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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 vs 넥센 히어로즈

전설의 완성. 삼성 야구 최고의 전성기

2014년 11월 4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정규시즌 우승 팀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승리팀이자 정규 시즌 2위 팀인 넥센 히어로즈가 맞붙었다.

삼성 라이온즈로서는 전년까지 마무리를 책임졌던 오승환의 부재 속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4연속 한국 시리즈 우승 타이기록과 사상 첫 4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한국 시리즈 통합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함과 동시에 후술할 한-미-일 1985년 시리즈 우승팀의 2014년 준우승을 피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졌고, 넥센 히어로즈로서는 2001년 한국시리즈 이후 페넌트레이스 1위 팀이 아닌 팀이 우승할 수 있을지의 여부와, 창단 이래 계속 사용해온 'Go for the Championship'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마침내 폐기하며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현대 유니콘스의 실질적인 후신팀인 넥센 히어로즈와 맞붙게 되면서, 삼성 라이온즈에게는 사실상 10년 만의 리턴 매치가 열렸다. 단지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KBO 입장에서는 약간 서운한 한국 시리즈 라인업이 되었다. 두 구단의 홈 구장인 대구 구장이 10,000석, 목동 구장이 12,500석으로 모두 20,000석에 미달하여 4차전까지 매진된다 하더라도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과 넥센 두 팀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티켓 파워로는 전통의 흥행 구단인 엘롯기, 2000년대 후반부터의 두산 베어스 등과 비교하면 비교적 밀리는 팀이라는 것도 흥행 요소에 방해되는 요인이었다.

결과는 삼성 라이온즈가 4승 2패로 넥센 히어로즈를 꺾고 8번째 우승과 함께 정규 시즌-한국 시리즈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후술하겠지만 통합 4연패는 25년전 4연패를 먼저 달성한 해태 타이거즈도 달성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해태 4연패 기간 중 정규 시즌-한국 시리즈 통합 우승을 한 건 1988년뿐이었다.

시리즈 전체를 결정한 경기는 5차전이었다. 삼성과 넥센은 각각 홈에서 1승 1패를 주고받으면서 잠실에서 마지막 3연전을 맞붙게 되었고, 넥센이 한 점 먼저 선취하고 9회까지 끝까지 점수를 지켜 시리즈 3승을 먼저 달성하나 했으나, 9회 말에 터진 통한의 실책 하나로 삼성이 대역전승하여 시리즈 전적 및 분위기가 삼성쪽으로 완전히 기울게 되었다. 결국 6차전에서 삼성은 대승하여 V8을 달성하였고, 넥센은 5차전 패배를 극복하지 못한 채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MVP는 타율 0.333(24타수 8안타) 4홈런 10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야마이코 나바로. 톰 퀸란, 타이론 우즈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외국인 타자가 KS MVP를 수상하게 된 것으로, 2001년 한국시리즈의 MVP인 타이론 우즈 이후 13년 만에 나온 것이었다. 게다가 4홈런은 역시 13년전 우즈가 기록한 한국 시리즈 최다 홈런 갯수와 타이기록이다.

1차전: 팽팽한 외국인 투수전과 강정호의 투런포로 먼저 웃은 넥센 (넥센 승)

20승으로 다승 1위인 밴헤켄과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인 밴덴헐크가 양팀의 1차전에 출전했으나, 둘 다 이날 경기에서 승패와는 인연이 없었다.

1회부터 양팀의 선발투수의 출발은 아슬아슬했다. 1회 초, 밴덴헐크가 1번타자 서건창과 2번타자 로티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지만, 유한준에게 안타, 박병호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2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후속 타자인 강정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하지는 않았고, 이어지는 1회 말 삼성 공격에서도 밴헤켄도 2번타자 박한이에게 12구까지 가는 승부에서 내야 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이닝을 종료시켰다.

이후에는 투수전의 양상으로 흘러가다 선취점은 넥센이 먼저 올렸다. 3회 초, 서건창이 우중간 깊숙히 타구를 보내 3루타를 만들어내고, 이후 로티노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며 1점을, 이후 유한준의 볼넷과 박병호의 진루타와 강정호의 희생플라이가 이어져 한점을 더 추가해 2점을 먼저 올렸다.

이어지는 3회 말, 삼성도 바로 반격을 했다. 밴 헤켄의 제구가 흔들리며 선두타자 김상수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킨 후, 나바로에게 중견수 뒤로 넘어가는 홈런을 맞아 바로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것이 이번 경기에서 삼성이 낸 점수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이해할 수 없는 볼넷 뒤에 홈런을 맞은 것에 대해 크게 자책이라도 한 듯, 밴헤켄은 조상우에게 볼을 넘길 때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8회 초, 넥센의 선두타자로 나선 박병호가 사구를 맞고 1루로 출루한 무사 1루의 상황에서 강정호가 차우찬의 5구째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만들어 내 경기를 다시 유리하게 가져갔다.

한편, 삼성의 타자들은 나바로의 2점 홈런이 나온 이후 밴헤켄, 조상우, 손승락에게 17타수 연속 범타로 물러나는 등 철저하게 막히며 결국 그대로 경기는 4:2로 종료된다.

양팀의 선발 투수들이 모두 2점만 실점하고 퀄리티 스타티를 기록하며 호투한 뒤, 이어서 나온 불펜 싸움에서 승부가 갈린 경기이다. 넥센은 삼성의 타자들을 압도하며 17타자 연속 무안타로 막아냈지만, 삼성은 차우찬이 2개의 사구와 보크를 범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강정호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며 승기를 완전히 넥센에 내주고 말았다.

넥센은 이 경기를 통해 창단후 첫 한국시리즈를 승리로 장식하게 되었다.

반면 삼성은 팀타율 3할은 온데간데 없고 나바로의 투런포 이후 17타자 연속 범타 및 2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7회에 이승엽이 누가 봐도 얼굴 높이로 들어오는 높은 공에 어이없이 스윙하여 3구 3진을 당하면서 삼성팬들을 더 빡치게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 3년간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이 기록한 득점은 단 7점뿐으로, 득점만 놓고 본다면 첫 경기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이어간 셈이 되었다. 하지만 작년의 임팩트 때문에 많은 팬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작년을 제외한 6번의 우승에선 첫 경기는 모두 가져갔었다.

믿었던 선발 밴덴헐크도 시즌 중 5개만 기록했던 사구를 한 경기에서 두개나 기록하며 만족할 수 만은 없는 내용을 보였다. 또한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차우찬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김태한 코치의 무능함이 또 한 번 빛나면서 삼성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삼성 투수진이 밴덴헐크가 2개, 차우찬이 2개 도합 4개의 사구를 범하며 한국시리즈 한경기 최다 사사구 타이 기록을 추가했다.

2차전: 작년보다 일찍 터진 삼성 타선,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삼성 승)

타격 면에서도 전날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경기가 전개되었는데, 삼성에서는 타격감이 좋은 야마이코 나바로가 투런 홈런을 때려낸것 외에도 채태인의 1타점 적시타, KBO 포스트 시즌 최다 홈런 역사를 새로 쓴 이승엽의 투런 홈런 등으로 소사를 일찍 강판시켰고, 경기 막판 1타점 적시타를 포함 멀티 히트를 때려낸 최형우, 경기 내내 부진하긴 했지만 드디어 무안타에서 탈출한 박석민 등 전날 경기감각 저하로 부진에 시달렸던 클린업 콰텟이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활발하게 공격을 펼쳤다. 투수 역시 안지만이 우려했던 담으로 인한 부상 우려를 떨쳐내고 무실점으로 넥센 타선을 막아냈으며,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등판한 임창용 역시 안타를 1개 허용하긴 했어도 그 외에는 큰 문제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짓는 등 삼성은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날 박해민이 손가락 인대를 다쳐 시리즈 내내 타석에 들어서기 힘들다는 진단을 받아 수비와 기동력에서 어느정도 손실을 안고 가게 되었다. 그리고 터진 듯 했던 타선도 소사 다음에 등판한 김대우에 막혀 공격의 흐름이 끊어지면서 아직 완전하게 타격감이 회복된 모습은 아닌 듯 했다. 그나마 작년보다는 일찍 타격감이 올라온 건 분명한 수확이어서 앞으로 타선의 활약을 기대케 하였다. 실제로 마지막 공격 이닝에도 1점을 추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넥센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채태인이 원수처럼 보였을 경기. 이 날 박병호가 홈런을 때려냈지만 이는 솔로 홈런이었고, 2차전의 유일한 득점이었을 뿐 득점권 찬스마다 번번히 채태인의 호수비에 걸려 그대로 물먹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날 타선 전체가 윤성환에게 꽁꽁 틀어막혀 제대로 공격다운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넥센 타자들이 1차전과는 다르게 윤성환의 투구수를 늘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승부했던게 패착의 원인이었다. 사실상 윤성환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는 것. 전날에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이 날은 넥센의 공격이 도저히 풀리지 않았던 경기. 타격 의존도가 큰 넥센이 타선이 막힐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그대로 보여 준 경기였다 할 수 있겠다. 거기다 삼성에게 약했던 소사도 이 날 영 좋지 않은 피칭을 보인 점이 불안요소였다. 그나마 박병호의 솔로포로 영패를 모면한 것과 김대우가 삼성을 상대로 쾌투한 정도가 넥센으로선 거의 유일한 소득이라 볼 수 있었다.

3차전: 달려라 한이! ver.2014 (삼성 승)

삼성은 초반 잔루의 산이 많았다. 1회 2사만루 기회를 이승엽이 허공으로 날린 것부터 시작해 5회까지 잔루만 적립했다. 넥센은 5회말 비니 로티노의 뜬금포로 1점을 먼저 냈다. 그러나 그 뒤로 넥센은 단 한 점도 얻지 못했다.

0-1로 끌려가던 삼성은 8회초 약속의 8회를 보여주었다. 최형우가 안타를 친 후 대주자로 저번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던 박해민이 투입됐고,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의 뜬공 타구가 넥센 키스톤과 중견수 사이 어중간한 위치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어 버리면서 박해민이 홈인, 천신만고 끝에 1-1 균형을 맞췄다. 넥센에게도 찬스가 없지는 않았다. 8회말 2사 2루 찬스가 그들 앞에 왔지만, 2번 이택근이 날리고 만다.

9회초, 손승락이 2개의 아웃 카운트를 모조리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나서 1번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 타석이 되자,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한현희. 손승락의 투구 수가 다소 많았기에, 이 때까지는 납득할 만한 투수 교체였다. 게다가 그동안 나바로는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투수에게 약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 교체 하나가 이 경기를 삼성에게 기울게 만든 원인이 되고 말았다.

한현희는 올라오자마자 선구안 좋다는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볼넷을 줬다. 언더핸드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나바로였고, 정규시즌에서는 한현희 상대로 6타수 무안타로 그쳤지만 한현희의 제구 난조에 볼넷 출루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래도 2사에 1루고, 다음 타자가 한현희에게 상당히 강한 좌타자 박한이이긴 했지만, 그 날 박한이는 안타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박한이는 풀 카운트로 싸움을 가져갔고[13], 풀카운트에서 가운데 약간 높은 공을 박한이가 당겨서 친 공은 목동 우중간 펜스를 넘어갔다! 거기서 스코어는 3-1. 뒤이어 채태인의 안타가 터져나왔지만, 전 이닝 최형우의 대주자로 들어왔던 박해민이 4번 타순에 들어섰고 박해민은 풀카운트 싸움까지 가긴 했지만 그대로 삼진을 먹고 물러갔다. 사실 왼손 약지 인대 손상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타격에서 박해민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긴 했다.

9회말 넥센도 희망은 있었다. 3번 유한준, 4번 박병호 5번 강정호라는 리그 최강 타선이 있었기 때문인데 임창용이 그 세 타자를 모조리 덕아웃으로 돌려 보냈다. 유한준은 초구에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박해민의 호수비로 잡히면서 뜬공으로 허망하게 아웃, 박병호는 공 몇 개 커트해내기는 했지만 1루 파울플라이로, 강정호는 한술 더 떠서 삼구삼진으로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복기해보면 삼성은 중후반까지 경기가 풀리지 않았던 경기였다. 1회부터 오재영을 몰아붙일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이후에도 찬스 잡을 때마다 스코어링 포지션까지 보내놓고 범타로 허무하게 물러나기 일쑤였다. 거기다 6회 진갑용의 안타성 타구가 2루수 직선타가 되는 불운까지 겹치면서 이대로 경기가 끝나나 싶었으나 상대 수비 허점을 틈타 동점을 만들고 끝내 결승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선발-중간-마무리로 깔끔하게 이어지는 투수진의 호투도 빛났고, 마지막 이닝에서 박해민의 호수비까지 보여주는 등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반면 넥센은 그야말로 1패 이상의 충격적인 패배. 사실 선발 싸움에서 확연히 밀리는 쪽이었기에 경기는 어렵지 않나 싶었으나 오재영의 예상 외의 호투로 흐름을 바꿔놓았고, 비니 로티노의 뜬금포로 선취점을 따내면서 앞서나갔다. 그리고 이날 경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일념으로 조상우-손승락을 조기투입했고, 코치진의 기대대로 이 두 필승조는 맡은 임무를 확실하게 처리했다. 그러나 빠른 투수 교체가 결과적으로 독을 초래하고 말았는데, 조상우는 35구, 손승락은 33구로 다음 4차전 출장이 불투명해졌고, 무엇보다도 손승락 다음으로 올라온 한현희가 제대로 불을 저지르면서 이 오재영, 조상우, 손승락의 호투를 허사로 만들었고, 코칭스태프의 기대도 야멸치게 배신하고 말았다. 특히 필승조에서 한 축을 담당해야 할 한현희의 부진은 남은 시리즈의 대한 걱정을 증폭시켰고, 염경엽 감독의 투수 운영을 한 층 더 고민깊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붓고 패했기 때문에 이날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와 더 뼈아팠다.

그리고 수비에서도 이날 삼성에게 완벽하게 패했다. 넥센은 이날 기록된 실책은 2개였지만, 마지막 8회에 평범한 타구를 어이없는 놓치는 실책을 저질러 동점을 내주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이 장면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바뀌게 하고 말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의 선취점=승리 공식은 이 경기로 깨졌다.

4차전: 화끈하게 터진 넥센의 타선, 밴 헤켄의 30타자 연속 범타 (넥센 승)

넥센은 1차전 선발이었던 밴 헤켄을 삼성은 J.D. 마틴을 선발로 내보냈다. 관건은 넥센의 포스트 시즌 3선발제 가동으로 인한 밴 헤켄의 체력이 얼마나 회복되었는가와 마틴이 시즌 내내 넥센 상대로 호구를 잡혔다는 점, 그리고 이번 한국 시리즈에서 류중일 감독의 1+1선발로 낙점된 배영수는 넥센에 강했다는 점이다.

넥센은 1회부터 서건창의 2도루와 박석민의 실책 등에 힘입어 2점 선취점을 올렸다. 선발 마틴이 2회에도 고전하여 류중일 감독은 1사 1, 2루 상황에서 평소 넥센전에서 강했던 배영수를 올려 불을 끄려고 했지만, 유한준이 왼쪽 담장을 넘기는 무한 3점 홈런을 날려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그 후 4회에도 이택근이 투런을 쳐 다시 점수를 벌렸고, 배영수도 평소 전적이 무색하게 처참하게 무너지며 강판되었다. 그 후에도 넥센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는데, 7회와 8회에도 유한준과 박헌도가 솔로홈런을 각각 쳐냈다. 이것으로 넥센은 팀 4홈런으로 역대 한국시리즈 1경기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을 세웠다.

한편 마운드에서는 밴 헤켄이 겨우 사흘 쉰 투수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6회까지 삼성 타자들을 퍼펙트로 묶어놓고 있었다. 또한 이는 1차전과 이어져 10이닝 퍼펙트를 기록했고 30타자 연속 범타처리로 한국 시리즈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7회 나바로에게 솔로 홈런을 맞기 전까지 삼성 타선은 계속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고, 그 후 올라온 한현희와 문성현의 부진을 틈타 2점을 더 챙기며 반격을 노렸지만 결국 더는 따라잡지 못하고 졌다.

넥센은 4차전에서 완승을 거뒀지만, 필승조인 한현희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불안요소를 갖게 되었다. 반대로 삼성은 필승 불펜을 아꼈지만 방망이의 부진 이상으로 배영수가 무너지면서 1 + 1 선발 전략에 일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5차전: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최형우의 기적같은 역전 끝내기 (삼성 승)

양팀 선발인 밴덴헐크와 소사의 무게감에서는 밴덴헐크가 앞섰고 소사는 2차전과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을까 하는 시선이 많았으나, 오히려 소사는 158km/h까지 찍히는 속구로 삼성 타선을 요리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유한준의 슈퍼세이브 등 여러 차례 야수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6회초에 서건창이 1사 2루에서 적시타를 쳐내면서 넥센은 선취점을 만들어 내었다. 양팀 선발은 각각 7이닝 1실점, 6 1/3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선보였다. 소사 뒤에 나온 조상우는 7회를 무난히 넘겼고, 이후 삼성에서는 8회부터 안지만이 나와서 이닝을 무난히 넘겼다. 그리고 8회말, 채태인의 안타, 최형우의 볼넷, 이승엽의 사사구로 무사만루 찬스가 온다. 이를 막기 위해 손승락이 등판했다. 해당 타순은 시리즈 내내 최악의 상태인 박석민이었고, 2볼 1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의 몸쪽 승부로 허무하게 내야플라이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다음타자인 박해민은 제대로된 타격을 보여주지 못한채 땅볼, 이흥련도 땅볼로 무사만루 찬스가 무산되버렸다. 그렇게 경기는 넥센쪽으로 기울고. 9회초에도 넥센은 안지만에 막혀서 추가점을 내지 못하고 1:0의 상황에서 9회말이 오게된다. 9회말 선두타자 김상수가 강정호의 호수비에 허무하게 막힐때만해도 경기는 넥센 쪽으로 기우는가 했다. 하지만 유격수 강정호가 매우 쉬운 땅볼을 더듬다가 나바로를 출루시키면서 경기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1사 1루 상황에서 타석의 박한이를 손승락이 절묘한 슬라이더를 통해 삼진을 잡아내 2사 1루까지 만들어가면서 넥센의 시리즈 3승까지는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있었다. 다음 타자는 시리즈 내내 배드볼히터의 모습을 보이는 채태인이었다. 무려 2구만에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지만 3구에서 바로 안타를 쳐버리면서 출루하였고, 이 타구에 나바로는 3루까지 가면서 2사 1,3루 상황이 되었다. 채태인이 출루하자 다음 이닝이 없던 삼성은 대주자 김헌곤을 기용한다.

넥센이나 삼성이나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 타자는 주장 최형우. 1-1 카운트 상황에서 3구째는 거의 안타가 될 뻔한 파울, 여기서 많은 넥센 팬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4구째는 볼이 되며 볼카운트는 2-2 상황이었다. 최형우가 5구를 받아쳐서, 잠실 외야 가장 깊숙한 곳으로 가는 우익선상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냈다.

3루주자 나바로는 당연히 홈인이었고, 발이 빠른 편인 김헌곤도 전력질주하면서 우익수 유한준 - 2루수 서건창의 연계플레이를 뚫고, 홈에서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에 성공한다. 이로써 9회말 2아웃까지 0:1이던 상황을 2:1로 뒤집기 끝내기 승을 거두면서 요기 베라의 명언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벼랑 끝에 몰렸다가 극적으로 생환했고, 오히려 넥센이 되려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당연하겠지만 넥센으로서는 3차전 악몽의 재림, 아니 3차전 이상의 충격적인 패배. 순식간에 뒤집어진 경기에 넥센 선수단은 물론 넥센팬들까지 멘탈붕괴로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

이 경기 직후 당연히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최형우는 극적인 영웅이 되었고, 반면 강정호는 역적 중의 역적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승락이 8회 무사 만루를 기적적으로 틀어 막은데다, 사실상 9회도 매조지을 수 있었는데, 결정적 실책 하나로 패전투수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3차전에서도 패배의 단초가 된 실책을 한 기록 때문에 더더욱 까였고, KS 15타수 1안타로 타율 5푼이라는 극악의 타격성적으로 넥센 타선에 계속 찬물을 들이 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팬덤에서는 강정호를 질타하는 게시글과 강정호의 메이저 진출을 회의적으로 처다보는 게시글이 봇물 터지듯 올라왔다. 한편, 마지막 최형우의 타석에서 뻔한 볼배합으로 일관하다가 최형우에게 끝내기를 맞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볼배합을 간파하고 쳤다는 최형우의 인터뷰 기사까지 올라오자 볼배합에 책임이 있는 배터리코치 김동수 역시도 비난을 받았다.

사실 삼성 입장에서도 이날 경기는 3차전 이상으로 힘들었던 경기였다. 투수 쪽에서는 밴덴헐크-안지만이 깔끔하게 이어던지면서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쳤으나 정작 점수를 내야할 타선이 여러차례 기회를 잡았음에도 전체적으로 부진하면서 마지막까지 끌려다녔다. 물론 유한준의 호수비 두 개로 인한 불운은 있었지만 8회 무사 만루란 황금 찬스에서 박석민-박해민-이흥련으로 이어지는 후속타자들이 무득점으로 물러난 장면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손가락 부상을 입은 박해민과 백업 포수 격인 이흥련에게 타격을 기대하긴 어려웠으니 그렇다 쳐도 유독 시리즈에서 부진했던 박석민이 희생 플라이도 못치고 무력하게 물러난 모습을 보면 그저 삽질로 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부진한 타자를 대타 카드 안쓰고 끝까지 밀어부친 류중일 감독도 적어도 9회 말 공격 전까지는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류중일 감독이 경기 끝나고 만일 이대로 졌다면 전적으로 감독 책임이 되었을 것이란 인터뷰를 해서 이 부분에서는 실수를 인정했다. 여하튼간에 요동쳤던 8회말이 지나면서 넥센팬들은 승리에 대한 확신을, 삼성팬들은 패배를 직감하면서 절망했지만 역시 야구는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최형우의 끝내기 안타는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이후 5년만에 나온 끝내기이자 동시에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초의 역전 끝내기 안타다. 지금까지의 한국시리즈 끝내기는 모두 동점 상황에서 나왔다. 2002년 한국시리즈의 전설적인 역전 끝내기 백투백이 있긴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동점 홈런과 동점 상황에서의 끝내기 홈런이 백투백으로 터진 것이고, 끝내기 안타가 동점이 아닌 열세 상황에서 터진 것은 최초다. 여담으로 2002년 한국시리즈 끝내기 백투백이 터진 날이 이 날과 같은 11월 10일이다.

6차전: BE the Legend! 삼성, V8과 함께 페넌트레이스 & KBO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다 (삼성 승)

전날 5차전의 여파가 6차전까지 미친 경기였다. 5차전에서 기적적인 끝내기 승리로 기사회생한 삼성은 이 날 그 동안 잠잠했던 타선이 폭발하면서 넥센 마운드를 맹폭하여 대승, V8과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반면 넥센은 5차전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채 이날 투수진, 타선, 수비 모두 부진의 끝을 달리며 힘을 한 번도 못 써 보고 압살당해 우승컵을 허망하게 내주고 말았다.

우려 속에 등판한 넥센 선발 오재영은 일단 초반에는 실점하지 않으면서 그럭저럭 막았다. 다만 3일 휴식 후 등판이라 구위는 확실히 3차전만큼은 아니었다. 삼성 타자들은 비록 득점은 올리지 못했으나 커트나 볼을 고르는 등 볼카운트 싸움을 끈질기게 하면서 오재영의 투구수를 착실하게 늘려갔다. 한편 넥센 타선도 1회에 서건창이 2루타성 타구를 날리며 공격의 물꼬를 트나 했으나 그 타구가 김헌곤의 호수비에 잡히면서 그 이후로는 삼성 선발 윤성환에게 눌려서 별다른 성과를 못 냈다.

승부가 요동친 건 3회 초. 삼성은 선두 타자 이지영의 안타로 찬스를 잡았고, 이에 류중일 감독은 김상수에게 번트를 지시, 김상수는 작전대로 번트를 착실하게 대었으나 오재영이 빨리 잡아서 2루로 아웃시킨다는게 성급하게 움직이다 공을 떨어뜨려 주자를 모두 살려주고 만다. 또다시 도진 넥센의 실책병. 상대방 실책으로 잡은 빅 찬스를 삼성은 놓칠 리 없었다. 이어 야마이코 나바로의 희생 번트로 주자들을 착실히 2,3루로 진루시킨 뒤 박한이가 볼넷으로 출루하여 1사 만루, 채태인이 오재영의 초구를 통타하여 중전 적시타로 2점을 먼저 따내는데 성공했다. 2:0, 삼성이 6차전에서 먼저 기선을 잡는 순간이었다.

가뜩이나 많은 투구 수로 구위가 떨어진 오재영은 본인의 실책으로 말미암아 2점을 먼저 실점하자 넥센 벤치에서는 더 이상 오재영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해 오재영을 조기 강판하고 문성현이 구원으로 등판했다. 하지만 문성현마저 최형우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추가 2루타로 2점을 더 실점, 스코어는 4:0으로 더 벌어지고 말았다. 넥센의 수비 릴레이를 틈타 최형우가 3루까지 출루한 건 덤. 하지만 이승엽과 박석민을 범타로 처리하여 더 이상은 실점하지 않고 3회를 끝냈다. 4회 초에 강정호가 또 실책을 저지르면서 위기를 초래하나 다행히 그 이닝은 실점하지 않고 그럭저럭 넘어갔다.

넥센도 찬스가 없지는 않았다. 4회에 서건창이 윤성환에게 안타를 뽑아내어 찬스를 잡았고, 이어 이택근이 서건창이 도루할 틈에 유격수 옆을 빠져나가는 안타로 런 앤 히트 작전으로서 서건창이 홈까지 들어와 4:1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무사 2루에 다음 타자는 유한준-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 타석. 유한준이 유일하게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박병호와 강정호가 사이좋게 삽질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중요한 찬스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유한준은 채태인의 호수비에 걸려들어 허무하게 아웃되었고, 삽질하던 박병호와 강정호도 무기력하게 삼진당하고 뜬공으로 물러나며 최소 동점까지 노렸던 넥센의 최대 찬스는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고 만다.

운명의 6회 초. 삼성은 선두 타자 이지영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고, 후속 타자인 김상수는 여지없이 번트를 댔다. 이번에는 타구가 박병호에게 흘러갔지만, 코스가 좋아서 정상대로라면 박병호가 잡아서 1루로 아웃시켜 1사 2루가 되었어야 했는데 박병호가 그 타구를 잡으려다가 미끄러지면서 공을 발로 차는 바람에 또 다시 실책을 저질렀다. 반대로 김상수는 3회에 이어 또다시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아웃 카운트 하나도 못 잡고 또 다시 실책으로 다시 무사 1,2루 상황. 3회 초와 거의 데자뷰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타석에 나바로가 들어섰다. 나바로는 2스트라이크 1볼 상황에서 계속된 등판으로 구위가 무척 떨어진 조상우의 낮은 직구를 통타했고, 그것이 쓰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7:1로 변했고 사실상 경기는 여기서 끝났다.

이후 경기 흐름은 완전히 삼성 타임. 나바로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맞은 넥센은 전의를 상실했다. 7회에 대타로 나온 우동균이 삼성 킬러라던 언더스로 투수 김대우를 두들겨 전진 수비를 뚫는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고, 교체된 김영민마저 나바로에게 추가 적시타를 맞으며 1점을 더 실점했다. 거기에 9회에는 진갑용이 안타로 출루, 김상수의 2루 땅볼 때 진갑용이 재치 있는 주루로 2루수 서건창이 낚여 김상수만 아웃시키고 진갑용은 여유롭게 2루로 안착하여 넥센 수비진을 완전히 농락시켰다. 결정적으로 나바로가 또 중전 적시타로 진갑용마저 홈인, 스코어는 11:1로 빼빼로 데이에 삼성이 기어코 빼빼로 스코어를 만들어 내며 넥센은 말 그대로 영혼까지 털렸다.

넥센의 마지막 경기는 그야말로 아쉬움 그 자체였다. 마운드도 부진했고, 타선도 부진했다. 거기에 실책도 3개나 저지르며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날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후유증을 떨쳐 내지 못한 모습으로, 특히 전날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 강정호는 이 날도 거듭되는 실책에 무안타로 부진하여 욕을 사발로 들이마셨다. 박병호도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면서 무안타로 부진해 이 두 강타자는 때리라는 홈런은 안 때리고 나란히 실책을 저지르는 실망스런 모습만 보이며 팀 대참사의 원인이 되었다. 특히 박병호는 9회 2사 상황에서 타석에 나와 임창용을 상대로 커트질만 반복하다가 삼성의 정규 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달성하는 마지막 허용타자가 되는 굴욕을 당하며 삼성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9회말 2아웃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기 역전타를 때려낸 삼성 타선과 확실히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MVP 나바로가 3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을 이끌었고 대다수 타자들이 1안타씩을 골고루 때려냈다. 이승엽은 안타는 없었으나 볼넷을 2개나 얻으며 출루. 김헌곤도 안타는 없었으나 1회에 서건창의 안타성 타구를 잡은 호수비를 보여주고 7회에 7:1 상황에서 희생번트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대량득점의 물꼬를 터는 활약을 하는 등 나름 제몫을 해냈다. 투수진은 윤성환이 6이닝 1실점 완벽투를 보였고, 특히 윤성환은 엄지손톱이 깨져 피가 나는 장면이 포착됐음에도 계속 던지는 투혼으로 팬들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이어 148km/h의 강속구를 부활시킨 심창민이 1이닝, 한국시리즈 언터쳐블 안지만이 1이닝, 시리즈 무실점을 기록한 임창용이 1이닝을 막아내며 통합 4연패를 완성시켰다. 작년에 이어 이날도 삼성 선수단은 마운드에서 특유의 세레모니로 우승을 자축하면서 경기의, 포스트시즌의, 그리고 2014년 프로야구의 대미를 장식했다.

2016년 한국시리즈부터 중립구장 경기 폐지가 결정되고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잠실을 쓰는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이 경기는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중립구장 경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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