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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첫마디 "오해 풀어줘서 (재판부에) 감사하다" 적절했나?

한편 이날 조 전 장관은 법원의 집행유예 석방 뒤 가진 인터뷰에서 "오해를 풀어줘서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첫마디를 남겨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언론과 접촉할 길이 전혀 없었던 조 전 장관으로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일어난 뒤 처음으로 언론(국민)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특검 첫 소환으로 따지면 6개월만에 국민앞에 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첫마디가 '역시 조윤선이구나' 싶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블랙리스트 파문 등으로 온 나라가 촛불로 뒤덮였었고 결국 대통령 선거까지 앞당겨지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조윤선은 어쨌든 그 정권의 핵심 멤버였고 이런 일련의 불행한 사태의 책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6개월만에 국민앞에 서서 한 첫마디가 (재판부에)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하루라도 빨리 나오고 싶은 구치소에서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빼준 황병헌 판사가 얼마나 고맙고, 또 감사했겠는가. 하지만 국민들 또한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불려가고 구치소로 가는 것을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마음 아파 했다. 그런 국민들이 원망스럽기도 했겠지만, 적어도 정권을 책임진 한 사람이라면 구치소에서 나온 뒤 첫마디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라는 인사 정도는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게 국민을 위한다는 공직자의 자세 아닌가.

지금 박근혜 정권의 실세나 구성원들을 보면 참으로 기가막힌 이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위 '박근혜 오른팔'이었던 사람은 순천 지역구에 틀어박혀 오로지 '표밭'만 열심히 갈고 있다. 정무수석에 당 대표까지 했던 박근혜 정권의 실세 이정현 의원은 그 흔한 대국민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 오로지 '다음'을 위해 지금 숨죽이고 살고 있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다른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정계은퇴 선언한 사람 한명 없다.

조윤선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블랙리스트 파문은 양심을 가지고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도 큰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만에 하나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개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무장관으로서 도의적인 책임 정도는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 2심이 남아있어서 그런 사과를 보류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재판 끝나자마자 연수원 후배 판사에게 '감사하다'는 말부터,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듯 당당하게 말하는 모양새가 참으로 보기에 씁쓸했다. 재판부에는 감사할 일이지만, 국민들에게는 구치소 앞에서 석고대죄라도 해야할 판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필자가 오버해서 넘겨짚었다 하더라도, 국가전체를 파탄 일보직전까지 몰고갔던 세력의 한 멤버로서 참으로 뻔뻔하고 부끄러운 첫마디를 남기고 남편과 함께 떠나버렸다.

그렇다고 억지 사과를 받고 싶지는 않다. 사법부의 정의가 있다면 블랙리스트 사건도 2심에서는 더욱 철저히 규명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었으면 한다. 조윤선의 사과가 아닌 처벌을 바란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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