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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의 가슴 환타지

토픽셀프 2018. 10. 11. 20:01

한국 남성의 가슴 환타지

"지난해 10월 서울아산병원 소속 지도전문의 A교수는 직원회식 후 (건국대병원에서 파견을 나온) 전공의 B씨를 자신의 차에 탑승하도록 강요했다. 이 교수는 차 안에서 B씨의 신체 일부분을 만지고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기사를 읽고 궁금해졌다. A교수가 만졌다는 신체 일부분은 어디일까? 혹시 그곳?

지적 호기심이 발동해 다른 기사를 찾아봤다.

[그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10월 25일 밤 10시 30분 경 피해 여성 전공의, B교수 등 일행은 세 번째 회식 장소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이동 차량 뒷좌석 가운데에는 가해자인 B교수가 있었고, 우측에는 피해 전공의, 왼편으로 ...또 다른 여성 전공의가 탑승했다. 운전자 옆 좌석에는 A수련병원 남성 전공의가 앉아 있었다.

술에 취한 B교수는 양 쪽에 배석한 여성 전공의들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오른손을 이용해 피해 전공의의 가슴을 추행했다. 갑작스런 추행에 놀란 피해 전공의는 지속적인 추행을 저지하기 위해 B교수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B교수는 한 차례 더 강하게 힘을 주고 피해 전공의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잡고 있던 손을 세게 밀어내자 더 이상 추행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피해 전공의의 설명이다 (2014년 1월 6일자, 청년의사).]

그랬다. 역시 가슴이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최연희는

술자리에서 동석한 여기자의 가슴을 만진 뒤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1944년생으로 당시 63세였던 노년의 정치인이 여자 가슴이 그리워 기자와 술집 여자를 구분하지 못한 것처럼,

큰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도 옆에 앉은 여인이 자신이 지도해야 할 제자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던 거였다.

존경받던 시인 서정윤은 여중생 가슴을 만지면서 "얼마나 컸는지 확인하려 했다"는 핑계를 댔는데,

패가망신을 각오하면서도 가슴에 집착하는 남자들이 많은 걸 보면

가슴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다.

'가슴'과 '성추행'을 넣고 검색을 하면 무수히 많은 기사가 뜨는 것도 당연한 일,

귀가 길 여성의 가슴을 만진 고교생부터 크레용팝의 가슴을 만졌다는 남자까지

수많은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었다.

<욕망하는 여자>라는 책을 보면 남자들의 가슴 환타지가 엄마 젖을 먹을 때부터 무의식에 새겨졌다는데,

그것만으로는 가슴에 대한 남성들의 열망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어젯밤 집구석에 앉아 <가슴 배구단>이라는 영화를 시청했다 (쿡에서는 무료로 볼 수 있다).

첫 장면. 중3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한다.

잠시 뒤 자전거를 멈춘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속 80킬로로 달리면 가슴을 만지는 것과 같은 감촉이라는데, 이걸로는 안되겠어."

결국 두 아이는 엄청난 경사의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절벽으로 떨어지는 참사를 겪긴 하지만 가슴을 만지는 감촉이 어떤지 체험한다.

그렇게 가슴에 집착하는 아이들이었으니,

배구부 지도교사로 임명된 미녀 교수가 "1승만 하면 뭐든지 해준다"고 했을 때

"가슴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은 당연했고,

배구 연습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 갑자기 눈을 빛내면서 배구연습을 하게 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가슴! 가슴!"을 구호로 외치며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이라든지,

전에 헤어졌던 남친이 여선생에게 접근해 가슴을 풀어헤칠 때 그녀가 그 손을 뿌리치면서 "내 가슴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이건 모두의 꿈이야!"라고 소리치던 장면 등도 감동적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뜻하지 않게 1승을 거두는데, 상대방이 멤버가 둘밖에 안돼 기권승을 거둔 것.

1승을 했으니 가슴을 보여달라는 아이들에게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식으로 가슴을 보면 개운하지 않을 거야."

한 학생의 반박, "가슴을 보면 개운해질 거에요."

하지만 이런 식은 곤란하다는 다른 이의 의견에 배구반은 진짜 1승을 하기로 하는데,

영화를 보던 내가 녀석들의 1승을 간절히 바라게 된 것도

"그 참에 나도 같이..."라는 어부지리를 노리기 위해서였다,고 전해진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가슴을 보기 위해서 저렇게 노력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오른 중년 (혹은 노년) 남성들은 너무 쉽게 가슴을 만지려고 한다.

2) 그렇게까지 가슴이 만지고 싶다면 엄청난 경사의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시라. 절벽에서 떨어져 다칠 수도 있지만, 직접 만지다 패가망신하는 것보다는 덜 아프다.

from http://seomin.khan.kr/227 by c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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