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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2. 국내정세 – 폭풍전야, 요동치는 대한민국

글모음/정세분석

[원문출처] 우리사회연구소

[정세분석] 2. 국내정세 – 폭풍전야, 요동치는 대한민국

요동치는 세계정세와 맞물려 국내정국도 통제불능으로 치닫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20일이 지나는 지금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광화문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유민 아버님, 김영오씨는 목숨 건 무기한 단식투쟁을 40일 가까이 이어가고 계시고 광화문 농성장에는 수많은 이들의 동조단식이 확산되며 박근혜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세월호 특별법 상정을 한사코 미루려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으며 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까지도 일부 여기에 끌려 다니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과연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지지율 착시현상

8월 18일, <동아일보>는 “리얼미터” 조사결과를 인용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4주 연속 상승하며 2달 만에 50%를 넘었다고 보도하였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1주일 전보다 0.6%p 하락한 45.0%였다고 한다.

이러한 지지율 수치는 국내 대다수 언론이 친박근혜 세력으로 일색화되었고 동시에 새민련의 어이없는 자멸로 인해 발생한 박근혜 정권의 어부지리로밖에 볼 수 없다.

왜 그런가?

지금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사생활 관련 루머를 두고 일본언론까지 보도에 나서며 국제적인 대망신이 벌어지고 있다.

한 달 전인 7월 18일, <조선일보>는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란 칼럼에서 “세간에는 대통령이 그날 모처에서 비선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고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자 <산케이신문>은 <조선일보>를 부분 인용하며,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이 수상하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 과정에서 <산케이신문>은 증권가 정보지와 조선일보 칼럼을 인용해 박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 동안 과거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를 만났을 것이란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고 여과없이 보도하였다.

검찰은 <산케이신문>의 서울지국장을 출국금지조치하고 출석시켜 조사하지만, 정작 대통령 풍문을 최초로 보도한 <조선일보>는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다. 이는 한 마디로 나라망신이다. 역대 일본언론에게까지 이토록 수치스러운 비난과 조소를 당한 대통령이 누가 있었는가.

둘째, 군대 내 가혹행위에 대한 충격적 실상이 드러나 국민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한 달 전으로 더 올라가보자. 2014년 6월 21일, 강원도 고성의 22사단에서 최전방 GOP 경계근무를 마치고 들어오던 아군 초병 임모 병장이 K-2 소총을 10여발 난사해 병사와 부사관 등 5명이 숨지고 7명(중상2·경상5)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을 일으킨 임 병장은 이른바 “관심사병”으로 군대 내에서 차별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군대 내 열악한 장병들의 인권실태가 주목되었다. 특히 군은 실탄을 소지한 채 탈영한 임 병장을 추격하며 부대 간 총격전까지 벌이면서도 이른바 ‘관심사병’들에게는 실탄조차 지급하지 않은 채 추격전에 내몰아 비난여론이 폭발하였다.

그러던 중, 지난 4월에는 인근 28사단에서 포병대대 의무대로 배치된 일병이 자대배치 이후 거의 매일같이 구타와 폭행을 당해 온 윤 일병이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음이 알려졌다. 이 일로 군대 내 가혹행위에 대한 비난여론이 전국적으로 들끓었으며 결국 육군참모총장이 옷을 벗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상병계급으로 군대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또다시 여론의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남경필 지사의 아들이 군대 내에서 제멋대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을 한 데에는 새누리당의 유력정치인인 아버지 남경필의 “빽”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

나라꼴이 이런데도 우리 국민들 가운데 과반 이상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45%의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일부 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어찌 보아야 하나. 정보의 은폐와 왜곡으로 발생한 상당한 착시현상으로 부풀려졌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보다 못할 수 없는 7.30 재보선

그러나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파탄직전의 국정실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7.30재보선에서 총 15개 선거구 가운데 무려 11군데에서 당선되었다.

보수진영은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압승”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이는 더 이상 졸전일 수 없는 졸전을 거듭한 야권에 의한 새누리당의 어부지리일 뿐이다.

새민련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정작 당 이름에는 “새정치”를 내세워놓았지만 실제 재보선 공천은 철저히 구태정치, 계파정치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으며 민주진영 지지자들로부터도 무더기 비난을 들어야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른바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낯선 정치신인들과 비리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구태인물들을 내리꽂아 재보선 국면을 스스로 어둡게 만들었다.

애당초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천정배, 정동영 등 과거 민주당 정치인들이 출마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민련은 광주에 출마여론이 분분한 천정배 전 장관이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배제한 채 대선부정 의혹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진 권은희 전 수사과장을 내리꽂았다. 그러나 권은희 후보에 대한 재산문제가 불거지면서 권 후보는 여론의 조소대상으로 전락해 광주 광산의 투표율은 고작 22.3%에 불과하였다.

그러더니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기동민 전 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내리꽂았다. 그런데 동작을에는 기동민 부시장의 20년 지기 동지였다는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출마를 모색하고 있었다. 기동민 후보의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에 허동준 전 위원장이 난입해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이런 부끄러운 실상은 전국에 고스란히 보도되었다. “공천”에 눈이 먼 정치병 때문에 새민련은 20년 동지도 몰라본다는 세간의 조소를 낳게 된 것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전남 순천에 서갑원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였다. 그러나 서갑원 의원은 순천지역의 국회의원이었지만 2011년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던 사람이다. “새정치”를 강조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순천에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 서갑원 의원을 또 다시 순천에 공천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순천시민들은 일제히 새민련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순천의 새민련 쪽 예비후보들도 일부는 새누리당으로 돌아섰다는 풍문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되니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대원 격인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호남에서 당선되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김한길, 안철수의 공천파행은 수원에도 미쳤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재보선 출마를 저울질하자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손학규 고문을 수원 팔달에 내리꽂았다. 수원 팔달은 남경필 전 의원이 경기지사가 되면서 공석이 된 지역구인데 남경필은 이 지역구에서 부친 남평우 의원 시절부터 14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20년간 남경필 일가가 당선되어 왔던 지역구였다. 애당초 이 지역에서는 새민련의 김영진, 유문종 예비후보 등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전략공천” 앞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상의 재보선 과정을 돌아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한 마디로 계파싸움으로 자멸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설령 지역구를 새누리당에 빼앗기는 한이 있더라도, 새민련의 정치적 경쟁자들이 원내로 입성하는 것을 막고자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새민련이 이러고 있는데 국민들의 박근혜 정부 비판여론이 제 아무리 높다한들, 선거에서 당선을 바라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동력을 잃은 반쪽짜리 야권연대

새민련은 야권연대마저 철저히 반쪽짜리로 전락시켜 7.30 재보선 참패를 자초하였다. 애당초 진보진영은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그리고 원내정당은 아니지만 노동당과 녹색당 등 4개 정당으로 분열한 상황이었다. 명실상부한 야권연대가 되려면 이들 진보정당과 공동의 연대행보를 펼쳐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새민련은 정의당과의 연대만 염두에 두며 통합진보당과 노동당, 녹색당과의 연대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철저히 외면하였다.

반쪽짜리 야권연대에 힘이 쏠리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새민련은 참패하였다.

문제는 새민련 일부에서 정의당과의 반쪽짜리 야권연대가 실패하자 “야권연대” 노선 자체를 문제삼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견해와 정견을 가지는 민주국가에서 “연대”를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집권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유럽국가에서는 “연립정부 구성”이 일반적인데 야권연대를 야합이라 공격하는 새누리당에 끌려다니다 야권연대까지 내려놓는다면 야권의 지리멸렬과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진보진영이 모두 옳으니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연대했으면 당연히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진보진영이 4개 정당으로 분열한 현 정국을 보면 국민들이 진보정당의 정치능력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진보진영은 진보적 정책과 헌신적 대중활동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하나 그렇지 못하였다. 최근 국민들에게 호평을 받은 진보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진보정당이 대중투쟁 사안에 헌신적으로 나서지도 못하였다. 통합진보당은 정권의 공안탄압을 제기하며 당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뚜렷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세월호 투쟁을 비롯한 중요한 국정사안에도 사활적으로 나서지 않는 진보정당에 박수를 쳐 줄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

쟁점은 세월호 특별법

야권은 계파싸움으로 자멸하고 진보진영은 분열해 있는 현 상황에서, 마치도 13척의 열악한 전력으로 300척 일본수군을 물리친 이순신장군 같은 존재가 급부상하며 외로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광화문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서신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 바로 21세기의 이순신 장군들이다. 칠천량에서 조선수군을 전멸당한 원균처럼, 새민련은 졸전 끝에 지리멸렬하였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성역없는 수사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 분들의 투쟁은 기세등등한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쩔쩔매게 만들고 있다.

세월호 투쟁은 바야흐로 국민주권 시대의 확연한 표상이다. 국민들이 야권이나 진보진영에 기대어 자신의 정치적 요구를 실현해주기를 기다리던 시대는 이제 영원히 끝났다. 국민들은 이제 야권에 맡겨놓고 기다리지 않는다. 야권이 무능하면 스스로 정치활동의 주인이 되어 나서고 있으며 야권과 진보진영은 그 대리인이 아니라 뒤꽁무니를 쫓기 바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민심이 그러하기에 현 정국은 여야간 정치지형만을 중심으로 분석해서는 안된다. 야권의 지리멸렬한 진영보다 백배는 소중한 것이 바로 투쟁하는 민중들의 뜨거운 민심, 새사회를 향한 열망이다.

박근혜 정권의 지지율이 50%를 넘는다고 하고 민주당 계열의 대참패가 이어지는 이 여름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서명운동을 진행하고 계신다. 유가족분들도 대단하시지만 우리 국민들도 못지않게 대단하시다. 세월호 특별법 서명이 무려 4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400만명이 서명에 참여한 전례가 있었나 싶다. 4,19 혁명의 도가니에서도, 80년 서울의 봄에도, 87년 6월항쟁의 국면에서도,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투쟁때에도 우리 국민 그 누구도 400만 서명은 상상하지도 못했고 엄두를 내지도 못하였다.

민심은 이제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비록 야권이 지리멸렬하지만 국민들은 야권을 제치고 그들 스스로 투쟁을 직접 이끌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는다고 선전하면서도 하루하루 불안감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뜨겁게 불타는 민심은 국민들 스스로를 대중활동에 나서게 하고 있다. 바야흐로 펼쳐지는 21세기의 국민주권시대에, 70년대 박정희 군부독재에 향수를 갖는 정권은 설 자리가 없다.

그런 면에서 2014년 8월의 대한민국 사회는 폭풍전야다.

from http://newssh.tistory.com/1534 by c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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