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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 오혁 분장

토픽셀프 2018. 9. 30. 04:13

박나래, 오혁 분장

박나래, 오혁 분장 임자순은 실로 기쁜 표정을 지었다.

사해표국이 표국으로서의 명성과 재력(財力)은 실로 막강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표국은 표국일 뿐.

전 무림을 아우르는 무림맹과는 어깨를 견줄 수가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무림맹의 순찰당 당주와 부당주, 그리고 무엇보다 맹주의 손녀인 한희윤의 방문은 사해표국의 간판에 금칠을 해 줄 일이었던 것이다.

임자순의 입장에서는 절로 입이 벌어질 상황이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 저희의 방문은 도신의 후예께서 귀 표국에 계시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고인(高人)께서 무림에 나오셨으니 맹주님을 대신해 인사를 여쭙고 환영의 인사를 전하고하 합니다."

"허허헛! 그러셨군요. 저희 표국으로서도 크나큰 경사를 맞은 셈이지요. 설마하니 도신의 후예께서 저희 표국 표두의 직을 맡아주실 거라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어이, 아저씨. 누가 맡는다고 했어?'

선주혁이 어이 없어할 때 서문도옥이 잔잔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그런데…… 고인께서는 어느 분이신지?"

"아! 여기 선 표두께서 바로 도신의 후예이십니다."

임자순이 바로 옆에 앉은 선주혁을 손바닥으로 가리키며 소개했다.

"……!"

서문도옥과 한희윤, 그리고 중손정의 눈이 커졌다.

그들 정도라면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무림맹에서도 중책을 맞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놀라운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임자순이 선주혁을 도신의 후예라 소개한 것이 얼마나 충격적인 사실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임자순에게는 선주혁 또래의 아들이 있다.

무림맹의 순찰당주인 서문도옥을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

그는 선주혁을 부친을 닮지 않은 아들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설마하니 곤륜이마를 패퇴시킨 도신의 후예가 자신보다도 어려보이는 청년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밋밋한 태양혈과 두드러지지 않는 기도.

고수로서의 풍모는 조금도 엿보이지 않았다.

겁 많아 보이는 큰 눈에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청년이 무림을 발칵 뒤집어엎다시피 했던 도신의 후예라는 것이 놀라웠다.

가장 먼저 감정을 추스른 것은 서문도옥이었다.

그는 젊은이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다시 만면에 미소를 가득 채우며 선주혁을 향해 두 손을 마주 잡았다.

"고인께서 이토록 젊은 분이라 미처 생각지 못해 실태를 보이고 말았습니다. 실례를 용서하십시오. 소생은 서문도옥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감추려 들지 않고 인정하는 것.

얼핏 보면 사형인 남지학을 연상시킬 만한 행동이었다.

하나 그가 만들어 보여준 표정 안에 감춰진 생각을 짐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선주혁은 그 모든 것이 가증스럽게만 여겨졌다.

"선혁이오."

선주혁은 두 손을 잡는 둥 마는 둥 대충 인사를 했다.

임자순을 비롯한 사해표국 임원들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선주혁의 행동은 실로 무례하다 싶을 정도였다.

자칫 무림맹 순찰당주의 분노를 사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는 것이다.

하나 서문도옥은 얼굴의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욱 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외려 안색을 딱딱하게 굳힌 것은 중손정이었다.

나이는 어려도 서문도옥은 자신의 상관.

강호초출의 애송이에게 무시를 당하는 것이 좋을 리 없었다.

그가 막 입을 열어 한 마디를 쏘아붙이려는 순간.

한희윤의 꽃잎과 같은 입술이 벌어졌다.

"과연 도신의 후예다우시군요. 사부님의 성정을 그대로 물려받으셨나봅니다. 저는 한희연이라고 합니다. 도신의 후예를 뵙게 되어 실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희연을 말을 들은 중손정은 입을 다물었다.

선혁이라는 자의 말에 발끈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한희연의 말에 전설로 회자되는 도신의 괴팍한 성격을 기억해낸 것이다.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다던 도신이 아니던가?

그의 제자라면 저와 같이 행동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을 일이었다.

더구나 이 자리는 도신의 후예가 무림맹에서 지목한 공적을 처리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그와의 친분을 만들어 놓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일시적인 감정을 참지 못해 맹에서 의도하는 일을 망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 편 선주혁은 한희연이 화사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을 건네 왔음에도 굳은 얼굴을 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내심이야 박나래, 오혁 분장 한희연이 저와 같은 얼굴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 기쁘기 한량없지만 지금은 그것을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박나래, 오혁 분장 "반갑소."

이번에도 선주혁은 가볍게 손만을 맞자고 아예 고개까지 돌려버렸다.

그런 선주혁을 보는 한희윤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스스로의 용모에 대한 자신감으로 오만해본 적은 없다.

박나래, 오혁 분장 하지만 소위 말하는 남자라는 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아는 그녀였다.

무림맹주의 손녀라는 엄청난 신분과 남들보다 못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용모가 남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오래도록 겪어왔던 것이다.

입을 열면 자신의 용모에 대한 찬사요, 건네 오는 말마다 애정표현이며, 일거수일투족이 구애(求愛)였다.

그것은 자신을 본 모든 남자가 일체의 예외도 없이 동일하게 보이는 태도였다.

심지어 모든 여인의 우상이나 다름없는 서문도옥조차도 자신에게는 은근한 감정을 실어 보내는 중이 아닌가?

마치 길가에 난 풀을 본 것처럼 고개를 돌려버리는 선주혁의 태도는 한희연에게 있어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선주혁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인해 다시금 실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나래, 오혁 분장 당장이라도 서문도옥이나 한희연이 선주혁의 무례를 탓하고 한 바탕 난리를 쳐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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