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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세상을 꿈꾸다! '공정여행'

조금은 특별한 여행

‘공정여행’

“여행을 갔다 오면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오면 공허한 경우도 있는데, 공정여행은 기존 여행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요.”

올해 늦은 여름 한국전력 대학생 해외봉사단에 참여해 인도네시아 롬복에 다녀온 박준영(26, 서울) 학생의 말입니다. 봉사활동에서 경험한 ‘공정여행’에 대한 소감이죠. 공정여행, 어떤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공정여행’이란?

먼저 공정여행의 의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희망을 여행하라’라는 책에서는 공정여행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①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

②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는 여행

③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

④여행하는 이와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가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여행

⑤쓰고 버리는 소비가 아닌 관계의 여행

이렇게 공정여행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요약하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최대한 현지의 것들을 이용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롬복 Kawis Krisant에서 공정여행

공정여행으로 갔던

롬복의 'Kawis Krisant'

한국전력 대학생 해외봉사단이 지난 8월 21일부터 28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코스가 공정여행지인 인도네시아 롬복의 'Kawis Krisant'였어요. 오염된 하천이 있는 빈민가였던 이곳에서 환경운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환경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됐습니다. 하천을 청소해서 낚시터로 만들고, 재활용쓰레기들을 활용해 골목을 리모델링하면서 Kawis Krisant은 여행지로 탈바꿈했습니다. 여행자들은 봉사에 참여했던 현지인 가이드를 통해 이곳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상점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들을 이용해 만든 가방 등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죠. 이처럼 공정여행은 여행지에 대해 현지인들에게 들으면서 교류하고, 현지인들이 만든 제품을 이용하는 등 여행자와 여행지 모두 Win-win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빈민가에서 리모델링 된 Kawis Krisant 마을 사진

▲깨끗해진 Kawis krisant 마을 하천

공정여행, 전문가에게 물어봐!

공정여행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어 공정여행사 ‘공감만세’의 조희영 코디네이터를 직접 만났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공정여행을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공감만세 조희영 코디네이터

공정여행이란 무엇인가요?

- 공정여행에 대해 설명하려면 우선 여행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현재 여행자와 여행사, 여행자와 여행지가 서로 불공정 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여행자는 기본적으로 여행사가 제공하는 일정대로 여행을 해야 합니다. 여행사는 항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해야 하죠. 이 때문에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여행을 해도 가격은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지와 여행자간의 불공정도 있습니다. 가까운 제주도를 보면 알 수 있죠.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방문할 때 중국 항공사를 이용하고, 중국인 소유의 호텔에 숙박합니다. 중국인이 세운 차량 회사를 이용하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죠. 관광지를 돌아다닐 때 돈이 들지 않는 곳으로 가다 보니 정작 제주도민들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별로 없고, 관광 쓰레기만 늘어나게 됩니다.

공정여행은 우리가 여행하는 지역과 환경과 여행자가 공정해지는 것입니다. 해외봉사도 공정여행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정여행을 통해 어떻게 여행지와 여행자가 공정할 수 있는 걸까요?

-최근 한국전력에서 진행된 인도네시아 대학생 해외봉사를 예로 들어볼게요. 우리는 마을에 와서 페인트칠도 도와주고, 태양광발전기도 설치하고, 가로등도 설치했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이곳 마을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쉽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느끼고, 교류하고, 현지의 음식을 먹어보는 등 현지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몸으로 느끼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여행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여행지 역시 태양광 발전기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를 제공받을 수 있어 도움을 받게 되는 거죠. 여행지에 맥도날드나 코카콜라 등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이용하지 않고 현지에서 파는 것들을 이용했습니다. 이윤이 온전히 현지에 돌아가기 때문에 공정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전력 인도네시아 대학생 해외 봉사활동 모습

대표적인 공정여행지가 있을까요?

-저희 공감만세의 프로젝트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첫 프로젝트가 필리핀이었습니다. 그곳에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푸가오 지역에 ‘라이스테라스(계단식 논)’가 있습니다. 이 일대의 논둑을 모두 이으면 지구의 반 바퀴 이상을 감쌀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이 유명 관광지가 되면서 산꼭대기부터 밑에까지 관광객들로 넘치게 됐습니다. 그러자 주민들은 물건을 판매하면서 관광업에 뛰어들고 결국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게 됐죠. 계단식 논은 점점 무너져 내렸습니다. 특히 이푸가오의 수로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보수를 해야만 하는 구조인데, 사람이 없자 수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라이스테라스를 살리고 싶었던 필리핀의 한 청년과 공감만세가 힘을 합쳐 계단식 논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공감만세에서는 필리핀 이푸가오 지역에서 계단식 논을 복원하면서 홈스테이 여행자들을 모집했습니다. 홈스테이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현지로 돌아갔습니다. 현지에서 이푸가오 전통춤을 가르치는 모임도 생겨 서로의 문화를 교류할 수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행지와 여행자가 모두 공정하고 만족하는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필리핀 라이스테라스 풍경

공정여행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신가요?

-보통 여행사는 유명한 여행지 위주로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기획만하고, 현지를 여행해 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공정여행사는 여행지 선정부터 내용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다니며 기획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국내 공정여행 현황이 궁금합니다.

-국내에는 3개의 공정여행사가 있습니다. 처음 공정여행을 시작한 트래블스맵을 비롯해 착한여행, 그리고 저희 공감만세가 있습니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논산이나 제주도 등지의 공정여행도 기획돼 있습니다. 우선 해외가 아닌 국내 공정여행을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공정여행은 콘텐츠가 아니라 여행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저는 여행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여행이 확산되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from http://blog.kepco.co.kr/1042 by c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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