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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12화 후기

토픽셀프 2018. 10. 28. 12:41

"나의 아저씨" 12화 후기

이미지 출처 : http://program.tving.com/tvn/mymister

정말 본방사수 하며 감동 깊게 보았던 몇안되는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대한 리뷰가 있어 링크/스포를 포함하여 남깁니다.

*극중한마디*

동훈(이선균) : " 용감하다. 근데 나 그렇게 괜찮은 놈 아냐. "

지안(이지은) :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엄청..."

네이버 블로그 "감성혁명"님의 "나의아저씨 리뷰"글 입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ixxhim&logNo=221262486803&parentCategoryNo=&categoryNo=11&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List

이 드라마가 가장 공들여 다루는 화두가

삶에 대한 연민과 위로임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용기(勇氣)'도

그에 못지 않은 화두라 생각합니다.

동훈의 용기는 이미 증명됐습니다.

세상 모두가 외면하고 배척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만을 품은 영혼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 수 있었던 용기.

그 과정에서 수반될 오해와 의심의 눈총을

기꺼이 함께 감수한 용기.

그 영혼에게 가해지는 외력의 실체를 알고는

무작정 돌진할 수 있었던 용기.

금이 쩍쩍 간 음침하고도 육중한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음에도,

게다가 참혹한 진실을 알았음에도

무자비한 주먹을 받아냈던 용기.

위악의 절규로 자신을 떨쳐내려는 영혼을

단호하게 다시 잡아줄 수 있었던 용기.

치사하고 비겁한 불의에

주먹을 날릴 수 있는 용기.

그런 동훈의 용기에

마침내 지안이 응답합니다.

상무후보 자격심사를 위한 청문회,

동훈을 궁지로 몰기위한

상대측의 악의적 의도에 몰려

지안은 뜻하지 않게 발언석에 앉습니다.

여기 그녀의 발언이, 이야기가

아니 용기있는 고백이 있습니다.

"배경으로 사람 파악하고

별 볼 일 없다 싶으면

빠르게 왕따시키는 직장문화에서

스스로 알아서 투명인간으로 살았습니다.

회식 자리에 같이 가자는, 그 단순한 호의의 말을

박동훈 부장님한테 처음 들었습니다.

박동훈 부장님은 파견직이라고, 부하직원이라고

저한테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 분을 좋아합니다. 존경하구요.

무시와 천대에 익숙해져서

사람들한테 별 기대도 하지 않았고

인정 받으려고 좋은 소리 들으려고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잘 하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어쩌면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오늘 잘린다해도

처음으로 사람대접 받아봤고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 준

이 회사에게, 박동훈 부장님께 감사할 겁니다.

여기서 일했던 삼개월이

21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습니다.

지나가다 이 회사 건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평생 이 회사가 잘 되기를 바랄 겁니다."

우리는, 아니 최소한 저는

누군가를 변호하기 위해 그것도 공개석상에서

이토록 진솔하고 용기있게

말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동훈과 지안의 용기는

그들에게서 그치지 않습니다.

십년 전 잘못에 대해 기훈이 보여 준

진심어린 사죄의 용기,

그 사죄를 눈물로써 받아들여 준 유라의

진심어린 용서의 용기.

기훈의 뺨을 힘차게 때린 후

그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쏟아내는

회한과 용서의 눈물.

이준익 감독의 2008년작 <님은 먼 곳에>를

기억하십니까?

자신을 버리고 전쟁터로 도망친 남편을 찾아

베트남 전장으로 뛰어들어

천신만고 끝에 남편을 만난 후

'순이(수애)'가 상길의 가슴을 마구 때리며

흘리던 눈물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흐르던 'Danny Boy'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12화는 유독 아름다운 시퀀스가 많았습니다.

지하철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달려가는

동훈 일행과 지안의 활기찬 전력 질주,

그리고는 동훈과 지안의 대화...

"너 나 왜 좋아하는지 알아?

내가 불쌍해서 그래.

니가 불쌍하니까

너처럼 불쌍한 나 끌어안고 우는 거야."

"아저씨는 나한테 왜 잘해 줬는데요?

똑같은 거 아닌가?

우린 둘 다 자기가 불쌍해요..."

지안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후계동 패밀리의 따뜻한 동행(同行)...

청록색을 중심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잡아내는

카메라의 따뜻한 시선.

정희가 지안에게 팔짱을 끼며 말을 겁니다.

"우리도 아가씨같은 이십대가 있었어요."

"전 빨리 그 나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덜 힘들거잖아요."

지안이 집에 들어간 후 정희가 말하죠.

"생각해보니 그렇다.

어려서도 인생이 안 힘들지는 않았어."

윤희에게는

아무리 씻어내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지긋지긋한 과거와 추억의 찌꺼기처럼 느껴질

후계동 패밀리는, 실은

혼자서는 이 세상의 외력에 맞서기 힘든

상처입은 영혼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연대의 공간입니다.

이제 그 공간에 지안이 편입될 수 있다면

그 연대는 언젠가부터 단절된 두 세대를

다시 이어줄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연대의 중심엔

처연하지만 아름답고

눈물 많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정희가 있습니다.

언제나 그대로인...

"그대로더라..."

광일이 지안을 찾습니다.

"좋아하니까 때렸겠니? 미워하니까 때렸지.

"그래서 미운 마음이 풀리디?"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확 죽여버릴까, 그냥 내가 죽어버릴까..."

미움의 끝에서 허무를 목격한 광일의 뺨에도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반면,

왜 여자들이 박동훈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고

박동훈 주변 여자들은 왜 다 이 모양 이 꼴일까,

탄식하는 준영은

자격지심과 질투와 욕망의 끈에 몸이 묶인 채

오래도록 허우적거릴 것입니다.

청문회를 마치고

동훈과 지안이 모처럼 술집에서 마주 앉습니다.

"용감하다.

근데 나 그렇게 괜찮은 놈 아냐."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엄청..."

윤희에게 사망선고를 받았던 동훈의 영혼이

지안의 용기있는 위로로

구원을 받습니다.

그리하여 동훈의 얼굴에 돌아오는

쓸쓸한 미소...

그 미소를 바라보는 지안의,

마치 모든 걸 초월한 듯 보이는

알 수 없는 눈빛...

그리고 이제

동훈과 지안, 기훈과 유라, 정희와 겸덕,

더불어 윤희, 준영, 광일이 끌어안은

마음의 지옥은

고스란히 우리의 형벌이 되어

보름 가까운 시간

우리의 마음을 애타게 하겠죠.

그래도 기다릴 겁니다.

그들의 남은 이야기들을,

또한 우리들의 못다한 이야기들을...

보고나면 정서적, 심리적으로 탈진되어

몇 일을 끙끙 앓을 지라도

마치 정희네 들르듯 부족한 글을 찾아와

쓸쓸하고 허허로운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하는

우리의 불쌍한 동훈과 지안들을 위해서라도

꿋꿋이 기다리겠습니다.

그것이 저의 용기입니다...

from http://haveinsight.tistory.com/31 by c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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