다재다능한 인재들이 회사에 폭넓은 지식과 유연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학과 학생들은 금융, 회계 등 구체적인 지식 쌓기에만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글쓰기나 토론 수업 등을 통해 비판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능력을 키울 기회가 부족하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그래서 결론은 인문학적 교육을 통합 강화하는 방안으로 읽고 쓰는 교육, 역사학 등 인문학 과정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 문학, 역사, 철학이라는 소위 ‘문사철(文史哲)’의 인문학은 당장 ‘돈은 안 되지만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국가의 품격을 이야기하는데 인문학적 사유는 반드시 필요한 자양분일 것이다. 당장 돈은 안 되지만 품위와 인격의 향이 폴폴 풍기는 게 바로 인문학이 가지고 있는 비결이다.

사실 회사경영에 있어서 CEO의 권한이 절대적이라면, 인문학을 아는 CEO와 ‘돈 버는 기술’만 능한 CEO와는 무엇인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작가 고 마해송 선생의 아들인 마종기 시인은 의사가 직업이다. 1966년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건너가서 오하이오 주립대 의대교수로 있으면서 틈틈이 시작(詩作)을 했다. 한국에 매년 8편의 시를 발표하자는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 시를 썼고 거기서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2002년 귀국해 모교인 연세대 의대에서 ‘문학과 의학’을 가르쳤다. 2010년엔 문학 의학회도 만들었다. 의사이면서 환자들의 겪는 고통을 위무(慰撫)하고,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환자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을 다루는 의학은 결국 인문학에 가깝다는 말이 더욱 다가온다. 요즘에는 의사들도 환자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상담학을 배우고 있고, 변호사들도 고객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과거 필자가 고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공부를 잘 하는 ‘범생이’들이 몰려있었지만, 각자 취미에 따라 문예반, 방송반, 밴드반, 역도반, 사진반, RCY(청소년 적십자반), 도서반 등의 특별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문예반의 경우 교지와 학교신문 제작 및 시, 수필 등 창작활동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선후배 간의 끈끈한 멘토십이 이뤄졌고, 장인정신 또한 맛볼 수 있었다. 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한껏 발전시킬 수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또 인근 몇몇 남녀고교가 ‘문학서클’ 연합동아리를 결성, 매년 봄, 가을에 한번씩 ‘문학의 밤’을 개최함으로써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친목의 장을 열었던 기억이 새롭다. 공부 외에 이와 같은 어릴 적 특별활동 경험을 통해서 인생 후반기에 취미생활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조선일보 4월 26일자에 소개된 충북 청주 청운중 국어교사들의 언어개선 활동 중 언어생활 반성 수첩쓰기, 시를 베껴 쓰며 아름다운 말 느껴보기, 그리고 역할극 등을 통해서 창의교육을 실시하는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부모와 자녀의 역할 바꿔보기,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 바꿔 해보기 등 소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인드로 상대의 입장과 바꿔보는 훈련은 곧 배려와 양보와 인성교육의 살아있는 훈련이 될 터이다.

예체능 교육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심성을 순화시켜주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체육을 통한 페어플레이 정신과 룰을 지키는 준법성, 그리고 예능을 통한 통찰력과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먼저 찾아냄으로써 창의성과 함께 리더십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 사범대 교육학과 권대봉 교수가 제시하는 학교폭력의 새로운 해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권교수는 ‘4육(育)6관(觀)’의 교육 필요성을 역설한다. 즉 4육(育)은 기존의 학교공부 위주인 지육(智育)에 머물러서는 학교 폭력은 해결하기 어렵다고 한다. 나아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되찾는 덕육(德育), 심신을 연마하는 체육(體育), 올바른 섭생을 위한 식육(食育) 등 4육(育)의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 학생들이 6관(觀), 즉 인간관, 가족관, 사회관, 직업관, 국가관, 세계관 등이 제대로 형성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이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언론재단 NIE 특임강사로서 일선 초중고교에 강의를 나가는데, 어느 날 초등학교, 그것도 저학년인 1~2학년의 창의인성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 동안 대학생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기 때문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생각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것도 그랬지만,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와 용어조차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위 ‘아동언어’를 구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떤 내용을 전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교보문고를 찾아갔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동시(童詩)집을 한 권 샀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라는 계절에 맞는 동시를 읽게 하고 토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동시로 쓰게 하는 훈련을 시켰다. 마침 5월이어서 부모, 형제 등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시작(詩作) 수업으로 이끌었다. 색연필로 그림도 그리고, 철자법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시를 쓰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필자는 ‘詩 선생님’이란 별칭이 붙었다.

네 차례 수업을 하고 끝나는 날에 아이들은 “시 선생님, 왜 끝나요?”하면서 아쉬워하던 어린 눈망울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아이들은 짜여 진 교과목 공부에 익숙하다가 동시 짓기라는 창작교육에 흥미를 느꼈던 같았다.

대구학생문화센터는 지역의 한 극단에게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뮤지컬 ‘선인장 꽃 피다’라는 공연을 제작하게 해서 8000여명의 초중고교생에게 관람토록 했다. 같은 학교 친구를 괴롭히던 남학생은 자신의 여자친구도 학교에서 폭력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행동을 뉘우친다는 내용이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구경꾼 역할을 했던 방관자들이 적극 방어자로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한 교육적인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많은 학생 관객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봄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했고, 더할 나위 없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교사의 백마디 훈계나 유명 강사의 그 어떤 열띤 강연보다 학생들의 가슴에 와 닿을 수 있었다는 후문(後聞)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듯 한 편의 예술은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한 신비한 그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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