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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자산의 현신인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새로운 형국을 맞았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트럼프가 받아들이면서 북핵 문제는 순조롭게 풀릴 모양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정상회담을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의 국무장관이 대북 강경파인 폼페이오로 바뀐 것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사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가져온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이 크다. 야당의 일부 의원은 이러한 공을 폄하하고 있지만, BBC의 노벨평화상 운운이 절대 지나치지 않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은 춘추전국시대 정(鄭)나라의 명재상 자산(子産)을 본보기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자산의 본명은 공손교(公孫僑)로 춘추전국시대 약소국인 정나라의 정치가이다. 정나라는 북쪽의 진(晉)나라와 남쪽의 초(楚)나라에 끼인 동네북이었다. 대부분 집권층의 귀족들은 나라 안에서는 비단옷을 입고 거들먹거리다가, 밖에 나가서는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자산은 그들과 달랐다. 같은 귀족이었지만 비단옷 대신 가시가 가득 박힌 고슴도치 가죽을 뒤집어쓰고 당당하고 침착하게 나라의 독립과 번영을 외쳤다. 왜 하필 고슴도치일까? <춘추전국이야기>의 저자 공원국은 이렇게 설명한다.

"범도 곰도 감히 고슴도치와 맞서려 하지 않는다. 가시에 찔려가며 어렵사리 잡더라도 가죽을 벗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약소국 정나라의 전략적인 목표는 국가의 생존이었다. 강대국의 침략은 국가의 생존을 위협한다. 그래서 제1 목표는 침략을 받지 않는 것이다. 제2 목표는 강대국의 착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공물은 최대한 적게 내고, 최대한 적게 동원되어야 한다.

동시에 공물과 동원의 대가로 무엇을 얻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바로 기존의 구조에 파열을 내는 것이다. 강대국은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강소국이 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산은 최초의 성문법을 만들어 반포하고 언로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자산이 얼마나 훌륭한 정치를 펼쳤는지 사마천은 사기에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자산이 재상이 되고 1년 후에는 어린이들은 못된 장난을 하지 않았다. 2년 후에는 외상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이 없어졌다. 3년 후에는 밤이 되어도 문단속을 하는 집이 없어졌으며, 또 분실물을 줍는 법이 없었다. 4년 후에는 농민이 농기구를 논밭에 둔 채로 집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5년 후에는 사족은 군역에서 해방되고 또 복상(服喪)의 기간은 어김없이 지키게 되었다."

사마천 외에도 공자는 자산을 '진실한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고 칭찬했고, 유가를 비판했던 한비자는 자산의 엄격함을 보고 법가의 모범으로 흠모했다. 이렇듯 자산의 쉴 틈 없는 내부 개혁, 국제정치를 다루는 능란함, 그리고 전쟁을 줄이기 위한 노력 등은 후대의 수많은 개혁가,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더니 춘추전국시대에 자산이 펼친 정치는 지금의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원국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산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굳이 자산을 분류하자면 '사대 자강파'라고 할 수 있다. 강대국의 타겟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시선을 분산시키고, 타겟이 됐을 때 강대국이 감히 행동에 못 나서게 하는 게 바로 외교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산을 본보기로 삼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와 보인다.

from http://bookloud.tistory.com/66 by c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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