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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왜 폭력인가? - 일진 퇴치법

일진 퇴치법

너희들이 보물이다

봄꽃같이 아름다운 아들, 딸들아!

이 세상에서 부모님이 주신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단다.

학교도, 공부도, 어떤 금은보화도… 부모님이 주신 삶보다 더 귀중한 건 진짜 없단다.

왜 학교에 가는 게 지옥 같고,

왜 휴일이면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열심을 보일 틈이 없고,

왜 엄마, 아빠, 언니, 누나, 동생과 맘껏 뛰어 놀 수도 없고,

왜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하하 호호 깔깔, 낄낄거릴 수 없는가.

대체 너희들을 괴롭히는 그 못된 친구가 누구란 말이냐?

‘그냥?’ ‘장난?’이라고…

‘아냐. 아니다. 결코 그게 아니다.’

재미 삼아 무심코 던진 조약돌에 맞은 개구리는 곧 죽음이란다.

봄 꽃처럼 피워 오른 아들아, 딸들아!

이제 고민이 있으면 엄마, 아빠와 함께 풀어보렴

그리고 괴롭히는 친구한테는 ‘멈춰! 그러면 안 돼!’라고 당당히 말해보렴.

부모님이 주신 삶을 봄날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뿌린다면

남은 엄마, 아빠, 누나, 언니, 동생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니,

할머니, 할아버지는 또 어떻게 살아가라는 말이냐.

비록 오늘 삶이 힘들더라도 꾹 참고 견디면

먼 훗날 분명 싱그러운 봄 꽃으로 피워 오를텐데…

너희들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그날까지 희망의 믿음을 꼭 간직하도록 하자.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함박 웃음 꽃이라도 맘껏 터트려보자꾸나.

이제 그만 멈춰라. 폭력도! 왕따도! 자살도…

우리 모두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폭력은 나 자신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멍들게 할 뿐이니까.

교과부가 학교폭력실태를 밝힌 것은 그 심각성이 매우 시급하고 중차대했기 때문이다. 잇따르는 중학생 폭력 왕따 자살사건 등이 심상치 않았고 그 동안 몇 차례 ‘일진과의 전쟁선포’ 등이 있었지만 유명무실한데 따른 특단의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부가 급하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통계상의 오류를 범한 점은 인정되지만, 그 동안 쉬쉬하면서 입막음을 해왔던 음지의 사건을 양지로 끄집어내서 사회적인 공론의 화제로 만들었다는 데는 일단 공(功)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교과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자 놀라움과 함께 “엉터리 통계를 어떻게 믿으라는 것이냐”면서 항의를 했다.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0%로 나타난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2명이 설문에 답하고 1명이 피해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마치 전교생 절반이 폭력피해자인 것처럼 결과가 나왔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서 “학부모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는 교과부의 무리한 처사에 수긍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진 비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난 서울의 한 중학교 생활지도부장은 “일진이 존재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일진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모르는 교과부의 처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일진이라는 말을 잘 모르는 초등학생들이 많을 텐데 중고교생들과 같이 똑같은 질문을 했다”면서 “요즘 아이들이 욕을 입에 달고 사는데 ‘욕설 들어본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면 폭력학교가 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했다.

학교는 불만을 터뜨렸고,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경북 지방에서 잇달아 중학생 자살사건이 일어나서 불안했는데, 우리 아이들(중, 고교생)이 다니는 학교가 일진이 있는 학교라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야 할 지 가슴이 떨릴 정도”라고 했다.

폭력 피해학교는 오히려 응답률이 낮게 나왔다.

올해 초 ‘여주 일진회’사건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경기도 여주군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 646명 가운데 83명(12.8%)만 설문에 응했다. 서울 마포의 한 중학교 등 12개 학교의 재학생 1만2123명 중 1790명(14.8%)의 설문지만 회수돼 중학생 평균 응답률(22.1%)에도 못 미쳤다. 경찰에 입건된 일부 중학교는 고의로 설문조사에 학생들을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과부의 발표로 일선학교가 낙인(烙印)효과 등 큰 혼란에 빠졌다고는 하나, 일단 이 시점에 시의적절하게 발표를 했고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다만 교과부가 너무 서두른 나머지 설문조사지 회수율이 100%를 넘는 학교가 202개교나 된 것은 교육통계의 오류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온적으로 대처한 회수율 10% 미만인 1906개교와 신설학교에 대해서는 다시 재조사를 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은 백 번 옳다.

교과부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학교는 인센티브 보상책을 과감하게 제공해서 땅에 떨어진 교사들의 사기 또한 높여줘야 할 것이다.

시행초기이다 보니 이 같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이 학교나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2.6학교폭력종합대책을 발표한지 3개월이 지난 뒤 교과부는 학교폭력신고 건수는 1월 616건, 2월 1124건, 3월 2386건, 4월 3592건으로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교과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학교폭력 신고 창구를 117 대표전화로 일원화한 결과이다. 유형별로 보면 전에는 주로 학부모들이 신고했으나 최근에는 피해자인 학생이 직접 하고 있다. 4월에는 피해학생 본인이 직접 신고하는 비율(59%)이 높았다. 다음으로 학부모(31.8%)와 피해학생 친구(5.3%)였다. 피해학생들이 보복을 당할까봐 신고를 꺼리다가 최근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교과부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학교폭력에 대한 사이버 상담코너(kin.naver.com/profile/ mestcon)를 가동하고 있다. 질문을 남기면 전문상담교사 등으로 구성된 생활지도 컨설턴트가 대처방법을 가르쳐주는 식이다. 5월까지 2500명이 활용했다.

이와 관련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 교총은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서 교사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인 준사법권을 부여해줄 것을 정부 당국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학생을 교육하고 보호하는 교사의 본분을 저버리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강제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어서 말도 안 되는 어불성설로 끝났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이미 경찰과 검찰에 수사권이 있는 마당에 교사들까지 사법경찰권을 갖는다는 것은 무리하다는 생각이다.

김포경찰서는 경기도교육청의 협조 속에서 시행하고 있는 ‘경찰관선생님’ 제도를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들 경찰관은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학생과 학부모와 상담을 해주고 있다. 학교폭력 왕따 문제는 교육문제인 이상 정치색이나 이념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그야말로 중립적인 차원에서 온 국민이 참여하는 토론회라도 개최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몇 차례 방송 토론이 있었지만 시간의 제약과 적절하지 못한 전문가의 선정 및 이념색깔을 띤 교사의 출연 등으로 학부모가 알고자 하는 내용과 정작 학생들이 말하고자 하는 점을 빠트린 채 진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방송 토론에서 “본질을 벗어나 변죽만 울리는 엉뚱한 처방전이 남발됐다”고 혹평했다.

학생들은 “어른들은 학교 실상을 제대로 모르고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교사들은 어떻게든 숨기려고만 할 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나마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심층취재를 시도한 몇몇 신문은 큰 관심을 가지고 현장취재를 함으로써 사회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검찰의 시각과 인식은 어떠할까.

학교폭력이 급증하고 이에 따른 폐해가 커지고 있는 데 반해 대응은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검찰의 진단이다. 법무부 산하 범죄예방고양지역협의회가 주관한 ‘학생부장선생님 초청 교사직무연수’에서 김성렬 형사2부장 검사는 내놓은 대책을 소개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온정주의적 시각에서 학교폭력을 사소한 장난으로 인식하고 그 심각성에 대해 무관심하다. △학교나 교사는 학교의 부정적 이미지나 신상의 불이익 등을 우려하여 은폐하고, 처벌보다는 교육적 차원에서 계도조치에 치우치고 있다. △피해자는 보복을 우려하거나 신고를 해도 문제해결이 쉽지 않아 신고를 기피한다. △법원에서도 선도에 치우쳐 가해 학생 처벌에 소극적이다.

이렇듯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 및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성교육 관련 학생부 기재를 내실화하고 입학전형에 반영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법원은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일어난 지 6개월 만에 가해학생들인 S군(15)과 U군(15)에게 원심대로 각각 징역 장기 3년에 단기 2년 6개월, 징역 장기 2년 6개월에 단기 2년을 선고했다. 이어서 8개월 만에 대구지법은 자살자 유족이 학교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학교법인과 교장, 담임교사, 가해자 부모는 원고에게 모두 1억34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 관행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학교 폭력 가해학생의 경우 미성년자란 이유로 수십 차례의 괴롭힘이 있어도 죄질이 나쁜 사례만 뽑아 공소장에 적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히 처벌수위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검찰에서는 소년사범은 초범은 기소유예, 재범은 정식기소가 공식 같았다. 그러나 초범인 중학생들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과 관련, 검찰의 처리 관행도 바뀔 것으로 확실시 된다. 학교폭력에 대해 분명하게 경종(警鐘)을 울린 것이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은 3년 전 대안학교를 다니던 중학 1학년 아들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서 학교폭력문제에 발벗고 나섰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는 학교 명예를 생각해서 모른 척 하고, 학부모는 자기 자식 일이라고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고, 교육청도 나 몰라라 하니까 결국 피해학생이 자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아들이 왕따를 당했을 때 학교와 교육청을 쫓아다니며 일진의 심각성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충북지역 교사 10명과 함께 실제 교실에서 일진들이 휘두르는 폭력의 실태를 조사했다. 그리고 끈질긴 추적 끝에 ‘초등학교-중학교-고교-대학교-성인’까지 연결된 일진연합인 ‘청주팸(패밀리)’의 실체를 밝혀냈다.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자 교장총연합회도 “이제 교장들이 해법을 제시하겠다. 교직의 자존심을 걸고 학교폭력을 현장에서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교장총연합회 심은석 회장(서울 중곡초 교장)은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통계학적 가치를 탓하기 앞서 현상학적인 측면에서 학생들이 폭력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별, 지역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심 회장은 “갈취, 폭행 등 일반적인 폭력을 넘어서는 심각한 곳도 있다”며 “치안센터의 경찰관에게 대드는 학생도 있고, 담배를 빼앗으면 한 개비만 더 피우게 해달라며 따라오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도 교사도 모두 자기 일에 치여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없는 환경이 학생들을 폭력으로 몰고 가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우리 학교는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 ‘우리 아이는 절대 친구를 괴롭힐 리가 없다’는 생각은 근거 없는 믿음일 뿐 피해학생들을 더욱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고도 했다.

특히 학교폭력과 관련, 가정교육의 붕괴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학교보안관으로 근무하는 K씨(60)는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밥상머리 교육이 있었고, 어른들이 수저를 들기 전에는 아이들이 먼저 밥을 먹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했다. 요즘 젊은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어서 먼저 먹고 학원 가야지”를 반복하는 한 인성교육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녀를 한 두 명만 낳아 자기 자식만 귀한 줄 알고 ‘금(金)이야, 옥(玉)이야’하면서 응석받이로 키운 아이들은 부모의 수고와 희생을 잊기 십상이고, 나중에 애써 키워준 고마움마저도 못 느끼게 되는 불효자를 낳는 셈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남을 배려하고 공중도덕을 지키는 윤리교육을 시키지 않는 한,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몰염치한 광경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남에게 해(害)를 끼치는 행동과 말을 조심 하라’는 일본 가정의 자녀교육을 한번쯤 곰곰 생각해볼 때이다.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만이 풀어가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와 학교, 지역사회 및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의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하는 공동의 문제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호떡집에 불 난 듯 호들갑을 떨거나 일회성 이벤트로 구호만 난무하는 전시행정은 이제 더 이상 필요가 없다. 문제의 원인(遠因)과 근인(近因)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다양한 맥락에서 관계되는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해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교과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합동으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공세적 조치라고 보여진다. 학교장이 폭력 가해학생에게 즉시 출석정지를 내리고, 징계를 받은 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겨서 진학 자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 30명 이상 중학교에 부담임을 두는 등 복수 담임제를 도입하고, 담임이 매 학기 1회 이상 학생과 1대 1 면담을 해서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보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폭력상황에 대한 단기대책과 학생들의 신체활동 욕구를 건전한 쪽으로 발산하고 단체활동을 통한 인성함양을 위한 체육수업 시간을 50% 늘리는 방안도 발표됐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교과부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전국 5882개 초등학교 가운데 487개 학교가 운동회를 실시하지 않았다. 서울은 591개 초등학교 중 224개 학교가 운동회를 열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학교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시끄럽다”는 민원을 받았다. 국내 학생들이 입시 위주 교육에 찌들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체육활동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체육활동 시간은 더욱 늘어나야 할 것이다.

폭력에 대한 불관용(不寬容, zero tolerance)원칙은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폭력은 초기에 단호하게 막아야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이론이다.

‘장난으로 한 것인데 뭘 그러냐’는 온정주의, ‘우리 학교에는 일진이 없다’며 명예를 위해서 은폐를 하거나 축소하려는 학교,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다’ ‘친구를 잘 못 만나서’라는 학부모들의 굳은 신념은 학교폭력을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이다.

불관용 원칙이 강하게 적용되는 독일의 경우 폭력 3회 이상이면 무조건 퇴학이 되거나 거주지에 관계없이 100km밖으로 강제 전학되거나 일정 기간 주말마다 청소년 전용 수용소에 입소시키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발동된다.

정부가 2월 발표한 학교폭력대책에 따르면 가해학생은 피해학생 보호를 위해 ‘충분한 거리’를 두고 전학 조치하도록 했지만 이 또한 유명무실하다. 서울 지역교육청의 가해학생 강제전학 원칙에 따르면 충분한 거리를 두되, 다른 학군의 학교로 보내고, 대중교통 1회 이용에 도보 시간 포함 30분 내외 통학시간이 걸리는 학교에 배정한다. 대부분의 경우 같은 지역교육청 내 인근 학교로 가해학생을 전학 보냄으로써 피해, 가해학생이 하굣길이나 귀갓길에서 만날 확률이 높다. 그러기 때문에 여전히 두려운 등하굣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2의 폭력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법원으로부터 가해자의 ‘접근금지’ 명령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경찰서장은 학교폭력 사건이 신고되면 즉시 보고받고 수사 진행 과정을 총괄하게 된다. 또 신고를 막기 위한 보복 폭행을 차단하기 위해 피해학생과 가해 학생을 분리 조사한다. 경찰청의 대응 지침에 따르면 일선 경찰관들은 학교폭력 사건이 상담, 신고 되면 즉시 경찰서장(야간에는 상황실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 일진회나 교내 폭력 조직과 연관된 성폭행, 보복폭행 등은 소년범 수사 절차를 적용하지만, 실제 수사나 조사 과정은 성인 강력사건에 준해 처리할 방침이다.

학교 폭력문제를 해결하려면 방관자 학생이 없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즐기는 방관자가 가해자, 피해자와 같은 학교폭력의 구성요소라고 말한다. 따라서 방관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들을 피해자를 적극 보호하는 ‘의리파 방어자’로 바뀌게 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학생은 가해 학생에 대한 두려움만큼이나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친구들에 대한 섭섭함, 또 이를 넘어선 배신감 때문에 고통은 더욱 심해질 수 있을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가해, 피해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으로 찢겨진 상처를 매만져 주는 멘토로서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그 동안 SNS등 매체를 타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거나 종북 이념 전파에 열을 올리던 소셜테이너들도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들 또한 학교폭력 시대의 방관자인 셈이다.

학교폭력문제는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다. 부모, 교사, 지역사회, 정부 등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공동관심사이자 숙제이다.

서울시교육청 강동 위(Wee)센터는 범죄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교생 5명을 성동구치소에 참관을 시킨 것이다. 그리고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A씨(35)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이들 5명은 상습적인 지각과 결석, 흡연으로 벌점을 받거나, 소위 일진으로 또래들을 협박하고 돈을 빼앗은 학교폭력 가해학생, 보호관찰을 받은 ‘전과 청소년’, 교내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학생들이었다.

A씨는 “살인, 강도만이 범죄가 아니고 친구들을 괴롭히고 돈을 빼앗는 것 또한 범죄이고 처벌 대상이 된다”며 “세상과 단절된 이곳에서 살다가 전과자라는 낙인까지 찍혀 나가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달라져야 한다”고 진심 어린 충고를 했다.

성동구치소 측은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달한 만큼 학교현장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법원이 나섰다.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중고교생 33명이 방청석에 앉아 재판 진행절차를 관람했다. 오전 10시 특수절도죄로 구속 수감된 중학생 피고인 두 명(16세, 14세)이 수감복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오자 시끄럽던 장내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피고인은 구치소 안에서 쓴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학교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가 일어서 “다 제 탓입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진 재판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훔쳐 판 피고인(17)이었다. “평소에 학교선배들에게 맞아가며 돈을 상납해야 했고, 전학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부모님이 들어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맨 앞줄의 부모는 아들의 말을 듣고 흐느껴 울었다. “선처해주시면 앞으로 가족 모두 정신과에서 상담도 받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다잡겠다”는 어머니 말에 법정은 찬물을 끼얹은 듯 숙연해졌다.

이날 청소년 형사재판에 참석한 33명의 학생들은 일진과 어울려 다니거나 동급생들을 상습적으로 때리는 등 경찰과 학교로부터 계도(啓導)대상으로 지목돼 현장체험을 하게 됐다. 한 학생은 “대구에서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하고 괴롭힌 애들이 감옥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별로 실감이 안 났는데, 여기 와서 직접 재판을 보니까 무섭다”는 말을 남겼다.

법원이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이벤트였다.

지난 5월 21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소년재판 심포지엄’에서 “학교 폭력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게 하는 문제”라며 법원이 선제적 대응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즉 학교장이나 보호자가 가해학생을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의 조사 없이 곧바로 법원에 알려 재판을 받도록 하는 ‘통고제도’를 활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법관이 성인의 이혼조정에 적극 개입하는 것처럼 처벌만이 아니라 화해 등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스템이다.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 조벽 교수(학교폭력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는 “학교폭력 학생에 대해서 교육과 치료를 병행하고, 이를 방관한 학부모와 교사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년사범이 성인 사범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67%에 이르는 현재 상황을 보면 이 같은 엄한 고육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캐나다에서는 왕따 살인 사건 주범에게 무기징역과 20년 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었다. 1997년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학생 6명이 인도 학생 1명을 때려 사망시킨 사건이다. 15~17세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2급 살인죄’가 적용돼 1명은 무기징역, 일부는 2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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